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1982년 워싱턴포스트(WP)는 ‘선벨트 지역에 밀리는 실리콘밸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신문에 실었다. 38년 전에도 캘리포니아의 높은 집값과 세금은 기업가들을 옥좼다. 그 당시 몇몇 테크 기업들은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거처를 옮겼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리콘밸리 내 대이동이 다시 시작됐다. 벤처캐피털 기업과 투자처 간 거리가 20분 내여야 한다는 실리콘밸리만의 ‘20분 룰(20-minute rule)’에도 균열이 생겼다. 투자자들의 사무실이 실리콘밸리 가까이 있어도, 재택근무를 하므로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기업이 반드시 투자자와 가까운 물리적인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필자는 높은 세율과 강력한 규제 등을 이유로 많은 기업이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 등으로 이주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동시에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이 반기업적인 발의안에 반대표를 던지고 있는 만큼 희망은 남아있다고 진단한다.
존 테일러(John B. Taylor)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위원, 몽페를랭회(會) 회장, 미국 재무차관
존 테일러(John B. Taylor)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위원, 몽페를랭회(會) 회장, 미국 재무차관

실리콘밸리에서는 미국의 가장 역동적인 기업 중 일부가 지분을 끌어내고 캘리포니아를 떠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1939년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가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의 한 차고에서 시작한 회사인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 본사는 텍사스 휴스턴으로 이전하게 됐다. 소프트웨어 대기업 오라클은 이미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시티에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겼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도 마찬가지로 텍사스로 테슬라의 거처를 옮기겠다고 밝혔다.  ① ‘골든 스테이트(캘리포니아주의 별칭)’에 환멸을 느낀 론스데일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캘리포니아, 사랑하고 떠나라(California, Love It and Leave it)’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해줄 수 있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뻔하지만 바로 높은 수준의 세율이다. 캘리포니아에서 부과하는 최고 ② 개인소득세율은 13.3%이며, 4만5753달러(약 4998만원)와 5만7824달러(약 6317만원) 사이의 소득에서 발생하는 과세율은 8%다. 반면, 텍사스는 개인소득세가 없다.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의 법인세율이 8.84%에 달하지만, 텍사스는 법인세율을 적용하지 않는다. 대신 총수입액 기준으로 평균 1%의 프랜차이즈 세금(주 정부 비즈니스 허가비)을 부과하는 쪽을 택한다. 마지막으로 캘리포니아는 7.25%의 주 판매세까지 부과한다. 텍사스의 판매세는 6.25%다.

또한 캘리포니아의 평균 실효 재산세율은 텍사스보다 낮지만, 높은 집값이 결국 이 차이를 상쇄한다. 수수료를 포함한 평균 재산세율은 캘리포니아에서 1%, 텍사스에서 약 1.9%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평균 집값은 45만달러(약 4억9162만원)에 달하며, 연간 평균 재산세는 집값이 대략 14만6000달러(약 1억5950만원)인 텍사스보다 2800달러(약 305만9000원) 적은 4500달러(약 491만6250원)다.

규제의 차이도 입지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리서치 싱크탱크인 퍼시픽 리서치 연구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50개 주 중 두 번째로 높은 고용 규제 부담을 안고 있다. 이 순위는 근로자 보상, 직업면허, 최저임금, 노동법, 필수 의료 혜택, 실업보험 그리고 단기 장해급여 등 7개 분야의 종합점수에 기반한 것이다. 직업면허와 같이 숨겨진 규정을 포함한 각 규정은 규정 준수 비용을 발생시키며, 이는 스타트업에 상대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땅이 주거, 상업 또는 휴양 목적으로 쓰이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 또한 주마다 편차가 있다. 보통 시나 자치주에 의해 결정되는 토지이용 규제는 주거지의 건축을 막거나 제한해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된다. 경제학자 카일 허켄호프, 리 오하니안 그리고 에드워드 프레스코트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가장 제한적인 토지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반면, 텍사스는 “가장 낮은 수준의 토지 이용 규제를 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스타트업이 자리한 실리콘밸리의 전경.
많은 스타트업이 자리한 실리콘밸리의 전경.

재택근무 활성화 속 위기의 캘리포니아

코로나19 대유행은 기술 분야 종사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근무지 근처에 거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며 이러한 세금, 규제 차이를 크게 부각했다. 기업들이 실리콘밸리를 무리 지어 떠나는 현상은 화상회의 서비스와 같은 통신 기술 혁신 덕이다. 오라클은 최근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사무실 이전과 관련해 “많은 직원이 사무실 위치를 직접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제나 풀타임으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를 자동차로 한 바퀴 돌면,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애플의 직원 전용 주차장이 텅텅 비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기업들이 본사의 거처를 옮기는 것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직원은 집단 감염 상황 속에서 거리를 두고 ‘뉴노멀’에 맞춰 일할 것이 분명하다. 페이스북은 이미 직원 절반이 재택근무를 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의 주 정부와 지방 정부는 과연 부담스러운 세금, 규제와 같은 장벽을 낮춰 외부로의 대이동을 막으려 할까? 다행히도, 2020년 11월 미국의 유권자들이 내렸던 중대한 결정은 변화에 대한 희망을 낳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라이드헤일링(이동수단 호출 서비스) 플랫폼 운전사를 독립 계약자로 분류하는 안인 ‘발의안 22’를 승인했다. 이를 통해 유권자들은 2019년 9월부터 플랫폼 운전사를 직원으로 분류해 기회를 제한해 온 국회법 5조(AB5)의 일부를 무효화했다.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다른 좋은 징조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상업용과 공업용 부동산의 세금을 인상하기 위한 헌법 개정의 발판이 될 뻔한 ③ ‘발의안 15’를 거부했다. 발의안에 거부하는 측은 이 안이 재산세를 낮추는 데 오랫동안 기여한 1978년 국민 발의안 ‘발의안 13’을 휩쓸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이로 인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발의안 15’를 공식 지지하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 주민은 높은 세율로 재산세 문제가 더 복잡해질 것을 우려해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활력의 동력도 여전히 남아있긴 하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화상회의 서비스 업체 줌은 재택근무의 성장을 촉진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백신 공급과 함께 실리콘밸리의 빈 주차장이 다시 꽉 찬다 하더라도, 많은 기업이 규제로 인한 운영 부담을 덜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이곳을 떠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주 의원들은 이러한 문제를 직면하는 대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새로운 부유세 도입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정책 입법자들은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증가하고 있는 노숙자 문제와 주 전역에 번지고 있는 산불 문제를 다루는 데 실패한 가운데, 높은 삶의 질을 제공할 수 있던 캘리포니아의 주거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계에서 은퇴한 한 저명한 기업가는 필자에게 “나는 여전히 캘리포니아를 사랑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젠 해묵은 과제를 해결해야 할 때다.


Tip

미국 서부지역 캘리포니아의 별칭은 ‘골든 스테이트’, 즉 황금의 땅이다. 19세기 북캘리포니아 강변에서 사금이 발견되면서 미 전역에서 사람과 자금이 몰려 경제가 성장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당시 25만여 명의 ‘서부 개척자’들이 황금을 찾으려고 몰리면서 일명 ‘골드 러시’가 발생했다. 이때 새롭게 늘어난 젊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UC 버클리 등 여러 명문 학교가 생겨났고 철도가 개설됐다. 인재, 교통, 자본의 요충지로 거듭난 캘리포니아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정보기술(IT)과 항공우주 산업의 중심지로 미국 경제를 견인했다.

연방정부 소득세와 별개로 최고 13.3%에 달하는 캘리포니아주 개인소득세율은 미국에서 가장 높다. 뉴저지주(10.75%), 미네소타주(9.85%), 뉴욕주(8.82%)에 이어 미국에서 가장 높은 주에 속한다. 반면 텍사스주를 포함한 워싱턴주, 플로리다주 등은 주 차원의 소득세가 없다. 2018년 테슬라에서 500억달러(약 54조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경우, 텍사스주로 이주하고 이 옵션을 행사한다면 주 정부에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발의안 15는 300만달러(약 32억원) 이상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매년 시가를 반영해 재산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발의안이다. 이는 1978년 통과된 캘리포니아주의 ‘발의안 13’을 대대적으로 수정한 것이다. 발의안 13은 거주용 주택과 상업용 건물 모두 재산세 산정을 구매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해 매년 최대 2%로 상승률을 제한해왔다. 이에 반해 발의안 15는 이러한 제한을 없애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소 자영업자를 포함한 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며,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침체한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