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 구단 한화이글스의 30년 골수팬인 직장인 김영권(43)씨의 별명은 ‘부처님’이다. 그가 수년간 성적이 좋지 않은 한화이글스를 한 번도 배신하지 않은 ‘찐 팬(진짜 팬을 뜻하는 신조어)’임을 아는 지인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김씨는 최근 한화이글스의 이름이 들어간 은행 적금에 가입했다. 김씨는 “올해 한화이글스의 우승을 기원하며 매달 적은 돈이라도 꾸준히 넣을 것”이라고 했다. 4월 3일 KBO(한국야구위원회) 정규 리그 개막과 함께 금융권의 스포츠 마케팅도 불붙고 있다. e스포츠(온라인 게임), 배구, 골프 등 분야도 다양하다. KBO 정규 리그 타이틀 스폰서사인 신한은행은 3월 29일부터 ‘신한 프로야구 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2021 신한 두산베어스 적금’처럼 가입자가 선택하는 구단에 따라 상품명이 맞춤형으로 정해진다. 기본금리 연 1%에 조기가입 우대금리 0.2%포인트(6월 30일까지 가입자 대상)를 더해 가입자가 선택한 구단의 성적에 따라 추가 우대금리를 최고 1.2%포인트 준다. 가입 최저 금액 문턱도 낮다. 월 최소 1000원부터 최대 5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실적도 쏠쏠하다. 이 적금의 판매 계좌 수는 2019년 12만2817개에서 지난해 13만4311개로 9.4% 증가했다. 올해는 출시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4월 27일 기준 4만4000개가 판매돼 전년 실적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신한은행 측의 관측이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e스포츠 리그 관련 마케팅에 한창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1월 다국적 게임사 라이엇게임스의 히트작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계약을 통해 2023년까지 LCK와 인연을 이어 나가며, LCK경기장 내 우리은행 브랜드 광고와 현장 이벤트를 통해 전 세계로 이름을 알릴 계획이다. 상품 판매에도 LoL을 활용한다.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우리원(WON)뱅킹’을 최초로 가입하고 적금과 청약 저축 등 비대면 저축 계좌를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약 6만 개의 LoL 아이템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펼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이템 지급 이벤트에 6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고객 반응이 뜨겁다”라고 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12월 LoL 프로게임단 샌드박스 게이밍과 네이밍 스폰서십을 맺었다. KB국민은행은 △샌드박스 게이밍이 보유한 디지털 플랫폼 및 팬덤을 활용한 다양한 팬마케팅과 이벤트 진행 △샌드박스 게이밍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금융 상품 및 서비스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인기가 높아진 골프와 K리그(프로축구) 관련 마케팅에 한창이다. 하나금융은 4월 20일 소속 골프단 선수들을 대상으로 ‘든든미래 홀인원’ 종합 자산관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고정된 수입과 지출이 없는 프로골프 선수들의 특수성에 따라 차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매칭 프로그램이다. 앞서 4월 2일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선수들의 ‘든든미래 어시스트’ 프로그램을 출범하고 K리그 선수들의 자산관리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K리그 타이틀 스폰서사다.
배구 종목의 경우 저축은행 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업계 3위권인 호주계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여자 프로배구단 창단 작업에 한창이다.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인지도 높이기가 목적이다. 페퍼저축은행은 4월 22일 김형실 전 여자 배구 국가 대표팀 감독을 초대 감독으로 선임하고, 4월 28일 ‘2021 한국배구연맹(KOVO)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활용해 헝가리 출신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 선수를 지명했다. 일각에서는 페퍼저축은행이 여자 배구 간판스타인 김연경(흥국생명) 선수 영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관측하기도 한다. 중형사인 OK저축은행은 남자 배구단을 운영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OK저축은행 배구단은 창단 2년 만인 2015년 ‘브이(V)리그 남자부’에서 전통의 강호 삼성화재를 꺾고 우승컵을 들면서 ‘루키’로 이목을 끈 바 있다. 2016년에도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지난해에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배구단 관계자는 “배구단 운영은 연 60억~100억원대 비용이 투입된다”라며 “가성비 좋은 스포츠 마케팅”이라고 했다.
“제2의 김연아 찾아라”…유망주 지원 활발
KB금융그룹은 ‘피겨 스타’ 김연아의 후계자를 찾는 작업에 한창이다. KB금융그룹은 지난 2006년 김연아와 후원선수 계약을 맺고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1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광고모델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제2의 김연아를 발굴하기 위해 동계 스포츠 후원 영역을 넓히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봅슬레이(원윤종, 서영우, 국가대표팀), 스켈레톤(윤성빈, 국가대표팀), 쇼트트랙(심석희, 최민정, 국가대표팀), 피겨(차준환, 임은수, 국가대표팀), 컬링(국가대표팀) 등 여러 종목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대표 아이스하키팀에 대한 공식 후원도 하고 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이라 할지라도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기회와 환경을 지원한다는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골프 인기에 골프 보험 판매도 늘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라 소수 인원이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골프 인기가 늘면서 골프 보험 판매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골프 보험은 △골프 경기 중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한 보상 △골프 활동 중 타인의 재물 및 신체에 손해를 입히게 되는 배상책임에 대한 보상 등으로 구성된 보험이다. 손해보험 업계 1위 삼성화재의 다이렉트(온라인) 골프 보험의 보험료는 7만원대(40대 남성, 1년 기준)다. 판매 건수는 지난해 1분기 390건에서 올해 1분기 929건으로 1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업계 2위 현대해상의 골프 보험 판매 건수는 242건에서 432건으로 68% 늘었다.
“슈퍼리그 만들자” 논란에 들썩이는 유럽 축구계
유럽의 프로축구계가 최근 새로운 리그 창설 움직임에 들썩이고 있다. 이른바 ‘유럽슈퍼리그(ESL)’ 창설을 둘러싼 논란이다.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프리메라리가)의 인기 구단인 레알마드리드와 영국 프로축구 리그(EPL) 인기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일부 거대 자본 구단들이 자국 리그가 아닌 국적 불문의 ESL 창설을 추진하자 유럽축구연맹(UFEA)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UFEA 회장은 4월 25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ESL 창설에 동의한 12개 구단은 어떠한 형태로든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SL 창설을 추진한 12개 구단은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아스날, 첼시(이상 영국), 레알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AC밀란, 인터밀란, 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다.
이들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마케팅이 진행되는 미국 ‘슈퍼볼’ 같은 리그를 창설할 계획이다. 슈퍼볼은 미국 프로미식축구의 챔피언 결정전이다. 올해 슈퍼볼의 30초당 TV 광고 단가는 61억원에 달했다. 국내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 등도 종종 슈퍼볼에 광고를 낸다.
ESL 현실화 가능성은 아직 작지만, 실현될 경우 해외 축구 마케팅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