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내준 집의 월세를 인상하는 행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치료제의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 등은 모두 ‘지대추구 행위(rent-seeking behavior)’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지대(地代)는 말 그대로 토지 사용료를 의미한다. 소유권을 가진 자는 토지의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았는데도 사용료를 인상해 자신의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아무런 생산성의 제고 없이도 소유권을 이용해 소득을 확대하려는 다양한 행위를 지대추구 행위로 정의한다. 그런데 지대추구 행위를 경제학에서는 비생산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부가가치의 새로운 창출 없이 이전소득으로 소유권자에게 과도한 보상을 해 자원 배분의 왜곡과 생산위축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대추구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공급 제한이다. 이에 더해 수요까지 높으면 지대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공급 탄력성이 가장 낮은 상품이 토지다. 서울의 집값, 특히 강남 지역 집값이 다른 곳보다 더 높이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조건을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 지역 부동산을 확보하면 다른 어떤 곳보다 높은 지대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꺾이지 않고 있다.
토지나 자원과 같은 자연조건 외에 공급을 제약하는 요인은 대부분 인위적인 규제 때문에 만들어진다. 정부의 인허가권, 특허, 자격증 등이 공급을 제한하는 수단이다. 일례로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며 금융상품이나 거래행위도 규제의 대상이 된다. 얼핏 보면 규제 때문에 사업이 어려울 듯하지만 수많은 규제가 시장 내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보장하기도 한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불평등의 대가’라는 저서에서 금융 분야 종사자들의 연봉이 다른 분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이유로 정부에서 만들어준 독과점적 위치를 지적한다. 따라서 이 분야의 연봉 수준을 정부에서 제한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아울러 특허는 기술발달을 자극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기술개발자의 독점적 사용권을 보호해 일정 기간 지대를 보장하는 제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지금까지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전 세계의 주요 제약회사들이 전력을 다해 매달리고 있다. 먼저 개발하면 질병 퇴치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독점권을 이용해 엄청난 부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대를 보장하는 또 다른 제도는 자격증이다. 자격증은 원래 해당 분야 전문성을 검증해 그 기준을 통과하면 해당 분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것으로 증명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직역에 따라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간접적인 수단으로도 기능한다. 전문성을 획득하기 위해 투입되는 노력과 비용 대비 일정한 인센티브가 보장되도록 인력공급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험과 오랜 수학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려는 젊은이가 많다. 이 분야 공부에 관한 관심이 일차적인 배경일 것이지만 전문가로서의 자격증이 보장하는 지대를 평생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인센티브로 작용할 것이다. 넓게 보면 일류대학에 진학하려고 애를 쓰는 이유도 평생 일정 수준의 지대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경제 주체들은 추가적인 노력 없이 소득을 상승시키거나 지속해서 소득을 발생시킬 수 있는 지대추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부동산은 소유권만 획득하면 지대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제 주체가 시장 동향에 큰 관심이 있다. 정부의 규제가 영향을 미치는 인허가나 자격증 제도에 대해서는 관련된 기업이나 단체가 지대 유지와 확대를 위해 로비 혹은 정치적 압력으로 규제 당국을 포획하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의대생 정원을 확대하려는 정부 계획에 의료계가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다. 지대의 하락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의료인들의 시위가 확산하고 있으며 진료 거부와 같은 실력행사도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의료계의 정치적 압력이 과연 규제 당국을 포획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