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나타나는 호르몬 대사, 면역체계, 신체의 변화는 임신부의 몸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피부도 예외는 아니다. 살이 트거나 기미가 생기는 등의 가벼운 증상도 있지만 극심한 가려움증과 발진 등을 동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임신부의 대표적인 피부질환인 임신 소양증, 흉터를 남기지 않고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은 없을까.
임신하면 체중이 급격히 증가한다. 특히 임신 5개월이 지나면 자궁이 빠르게 팽창하고, 배가 급격히 불러오면서 피부가 얇아지고 살이 트기도 한다. 이때 가려움증과 두드러기, 발진 등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임신 소양증이다.
대개는 피부가 갑자기 늘어나는 복부나 옆구리 부분에서 땀띠와 비슷한 발진으로 시작한다. 심하면 팔과 다리, 가슴, 목과 얼굴 등 전신으로 퍼지기도 한다. 보통은 가벼운 가려움증으로 시작하는데, 긁다 보면 발진과 진물이 나오기도 하고 가려움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오래 지속되면 체력 저하와 면역력 감소는 물론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2차 감염을 유발한다. 깨끗했던 피부가 울긋불긋 발진과 진물로 덮이는 것을 보며 극심한 우울감을 겪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임신 소양증은 왜 발생하는 걸까.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급격한 체중 증가에 따른 신체적 변화, 건조함, 체내의 열감, 스트레스, 호르몬의 변화 등이 꼽힌다. 평소 아토피나 알레르기 체질 등 민감성 피부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임신 소양증이 임신부의 혈액량이 부족하거나, 음식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열독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출산 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하지만 과도하게 긁으면 흉터가 생기거나 피부 착색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피부를 긁고 있거나 가려움으로 숙면이나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낀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임신 중 겪는 피부 질환, 태아는 괜찮을까?
임신 중 몸에 탈이 나면 우선 배 속에 있는 아이부터 걱정되기 마련이다. 다행히도 임신 중·후기에 복부에서부터 발생하는 두드러기 형태의 임신 소양이나 아토피 발진은 태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양수 증가로 담낭이 눌려서 발생하는 임신 담즙정체성 소양은 심하면 조산, 태아곤란증, 태아사망까지 진행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초기 소양감이 손·발바닥에 국한되거나, 황달을 동반하는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
태아 위험이 없는 소양증이라도 치료를 위해 약을 먹거나 연고를 바른다면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특히 일부 스테로이드 연고, 항히스타민제 등 피부 외용제나 경구 약 중에는 임신부 복용이 금지되는 것들이 있으니 꼭 의료진에게 확인해야 한다.
임신 소양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안전한 약물이나 한약을 복용하거나 직접 연고를 바르는 외치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봐 무작정 치료를 미루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임신부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수면이 부족하면 태아의 발육과 정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