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다. 화뮬란. 아버지의 갑옷을 훔쳐 입고 집에서 도망쳐 군인 행세를 했다지. 지휘관을 속이고 황군의 명예에 먹칠했으며 황궁을 파괴했도다!”
눈살을 찌푸린 백발의 중국 황제가 쭈뼛쭈뼛 서 있는 여성에게 역정을 낸다. 그러나 이내 황제는 온화한 미소를 띤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목숨을 구했도다.”
당시 하늘과도 같았던 황제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이를 지켜보던 수만 명이 일제히 이 여성에게 묵례한다. 이상적인 여성상이 정숙한 현모양처였던 중국 남북조 시대엔 매우 드문 일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1998)’의 한 장면이다.
갸름한 눈과 부드러운 미소. 방방 뛰는 천진무구함과 그 속에서도 돋보이는 전사의 기질. 뮬란은 전통적인 디즈니 세계관을 뒤흔든 아이콘이다. 백인이 아닌 동양인, 그것도 공주가 아닌 전사가 주인공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뮬란은 개봉 당시 흥행에 성공하면서 약 3억달러(약 356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후 후속작도 여럿 나왔다. 디즈니에선 2004년 ‘뮬란 2’를 선보였고, 2010년엔 중국에서 ‘뮬란: 전사의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실사 영화가 제작됐다.
올해 홈그라운드인 디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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