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영역 우주가 서서히 우리 일상과 가까워지는 듯하다. 한때는 미국과 러시아의 전유물이던 우주 개발에 도전하는 국가가 많아져서다. 최근 중국 톈원(天問) 1호의 화성 착륙 소식은 각국의 우주 패권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임을 보여준다.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등 민간 우주 기업이 앞다퉈 참여하는 현실은 인류의 우주 진출이 더는 꿈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준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우주 정복의 희망을 안고 연일 우주로 날아가는 발사체와 인공위성도 언젠가 쓸모를 상실하면 ‘우주 쓰레기’가 된다는 점이다. 부품 파손, 통신 두절, 임무 완료 등 첨단기술의 집약체가 고철 쓰레기로 바뀌는 이유는 다양하다. 구천을 떠도는 원혼처럼 지구 주변을 끊임없이 맴도는 우주 쓰레기는 이미 넘쳐난다. 전문가들은 인공위성 파편이 사고로 번지는 영화 ‘그래비티’가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이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지난 4월 발사한 로켓 일부가 최근 지상에 추락하기 직전 미·중 간에 ‘위험하다’ ‘문제없다’는 설전까지 벌어지는 등, 우주 쓰레기가 지상에 리스크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화 ‘승리호’에 등장하는 우주 쓰레기 치우는 업(業)을 위한 기술 개발이 한창인 건 그나마 다행이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산하 중앙기계제작연구소에서 정보·분석센터장으로 일하는 이고리 바카라스는 5월 13일(현지시각)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지구 주변 궤도에는 약 7000t의 우주 쓰레기가 있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포함해 작동 중인 우주 장치는 3000t가량”이라고 했다. 바카라스 센터장은 “지름이 1㎝ 이상인 우주 쓰레기는 수십만 개로 추산된다”라며 “그중 지상 관측 장비로 추적하는 건 5% 이하”라고 덧붙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올해 1월 발표한 우주 파편 감시 보고서에서 약 9000t의 우주 쓰레기가 400~1000㎞ 저궤도에서 날아다닌다고 했다. NASA에 따르면 지름 10㎝ 이상인 파편은 2만6000개, 1㎝ 수준은 50만 개를 웃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1㎜ 크기의 파편은 1억 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겨우 1㎜’라며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우주 공간에서 우주 쓰레기는 총알보다 빠른 시속 2만㎞로 비행한다. 인공위성이 이 파편을 잘못 맞으면 기능이 마비될 수 있고, 기능 마비는 인공위성을 또 하나의 우주 쓰레기로 바꿔놓을 수 있다. 사람이 맞으면, 생사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1000㎞ 이하 저궤도 구간이 우주 쓰레기로 유독 혼잡한 건 그 높이에 돈벌이 기회가 몰려 있어서다. 현재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우주 인터넷’이라 불리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통신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발사 예정인 위성은 약 5만5000기에 이른다.
선두 주자 격인 스페이스X가 발사하는 통신위성만 해도 4만2000기(2027년 기준)다. 스페이스X 창업자인 머스크는 2015년 지구 저궤도에 소형 통신위성을 배치해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2019년부터 1500기 넘는 위성을 꾸준히 발사해왔다. 스페이스X 경쟁사인 영국 원웹은 2022년까지 좀 더 높은 궤도에 위성 650기를 발사해 우주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도 통신위성 1만3000기를 발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저궤도 위성은 수명을 다하면 지구 중력에 이끌려 서서히 대기권으로 들어온 다음 불탄다. 하지만 모든 위성이 그런 건 아니다. 우주에 남은 기체나 파손된 부품 등은 고스란히 우주 쓰레기가 된다.
우주 쓰레기 처리 뛰어든 기업들
다행인 건 많은 기업이 우주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사실이다. 2년 전 유럽우주국(ESA)과 우주 쓰레기 수거 계약을 해 화제가 된 스위스 스타트업 ‘클리어스페이스’는 2013년 발사된 소형 위성 ‘베스파(VESPA)’의 잔해 청소를 목표로 한다. 2025년 발사 일정인 이 비싼 청소의 내용은 로봇팔 4개가 베스파 파편을 움켜쥔 뒤 대기권에서 소각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청소 리허설에 나선 기업이 등장했다. 지난 4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로켓에는 일본 스타트업 ‘아스트로스케일’이 개발한 우주 쓰레기 수거 위성 ‘ELSA-d’가 실렸다. ELSA-d는 커다란 자석을 활용해 금속 성분의 우주 쓰레기를 끌어당기도록 설계됐다. 쓰레기를 모은 후에는 클리어스페이스처럼 대기권으로 진입해 불에 탄다. 아스트로스케일은 우주 쓰레기 역할을 할 위성을 ELSA-d와 함께 우주로 보냈다.
이는 영국 서리대에서 설립한 위성 전문업체 ‘서리 새털라이트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초소형 위성 ‘리무브데브리스(RemoveDebris)’가 2018년 실시한 우주 쓰레기 수거 실험과 유사하다. 당시 서리대 우주센터는 리무브데브리스를 쏘아 올린 후 위성에 부착된 그물과 작살로 벽돌 크기의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의 위성통신 회사 ‘스카이퍼펙트JSAT’는 지난해 먼 거리에서 레이저를 쏘아 우주 쓰레기가 대기권으로 떨어지게 하는 위성을 2026년까지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스타트업 ‘스타트로켓’은 끈끈한 물질로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식의 위성을 개발 중이다.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발사하듯 폴리머 폼을 우주 쓰레기에 발사해 포획한 다음 대기권으로 떨어뜨리는 걸 목표로 한다.
우주 쓰레기 해결에 기업만 뛰어드는 건 아니다. 일본우주개발기구(JAXA)는 우주 쓰레기를 붙일 수 있는 ‘자기장 테이프’를 개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과학학술원 우주연구소는 작년 8월 낮에도 우주 쓰레기를 추적할 방법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에 발표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우주 쓰레기 청소 시장이 2045년까지 2조7000억달러(약 3048조원) 규모로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한국도 우주 쓰레기 처리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7월 ‘우주 쓰레기 경감을 위한 우주 비행체 개발 및 운용 권고안’을 발표하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여건 마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