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이동현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이 있다. 이 말은 198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예일대 제임스 토빈 교수가 그 당시 수상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처음 언급한 말이다. 토빈 교수는 투자 행위에 관한 포트폴리오 이론을 정립함으로써 대중이 금융시장을 이해하는 데 통찰력을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 그는 이를 통해 자산선택이론의 창시자로 불렸다.

사전적 의미로 포트폴리오라는 말은 ‘여러 장의 서류나 그림을 그린 종이 따위를 한데 모아 끼워 넣은 서류철’을 뜻한다. 하지만 경제학에서는 주식과 같은 투자 자산을 분산해 투자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분산투자를 실행함으로써 다양한 수익 창출 구조를 만들어 투자의 위험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자산가들이 주식에 투자할 때 분산투자를 기본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한두 종목에만 집중하는 ‘몰빵(집중) 투자’를 하면 성공 시 기대 이상의 큰 수익을 남길 수 있지만, 반대로 실패하게 되면 회복 불가능할 만큼의 엄청난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투자는 어떨까? 사실 주식과 달리 부동산은 자연적·인문적 특성(위치의 고정성, 부증성, 개별성, 지역성 등 다양한 제약 요인 존재)으로 인해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는 않다. 포트폴리오 이론에 입각한 분산투자를 실행하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그간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은 지금껏 고성장 시대와 함께해왔기에 그럴 필요성도 없었다. 부동산 개발과 함께한 고성장 시대에는 특정 지역 내 토지나 아파트에 몰빵해 투자해도 만사형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다르고 분위기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인구 감소, 가구 분화, 저출산·고령화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큰 변화는 대한민국의 ‘저성장 고착화’다. 따라서 같은 유형의 부동산에 몰빵해 투자하거나 동일한 지역에 소재한 부동산에 몰빵해 투자했다간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각종 통계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경우 개개인의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70%를 넘어선다고 한다. 이들은 수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부동산에 투자할 때 포트폴리오에 관심 갖지도 않았고 분산투자 필요성조차 느끼질 못했다. 부동산 불패 신화로 시류나 분위기에 편승한 이른바 ‘묻지 마 투자’가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 상황만 봐도 몰빵 투자의 위험성을 느낄 수 있다. 당시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큰 폭으로 급락하자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자산관리 측면에서라도 포트폴리오식 부동산 투자 설계를 선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이를 반영하듯 최근 몇 년 사이 자산가들 사이에서 부동산 포트폴리오 다양화 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에 투자할 때도 주식투자 때와 마찬가지로 특정 유형(종목), 특정 지역(장소)에만 국한시켜 투자하는 것을 피하고 가급적 여러 유형의 부동산, 여러 지역의 부동산에 골고루 분산시켜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었다.

우리는 ‘올 인(All in)식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 한 정년퇴직자가 월세가 나오는 소형 오피스텔이 대세라는 소문을 듣고 노후 대비 투자용으로 퇴직금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털어 특정 지역에 소재한 동일한 오피스텔을 여러 채 신규 분양받았다고 가정해보자. 당장은 분양 업체에 의해 잘 맞춰진 임대료로 적지 않은 이득을 볼 수 있을지라도 투자 관점에서 보면 이는 분명코 잘못된 선택일 뿐이다. 다주택자의 오피스텔 매입 제재 정책이 나오거나, 주변에 물량이 쏟아진다면 가격 하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재개발·재건축 투자가 돈이 된다는 생각에 이자조차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무리한 대출을 받아 특정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부동산에 몰빵한다면 위험성이 너무나도 크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분산투자가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에서도 분산투자가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투자자 유형에 따른 부동산 분산투자 방법

반면 각각의 투자자가 자신의 여건과 시장 상황에 맞춰 포트폴리오식 분산투자를 실행한다면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고 보다 안정적으로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자의 유형에 따라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첫째, 노후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은퇴한 투자자의 경우다. 일단 큰 폭의 매각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접근방식보다는 원활한 현금흐름을 담보할 수 있도록 임대수익을 기대하고 접근하는 게 좋을 것이다. 또한 투자자의 연령이 상대적으로 고령인 만큼 안전성과 환금성 확보를 위해 투자 위험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들의 경우 임대수익 창출에 유리한 도심지 유망 상가나 지식산업센터, 역세권 소형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식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둘째, 현재 2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의 경우다. 최근 수년간 대한민국 아파트 가격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통해서도 쉽사리 확인할 수 있다. 다주택자들의 갭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 추가적인 아파트 매입은 포트폴리오식 분산투자의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연이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이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하는 만큼 추가적인 아파트 매입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셋째, 동일 지역, 동일 단지 내 상가나 오피스텔, 분양형 호텔 등을 신규로 여러 채 분양받는 투자자의 경우다. 대개 이들은 계약금만 가지고 상당수 분양대금을 은행에서 대출한다. 이는 포트폴리오식 분산투자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분양 업체 측의 과장된 광고나 감언이설에 속을 수 있어서 위험하다. 특히 신규로 분양하는 택지개발지구 내 상가의 경우 아파트 분양 시점에서 입주민 정착 시까지 통상 5~1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소요됨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겠다.

넷째, 부동산 펀드나 리츠(REITs)와 같은 간접투자상품을 활용하는 투자자의 경우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경제 규모가 크고 금융시장이 안정화될수록, 그리고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할수록 부동산 펀드나 리츠처럼 부동산에 금융이 가미된 간접투자 방식이 인기를 끈다. 특히 임대가 용이한 주요 도심지 오피스 빌딩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펀드의 경우 인기가 상당하다.

저성장 시대에 소액으로 고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부동산 펀드나 리츠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포트폴리오식 분산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