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서 외부 환경에 가장 민감한 장기는 바로 폐다. 호흡운동을 통해 인체에 필요한 맑은 산소를 받아들이고, 탁한 공기와 인체의 열(熱)을 배출한다. 대기오염이 심해지면 대기 중의 미세한 먼지 입자가 호흡기 깊숙이 침투하고 그때 폐와 같은 호흡기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중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반응이 바로 기침과 가래다. 공기가 들어가는 폐와 기관지의 점막에는 섬모와 더불어 점액이 분비돼 있다. 이곳까지 침입한 미세한 입자나 세균을 포획해 가래 형태로 입으로 되돌려 바깥으로 계속 배출한다. 이때 밖으로 가래를 배출하지 못하면 기침의 힘을 빌려 밖으로 내보내곤 한다.
가래는 호흡기 점막에서 나오는 끈끈한 분비물에 세균, 먼지 등이 혼합된 것으로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항상 약간의 가래는 배출된다. 특히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 근무하거나 대기오염도가 높은 도심에서 살면 아침에 일어나서 매연과 먼지로 인한 회흑색의 가래를 약간씩 배출할 수 있다.
병원을 찾는 만성호흡기질환 환자가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이 바로 기침과 가래다. 일반적으로 기침은 가래와 동반되는 가래기침과 가래 양이 적거나 없는 마른기침으로 구별된다. 한의학에서는 일반적인 기침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원인에 따라 치료법과 치료 약이 각각 달라진다.
마른기침 잦으면 사우나 자제해야
투명하고 끈기가 있는 점액성 가래를 동반하는 기침은 한담(寒痰·찬 기운으로 생긴 담)의 종류로 감기, 인후두염, 기관지천식, 기관지염 등의 병증에서 많이 관찰할 수 있고, 점액 화농성 가래는 열담(熱痰·열로 생긴 담)의 상태로 기관지염의 회복기나 만성기관지염, 폐결핵 등에서 나타나곤 한다.
목이 간질간질하면서 가래는 거의 없고 헛기침을 하는 경우는 코 질환도 의심해야 하며, 야간에 격렬한 마른기침을 하는 경우는 기관지 과민증이나 천식 또는 역류성 위염도 의심해야 한다. 간헐적으로 신경이 예민한 경우에 목이 간질간질하면서 작고 하얀 덩어리를 배출하는 기침 증상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증상과 체질을 고려해 몸이 습한 사람은 지나치게 많은 습기를 없애주고,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열을 식혀주고, 몸이 차가운 사람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몸이 건조한 사람은 몸에 진액(津液)을 보충하는 치료법으로 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 침과 뜸 치료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가정요법으로 살구, 배와 꿀, 호두, 도라지, 무 그리고 은행 등이 많이 사용된다. 노인성 만성기침에는 호두, 숨이 차고 기침을 하면 은행, 가래와 기침을 많이 하면 살구와 도라지, 마른기침을 오래 하면 배와 꿀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가정요법을 시작하기 전에 약물의 선택과 복용법, 복용 시기를 한의사와 상담 후 먹는 것이 좋다.
기침과 가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폐 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항상 신체를 따뜻하게 유지하며, 담배는 삼가고 주위의 습도나 환기 등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 특히 마른기침을 하는 경우 사우나를 지나치게 이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 정희재
경희대학교한방병원 기획진료부원장, 대한한방내과학회 정회원, 대한한방알레르기 및 면역학회 정회원, 대한암한의학회 정회원, 대한한방성인병학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