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오후 1시 12분,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 초입에 있는 동작새마을금고 영업점에는 200여 명 넘는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있었다. 80㎡(25평) 남짓한 금고는 안쪽 휴게실까지 고객들로 가득 찼다. 붕어빵, 귤 등 간식으로 점심을 때우고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적금에 막 가입한 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영업점 밖으로 나온 한 40대 초반 남성 고객은 “오전 9시 20분에 왔는데 이제야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 새마을금고는 연 5% 금리를 주는 3년 만기 적금을 팔았는데 이 소식이 인터넷 재테크 사이트 등으로 확산되면서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보통 금리가 높은 적금은 매달 불입할 수 있는 금액을 10만~30만원 정도로 제한을 두는 데 비해 이 적금은 가입금액의 제한이 없다는 점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새마을금고 적금은 대부분 지역민만 가입할 수 있는데 이번 특판은 동작구민이 아니어도 가입할 수 있었던 것도 사람들이 몰린 이유다.
동작새마을금고에 월 850만원씩 3년간 불입하기로 한 30대 중반 A씨의 경우, 원금 3억600만원에 대해 만기 시 세후 1294만3800원의 이자를 받아가게 된다. 조건이 좋다 보니 11월 1일 특판 시작부터 각지의 자산가들이 돈을 싸 들고 왔다. 영업일 사흘간(1·2·5일) 가입한 누적 적금액만 100억원에 달했다.
김태안 동작새마을금고 이사장은 “대전, 양평, 의정부, 수원 등 전국 각지에서 자산가들이 몰려왔다”고 했다. 20일까지 판매하려던 특판은 결국 하루 전인 이날 1시까지만 접수를 받았다. 이날도 이미 1000여 명이 번호표를 뽑아갔다.
금고 안에서 만난 김태준(38)씨는 “지인이 알려줘서 오늘 연차를 내고 왔다. 오전 10시 24분에 왔는데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김모(61‧여)씨는 “9시 40분에 왔는데 번호표 377번을 뽑았다. 동네라 생각 없이 왔다가 집을 몇 번이나 갔다 와도 아직도 기다리는 중”이라며 “이렇게 북새통일 줄 어떻게 알았겠냐”고 했다.
신청을 받는 창구 한쪽에서는 직원과 고객의 실랑이도 있었다. 내방했는데 왜 신청을 안 받아주느냐는 고객 항의에 직원은 “저희도 아침 일찍부터 고객님들이 대기하고 있을지 몰랐다. 가입하려는 고객이 이미 500명이 넘어 추가 접수가 어렵다”고 힘겹게 말했다. 이날 금고 직원 12명은 점심도 거른 채 밤 10시까지 적금 가입 업무를 봐야 했다. 1000여 명의 고객은 보통 8시간 정도를 기다려 적금통장을 만들어 돌아갔다.
동작새마을금고처럼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수협은행 등 비교적 자산 규모가 작은 금융사들은 최근 연 4~5%대의 금리를 제공하는 연말 특판 예‧적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의 예‧적금이 연 2% 안팎의 금리밖에 주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많게는 2배 이상의 금리를 주는 셈이어서 조금만 발품을 팔면 훨씬 좋은 조건의 금융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고금리 상품을 내놓는 대표적인 금융사는 저축은행이다. 기업은행이 운영하는 IBK저축은행은 최고 연 4.5%의 적금(오~개이득 적금Ⅱ)을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가입할 수 있는 이 적금은 가입 기간(36~60개월)에 따라 연 3.5~4.5%의 금리를 준다. 월 1만원부터 최대 100만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고, 판매 한도는 36개월 만기 1000억원, 48개월 만기 500억원, 60개월 만기 1000억원이다.
3%대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도 많다. 아산저축은행은 유아부터 19세 이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연 3.4%(24개월 만기)의 금리를 주는 ‘꿈나무장학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또 드림저축은행도 11월 1일부터 초‧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연 3.0~3.5%를 주는 ‘정기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영업점에서 가입할 경우 1년 만기 적금은 연 3.0%, 2년 만기 연 3.3%, 3년 만기 연 3.5%의 금리를 준다. 스마트폰 앱으로만 가입할 수 있는 ‘톡톡정기적금’은 이 금리에 0.1%포인트씩 추가 금리를 제공한다. 월 불입할 수 있는 금액에 제한은 없다.
하나저축은행도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3.4~3.6%의 금리를 주는 ‘플러스 정기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매달 최소 1만원부터 최대 100만원까지 넣을 수 있다. 금리는 2년 만기 적금이 연 3.4%고 3년 만기 적금은 연 3.5%, 4년 만기 적금은 연 3.6%다.
소액을 단기간에만 모을 고객은 DB저축은행의 적금 상품을 눈여겨볼 만하다. DB저축은행은 1년 만기 적금에 최대 연 6.9%의 금리를 주는 ‘Dream Big 정기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적금에 가입하고 만기 30일 전까지 DB손해보험의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에 가입(가입액 30만원 이상)하면 월 10만원씩 불입하는 적금에 최고 연 6.9%의 금리를 준다. 불입액은 20만원(연 4.6%), 30만원(연 3.9%), 40만원(연 3.6%) 중에 선택할 수 있다. DB저축은행의 인터넷뱅킹과 모바일 앱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목돈을 한 번에 맡기고 싶은 고객은 유진저축은행의 연 2.9%짜리 정기예금 특판을 이용하면 된다. 상품 가입 기간은 14개월이고 가입 금액에는 제한이 없다. 인터넷뱅킹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가입한 고객은 0.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2.9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영업점에서 가입하려면 서울 강남, 목동, 송파, 분당 4곳 중 한 곳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특판 한도는 1500억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시중은행의 정기적금 평균 금리는 연 2.03%(3년 만기 기준)다. 반면 저축은행의 정기적금 평균 금리는 이보다 높은 연 2.9%다.
은행권에서는 수협은행의 아이적금이 연 5%대 금리를 제시하며 인기몰이하고 있다.
수협은행이 연말까지 판매하는 아이적금은 연 5.5%의 금리를 준다. 만 6세 미만의 영유아를 둔 부모와 아이의 이름으로 가입할 수 있는 ‘SH 쑥쑥 크는 아이적금(5년 만기)’이 131개 수협은행 영업점(단위 조합 제외)에서 판매되고 있다. 5년 만기가 되면 원금 600만원에 세후 이자로 약 71만원을 받을 수 있다. 수협은행에 따르면, 9월 중순부터 판매된 이 적금은 이달 중순까지 두 달 동안 10만6000좌가 판매됐다.
신동일 KB국민은행 강남PB센터 부센터장은 “요즘 펀드나 주식에 투자해도 손해를 많이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니 예·적금처럼 확정금리를 높게 주는 금융 상품에 고객의 관심이 많다”면서도 “투자처가 많고 경기가 좋으면 이런 상품에 관심이 덜 할 텐데 자금을 굴릴 데가 없는 상황을 반영한 모습이라 씁쓸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2금융권 예·적금, 5000만원씩 분산해야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에 돈을 넣을 때는 5000만원 이하로 분산하는 게 낫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금융기관이 파산하면 한 계좌당 원리금 5000만원까지만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만약 5000만원 이상의 금액을 넣었는데 금융기관이 파산하면, 우선 5000만원까지만 돌려받을 수 있고 나머지는 파산한 금융사의 자산과 부채를 청산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파산 금융사가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은 후에 남는 자금이 있어야 예금자에게 돌려주므로 원금을 다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2011년에는 부실 대출을 남발했던 부산저축은행 등 7곳의 저축은행이 파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