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한 뒤 ‘공유 경제의 위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나와 남의 자산 공유(共有)를 기본으로 하는 이 독특한 경제 시스템에 치명타를 입힌 것이다. 에어비앤비·우버·위워크 등 공유 경제의 상징으로 통하던 ‘빅 3’도 바이러스의 공격에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흔들렸다.
학원 차량 공유 플랫폼 ‘옐로우버스’를 서비스하는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리버스랩의 최근 투자 유치(시리즈 A) 소식이 인상 깊게 다가온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투자받은 돈은 25억원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우버조차 버거워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우버와 비슷한 차량 공유 모델로 사업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 회사의 사업 모델은 학원 버스의 빈 좌석을 다른 학원과 공유하는 것이다.
언뜻 봐선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옐로우버스와 연결된 학원 셔틀버스는 코로나19 확산 전 30여 대에서 현재 100여 대 수준으로 세 배가량 늘었다. 올해 말이면 700여 대로 급증할 것이다. 되레 ‘코로나19 특수’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투자자들은 옐로우버스의 강점으로 이 서비스를 둘러싼 모든 이해 관계자가 웃을 수 있는 구조를 꼽는다. 학원은 비용 절감, 학생·부모는 안전한 이동, 버스기사는 추가 수익의 기회를 각각 얻어 간다.
‘이코노미조선’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7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리버스랩 본사에서 한효승 대표이사를 만났다.
코로나19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굉장히 힘들었다. 학원 셔틀버스 공유가 옐로우버스 서비스의 핵심인데, 당시 정부가 방역을 위해 학원 운영을 강도 높게 통제했다. 학원 대부분이 문을 닫아 셔틀버스가 돌지 않으니 우리도 수익을 낼 수 없었다. 기회는 4월이 지나면서 찾아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약해지고 사람들이 조금씩 문밖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다. 모두의 머릿속에 ‘안전’이라는 키워드가 박혔다. 옐로우버스는 출범할 때부터 ‘Beyond Safety(안전, 그 이상)’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여전히 주변을 맴도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안전한 셔틀버스 수요를 키웠고, 옐로우버스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 같다. 4월 이후 전국의 많은 학원에서 연락이 쏟아졌다.”
일반 학원 버스도 안전은 신경 쓰지 않나. 옐로우버스가 더 특별한 이유는.
“동승자 탑승과 성실한 규정 준수. 이 두 가지가 옐로우버스의 특징이다. 시시하게 들리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우선 동승자 탑승부터 보자. 13세 미만 어린이가 타는 통학 차량에 성인이 반드시 동승해야 하는 일명 ‘세림이법’이 2017년 시행됐다. 우리가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조사해보니 셔틀버스에 풀타임 동승자를 탑승시키는 학원이 5% 미만이더라. 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동승자를 채용하는 비용보다 벌금 내는 게 낫기 때문이다. 일단 벌금 자체가 싸고, 단속도 거의 안 한다. 학원으로선 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 옐로우버스에는 동승자가 무조건 탄다. 2017년 서비스를 출시할 때부터 지켜온 철칙이다. 동승자가 되려면 도로교통안전공단에서 제공하는 어린이 차량 안전교육과 리버스랩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을 모두 이수해야 한다. 공단 교육은 2년에 한 번, 자체 교육은 두 달에 한 번 한다. 이렇게 동승자가 아이들을 사고로부터 지켜주고, 요즘 같은 시기는 손 소독제 사용과 마스크 착용 여부를 점검한다. 옐로우버스에 타면 규정을 성실하게 준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상당수 사고가 기본을 안 지켜서 발생하지 않나. 우리는 기본을 지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학원과 부모가 우리의 이런 마음가짐을 인정해준 것이다. 참고로 동승자의 대다수는 경력 단절 여성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수익은 어떻게 내나. 좌석 공유만으로 회사가 돌아가나.
“수익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발생한다. 첫 번째는 서비스 수수료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학원과 버스 측이 직접 계약했다. 옐로우버스는 학원과 계약하고 모든 셔틀버스 운영·관리를 대신 맡아준다. 전문 교육을 받은 동승자를 채용해 현장에 투입하고, 버스 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원도 처리한다. 학원은 옐로우버스에 서비스 수수료만 주면 된다. 두 번째는 좌석당 수익이다. 옐로우버스는 계약한 A학원 아이들이 셔틀버스에 타고 내리는 정보를 데이터로 만들어 주변 학원과 공유한다. 다른 학원 학생이 옐로우버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 버스의 빈 좌석을 확인한 뒤 결제하면 이용할 수 있다. 결제 금액이 100원이라면 50원은 리버스랩, 30원은 A학원, 20원은 버스 기사에게 간다. A학원은 버스의 빈 좌석을 공유해 돈을 벌고, 버스 기사도 학원 한 곳에만 속할 필요 없이 옐로우버스를 통해 여러 학원의 노선을 돌면서 대기 시간을 줄이고 수익을 내는 것이다. 많은 기사가 처음에는 일자리 빼앗기는 줄 알고 견제했는데,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파트너로 바뀌었다.”
부모 입장에선 어떤 점이 좋을까.
“아이들의 승하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버스에 탈 때 카드 단말기 같은 태블릿으로 본인 확인을 하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탄 버스가 현재 어디쯤 지나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이를 직접 케어하기 힘든 맞벌이 부부의 만족도가 특히 높다. 버스 기사도 좋아한다. 예전에는 아이가 친구와 놀기 위해 일부러 버스에 타지 않은 다음 부모에게 가서는 ‘버스가 그냥 출발해버렸다’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옐로우버스에는 버스 출발·도착 시각이 모두 기록되고 누가 탔는지도 다 남기 때문에 억울할 일이 없다. 길에서 버리는 시간도 단축된다. 옐로우버스는 정해진 노선을 루틴하게 도는 게 아니라 결제 정보를 토대로 매번 최적 노선을 생성한다. 아무도 타고 내리지 않는 정류장에는 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셔틀버스 순환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지난 6월 25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투자금은 어디에 집중적으로 쓸 생각인가.
“시스템 개발 인력과 현장 운영 인력 확충이 급선무다. 옐로우버스는 분당을 시작으로 수지·광교·죽전·위례·김포·평촌 등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9월부터는 세종과 목포에도 론칭한다. 서울은 광진구 일대는 이미 버스가 돌고 있고, 압구정·대치동·서초동에 새로 투입된다. 제주 지역 학원과도 논의 중이다. 연말쯤 700여 대의 옐로우버스가 전국 학원가를 돌게 될 것이다. 목표대로 순항할 경우 연내 손익분기점(BEP) 돌파도 기대해 볼 만하다. 노약자·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차량 공유 서비스도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