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스쿠터 시장을 놓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쿠터의 ‘E2 듀얼’은 매력적인 디자인에 듀얼 배터리를 탑재하고 보조금 혜택을 얹어 다시 한번 시장에 도전한다.
이쿠터는 중국산 전기 스쿠터 중에서도 고품질로 정평이 나 있는 브랜드다. 2018년에 국내 시장에 선보였던 ‘E1’은 예쁜 디자인에 괜찮은 성능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해 다소 높은 가격의 벽을 깨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선보이는 ‘E2’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합리적인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모델이다.
이쿠터 E2 듀얼은 구동계에 인휠 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인휠 모터 타입은 단가가 싸고 간단한 구조에 효율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휠의 질량이 지나치게 커지고 모터와 휠의 회전이 1 대 1이라 고속주행에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모터가 충격을 고스란히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내구성에도 문제가 된다.
반면 E2 듀얼은 모터와 휠을 벨트로 연결해 구동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모터와 바퀴 사이에 기어비를 설정할 수 있으며 벨트 덕분에 출력이 부드럽게 전달되고 소음도 적다. 고급 스쿠터다운 설정이다.
주행 성능은 만족스럽다. 주행 모드는 스마트와 스포츠로 나뉜다. 스마트 모드는 부드러운 가속과 최고 속도 시속 60㎞ 제한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모드다. 스포츠 모드는 최고 속도를 시속 99㎞(계기반상)에서 제한해 주행 성능에 집중하는 모드다. 가속은 부드럽고 꾸준히 속도를 붙인다. 대체로 100㏄, 혹은 50㏄ 2스트로크 스쿠터는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동력 성능이다. 다만 배터리 잔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주행 성능도 떨어진다. 배터리 잔량이 떨어질수록 스포츠 모드가 스마트 모드와 점점 차이가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
등판 능력은 일반적인 수준이다. 제조사는 18% 경사에선 최고 속도 시속 30㎞, 10% 경사에선 시속 45㎞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동네의 급경사로는 다 찾아다니며 테스트해봤다. 여느 전기 스쿠터들이 갔던 곳은 E2도 잘 갔고, 못 갔던 곳은 E2도 못 갔다. 크게 특이한 점은 없었다. 다만 스로틀(가속 레버)을 돌려도 경사가 급해 오르지 못하게 되면 과부하를 막기 위해 전원을 차단하는데, 그 시간이 타 모델들보다 조금 더 길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듀얼 배터리 탑재로 최대 200㎞ 주행
E2 듀얼의 가장 큰 특징은 듀얼 배터리 시스템이다. 64V 시스템으로 작동하며 42Ah메인 배터리와 20Ah의 보조 배터리 두 개가 함께 장착된다. 배터리 간 잔량이 달라도 이를 자동으로 분배해 사용한다. 제조사 측은 배터리 두 개로 갈 수 있는 최대 주행 거리는 200㎞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시속 40㎞로 정속 주행할 때 상황이다. 스포츠 모드로 일반적인 스쿠터를 타는 흐름대로 달리면 약 120~130㎞ 정도 주행할 수 있다. 실제로 완충 후 다시 충전하기까지 달린 거리는 100㎞ 정도였다. 길에서 완전히 방전돼 멈추는 일이 없도록 어느 정도 주행 거리를 남기고 충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행 가능 거리가 100㎞ 남짓인 모델의 경우 실제로 안심하고 쓸 수 있는 거리는 50㎞도 안 된다. 100㎞면 웬만한 거리의 출퇴근을 비롯해 일반적인 생활 반경은 거의 다 커버될 수 있으니 스쿠터로써 활용도가 크게 높아진다.
여기에 요즘 전기 스쿠터답게 편의 기능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키는 물리적으로 꼽아서 사용할 수 있지만, 리모컨 버튼을 눌러 활성화해서 탈 수도 있다. 리모컨 키로 차량의 잠금이나 도난 경보기를 켜고 끌 수 있다. 블루투스로 연결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전원을 켜고 끄거나 속도를 제어하고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다. 기타 편의 기능은 주차할 때 편리한 후진 기능과 정속 주행을 도와줄 크루즈 컨트롤이 있다. 스쿠터에 크루즈 컨트롤이 무슨 필요일까 싶지만 배터리 소모 관리를 위해 정속을 유지하며 달려야 할 때 꽤 유용하다.
“충전기 들어갈 공간 없어 아쉬워”
테스트를 진행하며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점도 많았다. 우선 듀얼 배터리를 다 탑재하면 충전기가 들어갈 공간이 없다는 것과 배터리를 분리해서 집에서 충전할 때는 개별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전기에 하나를 물려놓고 완충된 후 다른 배터리를 갈아 끼워야 한다. 이게 꽤 귀찮은 일인데다가 깜빡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두 개를 충전하려고 충전기를 물려놓은 채로 교체를 깜빡하고 하나만 완충하고 나가는 일이 있었다.
또 하나의 단점은 브레이크를 잡으면 구동력이 차단된다는 것이다. 언덕에서 출발할 때 브레이크와 스로틀을 동시에 사용하기 마련인데 이런 경우 브레이크를 살짝만 잡아도 뒤로 흐르기 때문에 출발할 때 불안하고 어색하다. 익숙해지면 괜찮지만, 초보자라면 실수할 확률이 높다. 또한 브레이크가 살짝 잡혀 있는 상태에서 스로틀을 열어도 안 나가다가 브레이크를 완전히 놓으면 확 튀어 나가는 문제도 있었다. 이것은 이쿠터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전기 스쿠터의 특징인데, 전기 스쿠터의 모터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 때문이다.
“내연기관 충분히 대체할 수 있어”
만듦새며 성능이며 이 정도면 스쿠터의 영역에서는 내연기관을 충분히 대체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내연기관 스쿠터보다 가격이 비싸 보조금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2020년 국가 보조금은 서울을 비롯해 대도시는 이미 신청자가 끝나 대기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