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발: 모바일 경제를 관통하는 핵심 원리
로버트 터섹|김익현 옮김|커뮤니케이션북스
1만8000원|549쪽|3월 18일 출간
‘증발’은 끓는점보다 낮은 온도에서 일어나는 액체의 기화 현상을 뜻한다. 세계적인 디지털 전략 컨설턴트인 저자 로버트 터섹은 모바일 경제를 관통하는 핵심 원리를 ‘증발 경제’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설명한다. 21세기 들어 모바일과 소프트웨어 중심의 혁신이 빨라지면서 실물 형태로 존재했던 많은 것들이 서비스로 바뀌며 ‘증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터섹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본사를 둔 컨설팅 업체 제너럴 크리에이티비티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책은 ‘디지털’에 밀려 자취를 감춘 모든 것을 추적한 결과물이다.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디지털화와 가상화의 흐름을 ‘증발’이란 단어로 요약한 발상이 참신하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증발하는가 △텔레비전의 증발 △일자리의 증발 △교육의 증발 △기기의 증발 등의 주제를 다룬다.
한때 세계 1위를 차지했던 휴대전화 기업 노키아와 필름 기업 코닥이 사라졌고, 뒤를 이어 음반과 CD, 비디오테이프가 ‘증발’했다. 신문과 텔레비전, 책의 존폐 위기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급기야 가상화폐의 등장으로 실물화폐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버와 그랩을 비롯한 차량공유 서비스업의 확장은 ‘택시의 증발’,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숙박공유 서비스업의 등장은 ‘호텔의 증발’로 설명한다.
저자는 “증발은 멈출 수 없는 과정이다. (중략) 교육, 노동, 기업이 바뀔 것이고, 정부 기관과 심지어 우리의 육체까지도 그 변화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며 “여러분의 비즈니스 가운데 증발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증발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증발’ 현상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실물경제 시대에 경쟁력 확보가 어려웠던 신흥 벤처 스타트업들에는 거대한 금광 지대를 발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를 소프트웨어로 대체할 수 있는지 판단해 보고 무작정 뛰어드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증발 경제’ 시대의 성공법을 제시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피할 수 없는 변화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방향 제시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경제주체들이 가능한 한 자유롭게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활짝 열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스로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유연해지지 않으면 위기를 자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책에 담긴 핵심 메시지다.
1990년대 베스트셀러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물질 중심에서 벗어나 정보의 최소 단위인 비트(bit) 중심의 시대로 바뀔 것”을 예견했던 세계적인 미래학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MIT미디어랩 창립자)는 책의 추천사에서 “그동안 자신이 목격한 ‘증발’ 현상들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것을 확인시켜줬다”고 치켜세웠다.
책 뒤에 실린 박영률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와 백욱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의 대담(‘무엇이 증발했는가? 사라진 것은 어디 있는가?’)도 이해의 깊이를 더한다.
기업 실적 좌우하는 ‘사장의 말’
사장의 말 공부
고야마 노보루|안소현 옮김|리더스북
1만4000원|208쪽|4월 1일 출간

‘경영의 달인’으로 칭송받는 일본 청소 업체 무사시노(武藏野)의 고야마 노보루(小山昇) 사장은 기업 경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로 ‘사장의 말’을 꼽는다. 사장의 말에는 경영 원칙과 철학이 담겨 있어 조직 운영 방향과 기업 분위기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책은 저자의 30년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회사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사장의 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무사시노에서는 회의 때 현장 직원부터 발언한다. 사장은 듣는 시간이 훨씬 많다. 시장 상황을 근거로 대응 방향을 정해야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사장이 금전적 손실을 포함한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라는 규칙도 있다. 강요와 질책으로 일관할 경우 직원들은 실패가 불 보듯 뻔한 경우에도 사장 지시를 무조건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야마 사장은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던 무사시노를 연 매출 350억원까지 끌어올리며, 15년 연속 수익 성장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2001년부터 컨설팅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그가 컨설팅을 맡은 600여 개 기업 중 파산한 회사는 한 곳도 없다.
불멸의 건축물 속으로 떠나는 역사 여행
세계 건축가 해부도감
오이 다카히로 外|노경아 옮김|더숲
1만4900원|184쪽|4월 1일 출간

미켈란젤로와 가우디, 프랭크 게리, 자하 하디드 등 불멸의 건축가 64명이 남긴 건축물들을 220여 개의 일러스트를 곁들여 설명한다. 고대와 중세, 르네상스 시대, 17세기, 18~19세기, 19세기 후반~20세기, 20세기, 21세기로 시대를 나눠 대표적인 건축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건축 양식과 문화 변천사를 되짚는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건축 양식과 작품에 투영된 시대상과 역사를 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건축 거장들의 숨은 이력 중에도 흥미로운 내용이 적지 않다. 이탈리아 피렌체 대성당의 두오모(원형 지붕)를 설계한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처럼 조각가에서 건축가로 전향한 경우도 있고, 오스만 제국의 천재 건축가 미마르 시난처럼 군대의 공병으로 원정에 동행했다가 건축가로 출세한 경우도 있다. 1663년의 대화재 후 런던을 재건한 크리스토퍼 렌은 원래 천문학자였다. 차갑고 딱딱한 사진과 도면으로 가득했던 기존 건축사 서적들과 달리, 따뜻하고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들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건축 전공자들이 아니더라도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재밌게 볼 수 있는 교양서다.
디지털 시대에도 잘나가는 골리앗들
골리앗의 복수(Goliath’s Revenge)
토드 헬윈·스콧 스나이더|윌리
18.24달러|288쪽|2월 12일 출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첨단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전통의 강자들의 공통점은 뭘까.
디지털 기반의 기업 혁신 전문가인 저자들은 세계적인 통신장비 기업 시스코와 미국 자동차 업체 GM, 마스터카드 등 디지털시대에 더 잘나가는 전통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해 6가지 성공 비결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격변의 시대에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조금 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고객들이 적어도 10배 정도의 혁신을 감지할 수 있도록 목표 설정 단계부터 남달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함께 혁신 기술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인적, 구조적 역량까지 갖출 것을 주문한다.
혁신 과정에 발맞춰 구매 네트워크를 확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처음부터 “이 부분까지 고려해 혁신을 진행하는 기업은 전체의 3분의 1도 안 된다”는 설명이다. 저자들은 “변화는 어떤 경우에도 쉽지 않지만, 변화의 방향에 맞게 리더십과 인력, 조직문화를 개선해 나간다면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