<일러스트 : 이승범>
<일러스트 : 이승범>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를 보면서 ‘역시, 프랑스야!’라고 할 사람이 적지 않을 듯싶다. 한국 사람들 눈으로 제일 이해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프랑스 지도자들의 자유분방한 연애관과 결혼생활, 그걸 별로 문제삼지 않는 프랑스 국민들의 사고방식일지 모르겠다.

4월 23일 열린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한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는 1977년 12월생이니 프랑스 나이로 아직 마흔이 안 됐다. 대선 후보로는 젊어도 너무 젊다는 공적 이력도 눈길을 끌지만 그 못지않게 사생활도 회자된다. 10년 전 결혼한 부인 브리지트 트로노는 1953년 4월생. 정확히 24년 9개월 연상이다. 마크롱이 15세 때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다. 아이 셋 딸린 유부녀 교사와 10대 제자의 사랑은 근사하게 보면 영화 소재지만 한국서는 교사 징계감인 민망한 스캔들이다. 마크롱은 트로노 선생님의 아들과 급우였다. 프랑스 사람이 개방적이라고 하지만 부모 맘은 어디나 비슷한지 나이 많은 선생님과 아들을 떼어놓기 위해 마크롱 부모는 아들을 파리로 유학 보냈다. 하지만 마크롱의 ‘일편단심 민들레’가 변치 않아 결국 트로노는 남편과 이혼했다. 10년 전 두 사람이 결혼하면서 마크롱은 졸지에 세 자녀의 아버지요, 일곱 손주까지 둔 할아버지가 됐다.


공직자 사생활에 관대한 프랑스

프랑스 대통령의 남다른 가정사는 마크롱만이 아니다. 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2007년 사회당 대선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과 27년간 동거했다. 둘 사이에 자녀가 넷 있는데도 정식 결혼은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2007년 대선 때 사회당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다. 루아얄이 승리하자 사이가 틀어졌다. 2012년 대선에서 대통령이 된 올랑드는 새로 사귄 잡지 ‘파리마치’의 정치부 기자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와 함께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에 들어갔다. 외모는 점잖아도 올랑드 역시 끼를 드러냈다. 여배우 줄리 가예와 연애하는 것이 드러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동거녀 트리에르바일레가 떠났다.

그 이전 사르코지 대통령의 영부인 카를라 브루니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퍼스트레이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 대통령 중에 처음으로 엘리제궁에서 이혼한 남자’ 라는기록도 남겼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열렬히 구애해 결혼한 세실리아는 엘리제궁에 들어간 지 5개월 만에 사르코지와 이혼하고 떠났다. 사르코지와 세실리아 둘 다 재혼한 사이였다. 대통령 취임식 때 사르코지와 전 부인 사이의 두 아들, 세실리아와 전 남편 사이의 두 딸 그리고 사르코지와 세실리아 사이에서 난 아들, 이렇게 복잡한 가족이 사진을 찍었다. 사르코지 대통령 이후 프랑스 대통령들은 결혼생활까지도 자유분방해졌다. 그래도 그 이전에는 ‘결혼 따로, 연애 따로’를 유지하며 공식적인 결혼생활은 유지하는 편이었다. 사르코지 이전에 12년간 집권했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유명한 바람둥이였다. 순박한 외모의 부인 베르나데트 여사는 바람둥이 남편을 참아내고 안방을 꿋꿋이 지킨 전통적인 퍼스트레이디 스타일이었다.

시라크 이전에 14년간 집권한 미테랑 대통령도 27세 연하의 연인 안 팽조와 엘리제궁 밖에서 동거 관계를 이어갔다는 건 프랑스가 다 아는 비밀이었다. 미테랑 부인 다니엘은 관저 엘리제궁에 들어가지 않고 따로 아파트를 얻어 지내면서 인권 단체를 운영했다. 미테랑은 밤마다 엘리제궁을 나와 팽조 집으로 갔고, 둘 사이에 딸까지 뒀는데도 팽조와 정식으로 결혼하지는 않았다.

공직자의 사생활에 엄격한 미국과는 확실히 다르다. 정치인이라고 해서 능력에, 도덕군자까지 기대하지는 않는 실용주의 사고방식이다. 한국도 연애관과 결혼관이 자유분방해졌다지만 공직자의 사생활에까지 국민들이 이런 너그러움을 허용할 단계는 아직 아님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