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나자와(金澤)는 한국 동해 쪽의 일본 도시다. 역사적 자산이 풍부하고 토지가 비옥하지만, 수도권과 멀어 주목받지 못했다. 이 도시에 지금 세계인들이 몰리고 있다. ‘21세기 미술관’이란 이름의 미술관이 개관한 2004년 이후의 일이다.
스페인 소도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21세기 미술관은 전시품보다 건물이 더 유명한 미술관이다. 수족관처럼 투명하고 공원처럼 개방적인 이 모던한 건축은 쇠락한 고도(古都)의 이미지를 단숨에 바꾸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미술관을 설계한 일본의 건축회사 SANAA (사나아·Sejima and Nishizawa and Associates)의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妹島和世)와 니시자와 류에(西澤立衛) 콤비를 위클리비즈가 인터뷰했다. 두 사람은 2010년 3월 세계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일본 나오시마, 스페인 빌바오처럼 건축 예술이 경제 활력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니시자와 “지금까지 늘 일어나던 일이다. 오페라하우스(1973년 완공)에 의해 호주 시드니의 이미지가 국제적으로 됐고, 1980년대 노먼 포스터(영국의 건축가)가 HSBC 홍콩 본점 빌딩을 만든 뒤 홍콩의 이미지가 단숨에 세계로 확대됐다. 파리의 퐁피두센터(1977년 완공)도 그렇다. 특별한 건축이 도시에 매력을 주고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을 매혹해 끌어당긴다.”
하지만 변화가 건축만으로 가능한 일인가.
니시자와 “물론 건축만으론 오래가지 못한다. 어떤 사람이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다. 나오시마의 경우 안도 다다오가 처음 건축을 시작했을 땐 사람들이 잘 몰랐다. 여러 아티스트가 지속적으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이 모였다. 이사 오는 사람도 생겼다. 주민 인식이 달라지면서 마을의 아이덴티티도 생겼다. 커뮤니티의 힘이다. 지역은 건축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연환경, 역사적 재산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빌바오의 이미지를 변화시킨 것은 구겐하임 미술관이지만, 이미지를 강화시킨 것은 빌바오가 가진, 요리와 같은 독자적 바스크(Basque) 문화였다.”
한국이 중국 건축을 따라 하려고 하는데 올바른 방향이라고 보나.
세지마 “아직 중국에서 작업을 하지 않아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아시아에선 일본이 먼저 발전을 했으니까 잘 보고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일본은 급성장한다고 ‘와’ 하고 지어버렸다. 일본은 그것을 지금부터 부수고 다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정말로 초고층이 좋은가, 아니면 초고층 대신 옛것을 보수해 좀 더 남겨두는 것이 좋은가, 고민해야 한다. 도시는 나라에 활력이 있을 때 건설된다. 그전에 실패한 사례가 엄청나게 많다. 그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니시자와 “중국이든, 브라질이든 그들의 도시가 앞으로 ‘21세기 도시’의 전형을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중국 도시의 변화는 중국만의 과제가 아니라 세계의 과제다. 도쿄가 경험한 개발형, 소비형 도시와 다른 형태의 도시가 틀림없이 건설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흥미진진한 전개가 될 것이다.”
▒ 세지마 가즈요 妹島和世
일본 SANAA 건축회사 건축가 공동대표
▒ 니시자와 류에 西澤立衛
일본 SANAA 건축회사 건축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