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을 하고 있는 A씨는 결혼 10년 차 맞벌이 부부다. A씨는 결혼할 때 월셋집부터 시작해 지금은 전셋집에 살고 있다. 그는 최근 집주인에게 “3개월 안에 집을 비워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랴부랴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전셋값이 많이 오르고 있어 걱정이다. A씨의 친정 언니는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내 집 마련을 하라고 권하는데, 상투를 잡는 꼴이 될까 봐 결정을 못 하고 있다. 그는 내 집 마련에 무관심했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정보를 찾아 나섰다.
지난해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실수요자가 많다. KB국민은행 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은 13.0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연립주택 가격은 8.18%, 단독주택 가격은 6.81% 상승했다. 주택 가격 상승은 서울 지역에 한정되지 않았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9.65% 올랐고, 연립주택 및 단독주택도 각각 6.47%, 3.8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07%로 전주(0.06%) 대비 0.01%포인트 상승했다. 전셋값도 매물 부족 현상으로 지난주(0.13%)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서울 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9577가구로 2020년(4만351가구) 대비 2만774가구 줄어들면서 계속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A씨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내 집 마련에 나선 무주택자는 무엇을 알아야 할까. 내 집 마련을 앞당기면서 성공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사항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무관심의 벽을 철거하자. 내 집 마련에 있어 관심과 무관심은 하늘과 땅 차이다. 관심이 생기면 내 집 마련의 속도는 훨씬 빨라지게 된다. 반면 무관심은 내 집 마련을 처삼촌 묘 벌초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한다. 투자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서야 하는데, 종잣돈이 부족해서, 시간이 없어서, 배우자가 반대해서 등 여러 이유를 대며 투자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 문제다.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놓친 기회만 아쉬워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안 된다.
물론 부동산 투자를 할 때 소문은 걸러서 들어야 한다. 돈이 된다는 부동산 정보는 봇물 터지듯 넘쳐난다. 하지만 진짜보다 가짜 정보, 소문에 의해 침소봉대(針小棒大)된 정보가 더 많다. 실수요자들은 가짜 정보를 더 믿기 쉽다. 가짜 정보는 반드시 조심하자.
둘째, 징검다리 전략을 세우자. 종잣돈이 다소 부족한 경우, 어느 한 지역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죽어도 서울 강남이 아니면 안 된다는 유난스러움은 쓰레기통에 버리자. 설령 강남에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목표인 경우에도 처음부터 그 지역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우선 수도권을 거쳐 서울로 진입하고 그다음에는 강남에 입성하는 징검다리 전략이 필요하다. 폭이 넓은 냇가는 징검다리를 밟아야 빨리 건널 수 있다는 뜻이다. 이때 소득에 맞게 자금 계획을 잘 짜야 한다. 무리하게 은행 돈을 빌려 공짜로 내 집 마련할 생각은 접어야 한다.
종잣돈이 부족하고 대출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자.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을 활용하면 좋다. 다만 디딤돌대출을 받으려면 주택 가격이 5억원,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여야 한다. 서울 집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4억~5억원대로 매수할 수 있는 아파트도 아직 남아 있다. 대중교통 사각지대로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이다. 다만 향후 교통 호재가 있는 대단지 중심으로 찾아보는 게 좋다.
셋째, 무주택자인 경우에는 자금 계획이 세워졌다면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한다. 가격이 더 내려가기를 기다리다가 매수 시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전셋값이 상승하는 것보다 매매 가격은 그 이상으로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실수요자들은 매수에 나서면 어제와 오늘의 아파트 가격을 비교하게 된다. 그러면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시점에는 쉽게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하게 된다. 내 집 마련의 첫걸음은 오늘의 가격을 인정하는 것이다. 오늘의 가격이 제일 싸다고 생각해야 내 집 마련을 앞당길 수 있다.
넷째, 분위기에 편승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자. 우리는 옷을 구매할 때에도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만져보고 입어본다. 최적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고 이성적으로 옷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를 장만할 경우에는 오히려 반대다. 감성적인 분위기에 편승해 아파트를 매수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파트에 대한 미래 가치를 보지 않으면, 집을 장만할 수 있어도, 투자 성공은 어려울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은 아파트를 매수하기만 하면 가격은 무조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분명한 오산이다. 한두 번의 전세 계약과 매매 계약을 했다고 해서 부동산을 잘 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내 집 마련과 함께 투자(재테크)에도 성공하려면 주관적인 자만심은 버려야 한다.
특히 감성적인 의사결정은 금물이다. 일상의 관습적인 생각에 따라 실행하는 것도 안 된다. 대표적인 예로 아파트의 실내 분위기에 유혹당하는 순간, 투자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매수 예정인 집 안 분위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거실은 깔끔하고 단아하며, 주방의 싱크대는 실용적이면서도 우아하고, 안방의 붙박이장과 화장실의 세면대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고 해서 미래 가치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아파트의 미래 가치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영향을 준다. 먼저 커뮤니티를 갖춘 중대형아파트 단지를 고르는 것이 좋다. 가구 수가 적으면, 미래 가치는 제한적이다. 초등학교를 비롯해 중·고등학교와 학원 등 교육환경도 따져봐야 한다. 또 대형병원, 백화점, 대형마트 등 편의시설과 교통환경, 강·공원 등 녹지공간 같은 자연환경 등이 미래 가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