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에서는 실제 부부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이혼한 부부를 한자리에 모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부부는 경제적 공동체로서 혼인 생활 중 서로 간에 재산이나 금전 거래를 하게 된다. 부부에 얽힌 세금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비단 결혼식과 혼인 생활 중이 아니더라도 이혼 또는 사별을 하면 세금 문제에 부딪힌다. 결혼부터 사별까지 부부간에 생길 수 있는 세금 문제와 그 대응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결혼│축의금도 까딱하면 과세
우선 결혼식 때 받는 축의금에도 세금 문제가 숨어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범위 내의 축의금은 비과세대상’이다(제46조 제5호). 얼마가 사회 통념에 부합하는 금액인지는 정하고 있지 않으나, 국세청은 현실적으로 축의금에 대해서는 사실상 과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결혼한 부부가 축의금을 재산취득자금의 출처로 주장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축의금은 하객이 혼주인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에서 혼주에게 건네는 것이기 때문에 결혼한 부부가 혼주인 부모로부터 증여받았다고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세심판원은 청첩장 및 방명록 등에 비춰 결혼한 부부의 친분에 따라 부부에게 직접 건넨 축의금은 혼주로부터 증여받은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결혼식 날 증빙을 잘 보관해 둬야 혹시 모를 낭패를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결혼 직후 또는 혼인 생활 중 별다른 소득이 없는 아내가 남편 자금으로 자신 명의의 부동산을 사는 경우가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 제1항은 ‘재산을 자력으로 취득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그 재산의 취득 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아내에게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그런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8조 제3호는 ‘부동산 명의신탁(소유관계를 공시하게 돼 있는 재산에 대해 소유자 명의를 실소유자가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해놓는 것)을 원칙적으로 무효로 본다’라면서도, 예외적으로 부부간의 부동산 명의신탁은 허용한다.
이처럼 상충하는 법률이 있을 때 중요한 건 판례다. 판례는 자금 출처를 중시한다. 취득자금을 댄 사람이 명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면 명의자 재산이라는 추정이 깨어진다고 본다. 즉, 남편이 아내에게 취득자금을 증여할 의사가 있었는지 아니면 아내에게 증여할 의사 없이 명의신탁하려는 것이었는지에 따라 증여세 부과 여부가 판가름 난다.
혼인 생활│자금 이체 시 증빙 마련해야
혼인 생활 중 부부간에는 다양한 이유로 자금 이체가 이뤄진다. 그것이 생활비이고 사회 통념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면 증여세 비과세 대상이다. 조세심판원은 가족 간 상호 필요에 따라 융통한 금액이 차용증 등의 작성이 없더라도 실제 상환 사실이 금융 거래를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된다면 증여로 단정할 수 없다고 본다. 상환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판례는 ‘부부 사이에서 일방 배우자 명의의 예금이 인출돼 상대 배우자 명의의 예금 계좌로 입금되는 경우에는 증여 외에도 단순한 공동생활 편의, 일방 배우자 자금의 위탁 관리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예금의 인출 및 입금 사실만으로는 해당 예금이 증여된 것으로 추정할 수 없다’고 본다(대법원 2015두41937 판결).
다만 위 판례는 일방 배우자 매달 급여의 거의 전부를 이체했기 때문에 자신이 번 돈 전부를 배우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사정은 있었다. 실제 특수관계인 간의 무상대여는 세법상 적정 이자율(연 4.6%)을 적용한 연간 이자가 1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부부간에 약 2억1700만원까지는 증여세 부담 없이 대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국세청 사무처리준칙(상속세 및 증여세법 기본통칙)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간의 소비대차는 인정하지 않고, 증여로 본다. 결론적으로 증여 의사가 없었다는 사정을 설득력 있게 밝힐 증빙을 미리 구비해 둬야 증여로 오해받는 일이 없다는 의미다.
이혼│재산 분할 및 위자료 문제
부부는 때로 이혼할 수도 있다. 이혼에는 재산 분할과 위자료 지급 문제가 수반된다. 재산 분할은 혼인 중에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해 분배하는 것이다. 재산 분할을 해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유상양도가 아니어서 양도소득세 대상이 되지 않고, 재산 분할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소득 또는 무상 증여가 아니어서 소득세나 증여세 대상도 되지 않는다.
위자료는 취급이 다르다. 위자료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혼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배상받는 일종의 손해배상이므로 소득세나 증여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재산 분할과 같다. 그러나 위자료를 지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위자료 지급 의무의 소멸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이므로 양도소득세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이혼하면서 양도소득세 대상인 부동산이나 주식을 이전할 경우에는 재산 분할 부분과 위자료 부분을 명확히 하면서 재산 분할 부분을 넉넉히 해 두는 편이 세무상 유리하다. 다만, 판례는 재산 분할이 재산 분할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정도로 과대해 그 실질이 증여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상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은 증여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별│상속세와 증여세 문제
부부가 사별하는 경우에는 상속세 문제가 뒤따른다. 배우자 상속공제는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금액과 30억원 중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배우자 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기한 다음 날부터 9개월(배우자상속재산 분할기한) 이내에 상속재산을 분할하고 세무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공동상속인 간의 분쟁 등으로 그때까지 협의 분할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그 부득이한 사유를 배우자상속재산 분할기한부터 6개월 이내에 세무서장에게 신고하지 않으면 배우자 상속공제는 최소공제액인 5억원밖에 인정받지 못한다.
증여세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상속재산 협의 분할이 상속세 신고기한(6개월) 내에 이뤄지지 않더라도 일단 법정상속분대로 상속등기를 했다가 나중에 협의 분할하는 경우가 많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 제3항은 ‘상속 개시 후 등기 등으로 각 상속인의 상속분이 확정된 후 공동상속인이 협의해 분할한 결과, 특정 상속인이 애초 상속분을 초과해 취득하면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례는 일단 법정상속분대로 상속등기가 됐더라도 그 후 상속재산의 협의 분할에 따라 법정상속분을 초과해 취득한 경우 그 초과 부분은 다른 상속인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본다.
상속재산에 관한 분쟁 등으로 협의 분할이 최초로 이뤄진 경우에는 그때 비로소 ‘상속분의 확정’이 있고 협의 분할의 효력은 상속개시일로 소급하므로 그 후 재분할 협의를 하는 경우에만 위 규정의 적용 대상이라는 취지다.
이처럼 부부간 거래에서도 가능한 세무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해 보수적인 입장에서 증빙을 제대로 갖추고, 정해진 기한을 지키는 것이 절세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