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해커웨이 1번지’.
2013년 6월, 취채차 페이스북 본사 주소를 넣고 엘 카미노 레알(82번 도로)에 올라탔다. ‘해커웨이(Hacker Way)’라는 특이한 이정표가 나왔다. 구글의 모토가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면, 페이스북은 ‘해커웨이’다. 소수 정예 부대처럼 두려움 없이 빨리 움직이자는 뜻이다. 오전 10시. ‘캠퍼스’라 불리는 페이스북 사옥 간담회장에 나타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는 짧은 인사말과 함께 28살의 한 청년을 소개했다.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 인스타그램 창업자 겸 CEO였다. 2012년 4월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약 10억달러(약 1조1438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창업 과정에서 당신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
“공동 창업자인 마이크를 만나 인스타그램의 전신인 버븐(Burbn)을 공동 창업한 일이다. 두 번째 순간은 버븐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사업 방향을 완전히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버븐은 ‘포스퀘어(Foursquare)’처럼 나의 위치를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체크인(check-in) 서비스였다. 우리는 그걸 버리고 사진 공유 앱인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다.”
12명의 직원으로 이렇게 큰 가치를 만든 비결은.
“잠을 많이 안 잤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결정적인 비결을 꼽으라면 ‘집중(focus)’이다. 인스타그램은 여러 가지를 잘하려고 하기보다 정말 중요한 몇 가지만 엄청나게 집중했다. 예를 들어 ‘사진 올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하기’ 등이다. 덕분에 정말 작은 팀이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왜 다른 기업을 뿌리치고 페이스북의 인수 제안에 응했나.
“페이스북에 인수되기 직전, 회사 가치는 벤처캐피털이 평가한 5억달러 수준으로 치솟았고, 당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아이폰 유저 중에서만 3000만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페이스북은 트위터보다 2배 높은 10억달러에 인수를 원했다. 게다가 트위터는 전액 주식을 제안했던 반면, 페이스북은 현금 3억달러가 포함돼 있었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뒤에도 독립 경영을 보장해 CEO로 남을 수 있었다. 공동 창업자 마이크 크리거는 수석 엔지니어를 맡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연이 있는 듯하다.
“페이스북과 지난 2004년 첫 인연을 맺었다. 스탠퍼드대 3학년 시절 ‘포토박스’라는 웹 기반 사진 공유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당시 사진 공유 기술을 개발 중이던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CEO가 모교 인맥을 통해 나에게 학업을 중단하고 페이스북에 와서 일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엔 저커버그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그 계기로 우리는 인연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
인터넷 분야에서 다음 메가 트렌드는 무엇인가.
“갈수록 우리는 분절되고(fragmented) 있다. 사람마다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쓴다. 한국에서는 무슨 메신저를 쓰나? 카카오톡? 미국에서는 와츠앱부터 페이스북 메신저까지 다른 것을 쓴다. 이메일은 그렇지 않지만 이건 정말 철저하게 나뉘어 있다. 지금은 음성 통화할 때, 문자 보낼 때, 길게 대화할 때, 짧게 대화할 때 쓰는 서비스가 각각 다른데, 이걸 해결하는 사람에게 미래가 있을 것이다.”
▒ 케빈 시스트롬 kevin Systrom
인스타그램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