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조금 더 비싸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한다.
소비자는 조금 더 비싸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현대인의 소비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이 등장하면서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사는 횟수가 줄어들고, 이 때문에 백화점과 쇼핑몰 등 전통적인 유통채널은 위기를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문을 닫은 유통매장 수는 2880개로, 지난 3년간 1만여개에 달하는 매장이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 3D프린팅 등 혁신적 기술이 발달하는 미래에는 전례 없는 새로운 소비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 소비 트렌드는 어떻게 바뀔까. 맥킨지앤드컴퍼니와 딜로이트컨설팅이 분석한 미래 소비 트렌드 다섯 가지를 살펴봤다.


1 | 대량에서 소량, 가치 소비로 변화

앞으로 소비자들은 얼마나 많은 물건을 소유했는지보다 얼마나 의미 있는 제품에 돈을 썼고, 얼마나 값진 경험을 누렸는지를 중요시한다. 즉, 몇 평짜리 집을 보유하고 몇 대의 자동차를 가졌는지보다 얼마나 많은 곳을 여행했는지, 어떤 의미있는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했는지가 스스로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전자상거래 업체 쿠야나(Cuyana)는 이런 틈새 시장을 노려 성공했다. 고품질의 수공예 제품만을 취급하는 이 업체의 슬로건은 ‘적게, 더 좋은 제품’이다. 해당 카테고리의 모든 제품을 보여주는 일반 온라인 쇼핑몰과 다르게, 쿠야나는 직접 선별한 특별한 제품만을 선보인다. 쿠야나의 성공은 만성적이고 중독적인 소비 패턴이 좀 더 의식적이고 차별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SPA(패스트패션) 브랜드 H&M은 지속가능한 소재로 만든 ‘H&M 컨셔스(Conscious)’라인을 새롭게 론칭했다. 모든 제품은 해변에서 수거한 재활용 플라스틱을 이용했다. H&M의 이런 변화는 지난 10년간 전 세계 패션 업계를 주도해온 대량 생산의 시대가 저물고 가치 중심적인 제품, 비스포크(맞춤정장)와 같은 개인화, 핸드메이드 등 고급화 그리고 소량 생산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프리미엄 소비와도 맞물려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게 트렌드인데, 값비싼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가치 소비 경향과 연관이 있다. 조금 비싸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제품이라면 기꺼이 투자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산지스 람 맥킨지 두바이 지사 파트너는 “단순히 저렴한 제품의 가성비가 높은 것이 아니라, 가격이 높더라도 월등한 성능을 갖췄다면 가성비가 높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첨단기술의 발달로 무인차가 소비자 대신 쇼핑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첨단기술의 발달로 무인차가 소비자 대신 쇼핑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2 | 다양한 체험활동 제공

밀레니얼 세대(1980년 이후 출생자)에게 쇼핑은 제품을 사는 것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엔터테인먼트에 가깝다. 따라서 앞으로 백화점 혹은 쇼핑몰이 소비자의 발길을 잡기 위해서는 요리 수업, 건강 및 웰빙 강연, 메이크업 시연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온라인 쇼핑몰이 제공할 수 없는 오프라인 유통채널만의 강점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피트니스 스튜디오와 결합된 스포츠 용품 매장이 좋은 사례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쇼핑몰 내부에 공용 오피스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누구나 해당 건물에서 업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유동 인구가 10% 증가했고, 쇼핑몰 매출도 5% 늘었다.

‘음식은 새로운 패션’이라는 요즘 유행어처럼, 인기 레스토랑을 쇼핑몰에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모인다’는 진리를 부정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특히 쇼핑몰을 방문하는 소비자의 동선을 고려해, 레스토랑과 커피숍 사이에 의류 소매업점을 배치한다든지, 영화관 근처에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오락실을 두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최근 다양한 소비자 경험을 오프라인 쇼핑에 접목시킨 좋은 사례로 ‘팝업스토어(pop-up store)’가 꼽힌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브랜드가 백화점 내에 단기간 임시 매장을 열고 판매하는 형태다. 평소 쉽게 구경할 수 없는 제품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정해진 기간에만 판매한다는 시간 제약은 소비자로 하여금 매장 방문을 앞당기게 한다. 실제로 영국의 한 백화점 팝업스토어는 2015년 전년 대비 12% 증가한 23억파운드의 매출을 기록했다. 

백화점, 쇼핑몰 등 전통적인 유통채널은 소비자를 모으기 위해 인기 있는 레스토랑, 커피숍을 입점시켜야 한다.
백화점, 쇼핑몰 등 전통적인 유통채널은 소비자를 모으기 위해 인기 있는 레스토랑, 커피숍을 입점시켜야 한다.


3 | 첨단기술, 온·오프라인 매장에 접목

설문 조사 결과, 밀레니얼 세대의 10명 중 7명은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83%는 친구 혹은 가족의 제품 추천을 신뢰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95%는 쇼핑을 나가기 전 온라인으로 제품을 검색해 본다. 하지만, 그들도 여전히 제품을 구매하기 전 직접 보기를 원하기 때문에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쇼핑을 연결하는 기술적 매개체가 필요하다. 즉, 터치 스크린, 내비게이션 패널, 가상 피팅룸, 마술 거울이나 증강 현실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장에 진열된 스크린을 클릭하면, 판매 제품에 대한 리뷰와 다른 매장에서 판매되는 가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혹은 가상 피팅룸을 통해 직접 옷을 입어보지 않아도, 어울리는 옷을 편하게 고를 수 있다.

미국 소매업체 로우스(Lowe’s)는 매장의 서비스 로봇을 통해 영어와 스페인어로 고객을 맞이하고 제품을 스캔해 매장에 품목이 있는지 확인하고 상점 탐색 기능을 통해 고객에게 제품을 안내한다. 이베이는 호주 소매 업체 마이어(Myer)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가상 현실 백화점을 운영 중이다. ‘이베이 사이트 서치’를 사용하면 소비자는 마이어 백화점의 1만2500가지 제품을 검색하고, 실시간 가격 및 제품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기술의 영향은 매장 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예컨대,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소비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무인자동차는 동네 작은 소매업체의 당일 배송을 가능케 할 것이다. 소비자가 근처 빵집의 오븐에서 바로 나온 따끈따끈한 빵을 집으로 배달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혹은 무인자동차가 소비자 대신 쇼핑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자동차가 직접 쇼핑리스트를 들고 나가 장을 보고, 세탁소에서 옷을 수거해오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러한 상상은 3D프린팅, 증강 현실 등 다양한 기술로도 가능하다. 

디지털 혁신이 이끈 온라인 쇼핑 채널의 부상은 소비 시장 변화의 일부일 뿐이다.
디지털 혁신이 이끈 온라인 쇼핑 채널의 부상은 소비 시장 변화의 일부일 뿐이다.


4 | 다양한 소매업자 등장

기술 혁신으로 가능해진 공유 경제, 메이커 무브먼트(DIY 등 스스로 물건을 만드는 현상) 등으로 인해 소매업자의 정의가 모호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소매업자는 상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개인사업자 혹은 기업을 가리켰지만, 에어비앤비를 통해 집의 일부를 공유하거나, 우버 드라이버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3D프린터를 이용해 직접 액세서리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판매자와 소비자의 경계선이 흐려졌다. 앞으로는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는 소매업자들이 생기면서, 소매 공간에서의 시장 분열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특히 소비자의 바잉 파워(구매력)가 빠르게 증가하는 개발 도상국에서 이와 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중국의 대표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와 티몰은 최근 중고 할인업체 웨이핀후이(VIPSHOP)와 경쟁하고 있다. 웨이핀후이는 시간 제한을 둔 의류 및 액세서리 브랜드의 소매업체로, 90% 이상의 매출이 중국의 중소도시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소매업자가 존재하지만, 다양한 스타트업의 등장으로 업종 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면도날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달러 세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 남성을 위한 의류 스타일링 서비스 ‘트렁크 클럽(Trunk Club)’, 선별된 식료품 배달 서비스 ‘블루 에이프런(Blue Apron)’ 등 틈새 시장을 노린 신규 소매업체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존 유통업체를 대체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거듭 등장함에 따라 전통적인 소매업체는 스스로의 경쟁력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 유통업체인 ‘홈쇼핑 네트워크(Home Shopping Network)’는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기업으로 꼽힌다. HSN은 1982년 미국의 주문형 전화 네트워크로 탄생했으며 정교한 다채널 글로벌 소매 업체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자산을 재배치해 혁신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고, 새로운 파트너를 모색했다. HSN은 새로운 사업을 확장할 때도 본업과의 관련성을 잃지 않았고, 경쟁이 치열한 지금의 유통 시장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아마존은 소비자 관점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맨드’ 경영으로 세계 10대 글로벌 소매업체가 됐다.
아마존은 소비자 관점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맨드’ 경영으로 세계 10대 글로벌 소매업체가 됐다.


5 | 소비자 맞춤형 쇼핑 증가

아마존은 올해 처음으로 10대 글로벌 소매 업체에 이름을 올렸다. 아마존의 성공 비결은 ‘고객 자신도 모르는 니즈를 찾아 만족시키는’ 온디맨드(on-demand)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샘 팔미사노 IBM 전 최고경영자(CEO)는 2002년 IBM의 차세대 비즈니스 전략으로 온디맨드 비즈니스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했다. 즉 고객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서비스를’ ‘원하는 만큼’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기반을 갖춰야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전적 의미로 온디맨드는 공급 중심이 아니라 수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나 전략 등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일방적으로 기업이 고객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요청하면 고객에게 맞는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의 접근이 온디맨드 방식이다.

아마존은 인터넷서점으로 시작해 현재는 3억7000여만개의 제품을 팔고 있고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 음식 배달, 테이크아웃, 로컬 서비스 등도 추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이 너무 많은 것을 팔려고 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어떤 것들을 파는가는 아마존에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고객이 그것들을 왜 요구하는지가 중요해 보인다. 아마존은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선사하려 한다. 그 첫 번째 시도가 2015년 3월 발표된 대시(Dash) 버튼이다. 대시는 가정용 하드웨어로, 버튼만 누르면 기기에 할당된 제품이 자동으로 결제 및 배송되게 하는 간편 장치다. 버튼은 29종 500여개 생필품을 한 번의 클릭만으로 주문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PC·모바일 주문에 비해 획기적으로 주문을 단순화했다. 또 재구매가 빈번한 일상의 소비재를 대상으로 함으로써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보다 쉽게 허물려는 O2O(online to offline) 전략의 일환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마존이 시범 서비스 중인 ‘아마존 프레시 픽업’과 ‘아마존 고’는 올해 본격적으로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 픽업은 고객이 픽업 앱으로 신선식품을 주문하고 아마존 직원이 고객 도착 시간에 맞춰 상품을 준비한다. 고객이 도착하면 직원이 고객 차량으로 상품을 배달한다. 고객은 주문 후 15분 안에 픽업할 수 있고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고객은 차량 안에 있으면 된다.

아마존 고는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운영되는데 계산대도, 계산을 기다리는 줄도 없다. 아마존 고 앱을 설치하고 매장에 체크인하고 들어가 원하는 제품을 골라 카트에 담아 나가면 된다. 매장 밖으로 나가면 아마존에 연결된 신용카드 등으로 자동 결제가 완료된다. 아마존 고는 앞으로 고객의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지속적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에 경쟁사의 움직임이나 현재의 사업 영역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변하지 않는 유일한 나침반은 바로 고객이기 때문이다.

즉 아마존은 고객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가치, 고객이 원할 것 같은 것을, 원할 것 같은 시간에, 원할 것 같은 장소로 보내준다. 아마존은 다른 어떤 기업과의 경쟁이 아닌 고객 자신도 잘 모르는 고객의 니즈를 찾고 만족시키는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