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조2500억달러(약 2542조5000억원) 인프라 투자 계획의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 중 3분의 1가량은 ‘인프라’라는 광범위한 개념의 정의에 포함되지도 못할 것이다. 이 계획(패키지)은 지난 3월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구제 및 경기 부양을 위해 이미 지출된 5조달러(약 5650조원)를 상회할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더 많은 지출에 대한 발표가 뒤따를 것이다.
책임감 있는 거버넌스는 서로 별다른 관련이 없는 재정 지출을 각각 따로 논의하고 각각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현재 연방 정부의 지출이 구조화돼 있기 때문에, 연방 정부 지출은 민간 및 지방 정부 지출을 밀어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① 분도글(boondoggle·불필요한 지출)이 쌓일 가능성이 있다.
더 많은 지출과 규제를 추구하는 정치인은 대중이 많은 내용을 포함하는 법안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신경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은 수익이 줄어들거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주택 소유를 촉진하기 위한 연방 정부의 일련의 조치 이후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바이든 패키지는 (딱히 쓸데가 없는) 선심성 사업과 정실 자본주의적 친기업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곧 바이든 행정부의 구제금융을 간절히 바라게 될 과거 민주당 정부의 ② 캘리포니아 고속철도(HSR)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인프라 건설 수요가 있기는 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9년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인프라는 141개국 중 133위로 (미국 좌파의 귀감이 되는 국가들인) 스웨덴과 덴마크를 앞섰다. 미국 토목공학협회는 미국 인프라에 C- 등급을 매겼고, 생산성 있는 장기 인프라 투자 기회는 아직 충분하다. 문제는 바이든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사업의 일부만이 정부의 적절한 의무이자, 그중 극히 일부만이 연방 정부의 책임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바이든의 ③ 반(反)성장적인 법인세 인상은 연방 정부 인프라 지출의 자금 조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미국 기업에 경쟁자보다 훨씬 높은 법인세율을 매기는 것 외에도 미국 기업의 해외 수익에 대한 세금도 인상할 수 있다. 더 나쁜 것은 바이든 정부가 인프라 지출 비용을 15년간의 세금 인상으로 충당하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최근 통과된 1조9000억달러(약 2147조원) 규모의 지출 법안도 적자를 쌓이게 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이 지출이 성장과 고용, 수입을 극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논리는 정부의 차입금리가 낮고 지출 증가율이 생산량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적자재정이 ‘공짜 점심’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바이든의 증세 동기에 의문을 품게 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세금 인상→경제 위축
정리하면, 바이든의 주장은 네 가지 이유에서 터무니없는 것이다. 첫째,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가 말했던 것처럼 인프라 예산은 단기적인 경제 성장 자극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인프라 계획 수립과 최종 승인에는 시간이 걸리고, 건설은 종종 예산 초과와 공사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과거 뉴딜정책도 대공황을 완전히 종식하지 못했으며, 일본도 계속되는 막대한 정부 지출이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의 경제 위기를 벗어나게 해주지 못했다. 대부분 실업자에게는 대형 굴착기와 타워크레인을 다룰 수 있는 기술이나 경험이 없다.
둘째, 대규모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고속도로·교량·댐·항만 및 대규모 보수 사업)는 수십 년 동안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그리고 이는 정부 부채 금리가 상승할 때 문제 될 수 있다. 실제 의회 예산처는 2051년이 되면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금리가 3배 높아지고, 연방 정부의 이자 비용이 6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셋째,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에서 ④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 추가 지출 없이도 잠재 생산력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도입이 가속하면서 여행뿐 아니라 교육, 외식, 쇼핑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는 팬데믹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의 실업률이 급격히 감소할 것을 뜻한다. ‘펜 와튼 예산 모델’에 따르면, 바이든 패키지가 세금 인상을 초래하고 이것이 가져올 피해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를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미 연방 정부 자금이 풍부할 때, 정치인들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만든 수익성이 낮은 사업들로 인한 선심성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유지·보수 사업은 일반적으로 신축 사업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지만, 신축 사업이 지역구에서 더 ‘그럴듯하고 예쁘게’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방 정부 보조금이 새로운 고속도로 건설의 80%를 부담한다고 할 때, 지방 정부는 ‘펫 프로젝트(pet project·특히 선호하는 사업)’를 추진하는 데 강한 동기를 갖게 된다. 왜냐하면 지방 정부는 유권자에게 고속도로 건설의 20%를 부담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 정부가 말하지 않는 것은 연방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는 다른 주들의 펫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유권자가 돈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유권자가 만약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안다면, 이 같은 재정적 교차 거래를 거부할 수도 있다.
특히 정치인이 정부 예산이 ‘공짜 돈’이라는 인식을 머릿속에 새겨놨을 때, 정부 기관 내에서 이뤄지는 전문적인 비용-편익 분석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현 상황은 측정할 수 없고, 무형적이며, 정치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미래의 편익으로 ‘계상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비용-편익 분석을 뒤틀리게 하는 사업 제안서로 뒤덮여 있다. 쓸모없는 사업들이 몰려오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① 분도글(boondoggle)은 ‘보이스카우트가 목에 거는 가죽 장식 끈’을 뜻한다. 단어가 나온 1920년대에는 부정적 의미가 없었으나, 1935년 뉴욕타임스(NYT)에 최초로 등장하면서 부정적인 의미로 바뀌었다. 당시 NYT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의 뉴딜 사업을 보도하면서 “실업자들의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위해 쓸데없는 예산이 쓰이고 있다. 그중에는 분도글을 만드는 공예 프로그램도 있다”고 했다. NYT가 이를 세금 낭비 사례로 지목한 이후, 분도글은 정부 낭비를 유발하는 대형 사업을 비판하는 말로 쓰인다.
② 캘리포니아 고속철도(HBR) 사업은 샌프란시스코부터 로스앤젤레스까지 이어지는 철도 건설 프로젝트다. 애초 2009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을 통해 보조금으로 건설 비용이 충당되게 돼 있었지만, 6년 후 결국 초기 철도 건설 비용만 조달하는 데 그쳤다. 이 철도 프로젝트의 총 예상 비용이 1000억달러(약 113조원)로 초기 예상보다 세 배 이상 증가했고, 기술적·재정적 장애물 탓에 심각한 부실 경영에 시달렸다. HSR은 ‘고속’ 철도 시스템에서 ‘혼합 운용’ 철도 시스템으로 격하됐다.
③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 재원 조달을 위해 법인세 인상도 추진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캠페인에서 법인세율을 기존 21%에서 28%로 올리겠다고 공약했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공화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법인세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고 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④ 한국은행이 4월 25일 발표한 ‘해외 경제 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올해 2월 한파 영향 등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따른 1인당 1400달러(약 158만2000원)의 현금 지급, 경제 활동 재개, 원활한 백신 보급 등으로 지난 3월 소매 판매 증가율이 9.8%로 전월(-2.7%)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3월 들어 회복세가 빨라졌다. 3월 ISM(공급관리자협회) 제조업지수는 64.7로 1983년 12월(69.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서비스업지수도 63.7로 1997년 지표 편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소비자신뢰지수도 1월 88.9, 2월 90.4, 3월 109.7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출 기조, 코로나19 상황 개선 등을 고려할 때 향후 회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