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글로벌 공공 부채 규모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100% 수준까지 이르러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10월 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연설을 통해 “파산 증가, 금융시장 가치 상승 지속 등을 포함해 위험이 여전히 높다”면서 “상당수 국가가 (이전보다) 더 취약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글로벌 경제가 ‘중기간’에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1~2년 안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경제 흐름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 레이팅스(이하 S&P) 역시 올해 글로벌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S&P의 테리 챈 아·태 지역 신용 연구원과 알렉산드라 드미트리예빅 글로벌 헤드는 이번 칼럼에서 단기 부채 위기 가능성이 작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앞으로 2년간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저금리 기조 유지 등으로 부채를 줄이는 데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다만 채무자의 상환 능력에 따라 부채 위험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왼쪽부터 테리 챈(Terry Chan)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P) 글로벌 레이팅스 아·태 지역 신용 연구원알렉산드라 드미트리예빅 (Alexandra Dimitrijevic)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P) 글로벌 레이팅스 글로벌 헤드
왼쪽부터
테리 챈(Terry Chan)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P) 글로벌 레이팅스 아·태 지역 신용 연구원
알렉산드라 드미트리예빅 (Alexandra Dimitrijevic)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P) 글로벌 레이팅스 글로벌 헤드

정부·기업·가계 등 3대 경제 주체가 코로나19 탓에 경제 위기에 놓였다. 많은 시장 전문가가 급격한 레버리지 비율(자기 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 증가세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S&P는 올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기업·가계의 부채 비율이 지난해보다 14% 증가한 26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S&P는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성은 높지만, 단기 부채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본다.

S&P는 높아진 레버리지와 어려운 경영 환경 등을 이유로 5분의 1에 해당하는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기업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부양책이 끝나기 전에 현금흐름과 실적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야 부실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각국 정부가 수용적인 통화 정책을 펼친다고 가정하면 글로벌 경제는 부침을 반복하겠지만, 전반적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년 중반쯤에 백신이 널리 보급되는 한편 각국 정부가 단계적으로 경기 부양책을 축소하고, 많은 기업이 실적을 회복하고, 가계가 보수적으로 소비한다면 2023년쯤 글로벌 레버리지 비율은 완화될 것이다.

부채를 논할 때 채무자의 상환 능력도 고려해야 한다. 전례가 없는 오늘날의 재정·통화 정책은 채권 시장과 은행 대출을 통해 기업에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고 있다. 낮은 수준의 차입 비용은 오랫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S&P는 2023년까지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신용 스프레드(신용 가산금리)는 지난 3월부터 강세를 보였다.

현 상황에서 기업은 시장 리스크보다 자사 고유의 리스크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일수록 그러한 경향은 강해진다.

한편으로는 늘어난 부채가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키우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 경기 부양책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려는 국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많은 국가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채무 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빚은 더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금융 시장이 탄탄하고 통화 정책의 유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선진국 대부분은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


S&P는 많은 국가가 부채 증가세를 안정화하고 ① 재정 적자라는 비극을 반전시킬 것으로 본다. 그래서 지금까지 S&P는 주요 7국(G7)의 신용등급을 내리지 않았다. 투기 등급 국가는 원래 재정 상태가 취약하고 충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서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몇 달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국가는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모든 국가가 내년까지 부채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평가 결과가 엇갈릴 것이다. 생산적인 활동에 돈을 쓰고, 국가 소득을 높이고, 정부 수입을 늘리면 현재의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늦거나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재정 지표를 회복하지 못하면 신용등급 하향 조정 압박이 강해질 것이다.

기업은 빚을 내서 현금성 자산을 확충하거나 기존 부채를 상환하는 경우가 많았다. 투자 적격 등급의 미국 비금융 회사 중 75%가 올해 상반기에 빌린 돈을 현금성 자산으로 쌓아둔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의 경우 이 수치가 50%에 달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나 중소기업,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기업의 경우 이마저도 할 수 없었다. 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돈을 빌렸고, 소득 감소분과 운영비 부족분을 메꿔야 했다.

가계의 경우 GDP가 줄면서 부채 비율이 높아진 경우가 많았다. 가계는 소득이 줄어들면 더 많은 빚을 지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과거 경기 불황기를 돌이켜보면 가계는 ② 보수적인 소비 성향으로 변화하면서 부채 증가세를 둔화시켰다. 이를 고려하면 내년부터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점진적인 개선세를 보이고 2023년 말 66% 정도로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정부·기업·가계가 얼마나 빨리 많은 부채를 줄일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세에 달렸다. 부채 감소보다 GDP 회복의 결과로써 부채 비율 곡선은 평평해질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 백신 보급 지연, 금리 인상, 급격한 신용 스프레드 확대, 부채의 지속적인 증가, 수요 회복세 둔화 등으로 인해 W 자형 경기 침체가 올 수도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예상대로 진행되더라도 일부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다. 신용도가 낮은 채무자나 취약 업종의 기업에 대한 단기적인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그렇지만 단기간에 대규모 부채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 우리는 위안을 얻을 수 있다.


Tip

미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면서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의 재정 적자를 냈다. 미 재무부는 10월 16일(현지시각) 2020 회계연도(2019년 10월 1일~2020년 9월 30일)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가 3조1320억달러(약 3570조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대규모 재정이 투입된 2009 회계연도와 비교해 재정 적자 규모가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2019 회계연도 재정 적자액의 세 배 수준에 달한다. 이는 세입은 줄었는데 지출이 늘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2020 회계연도 연방정부 세입은 3조4200억달러(약 3899조원)로 전년보다 1.2% 감소했지만 지출은 47.3% 증가한 6조5500억달러(약 7467조원)로 집계됐다. 미 의회는 3~4월 네 차례에 걸쳐 2조8000억달러(약 3192조원)에 육박하는 경기 부양 예산을 통과시켰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주요 선진국의 가계 저축률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미국의 저축률은 지난해 말 대비 6.9%포인트 오른 14.1%로 나타났다. 영국의 저축률은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6%에 불과했던 영국의 저축률은 2분기 말 31.8%까지 올랐다. 유로존도 지난해 말 12.3%에서 올해 2분기 말 24.6%로 상승했다. 저축률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저축률을 말한다. 국제금융센터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저축률이 급증한 건 불확실성 증대가 큰 몫을 했다고 분석한다. 분석 근거는 비자발적 저축보다 자발적 저축이 많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기회 상실로 강제로 하게 되는 비자발적 저축은 이동 제한 조치 완화 시 대부분 소멸되는 반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자발적 저축은 조치가 완화되어도 장기간 지속된다. 센터에 따르면  미국, 영국, 유로존에서 2분기까지 늘어난 저축 중 40%는 고용, 소득, 금융, 정책 불확실성으로 늘어난 자발적 저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