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9일 저녁 중국 청두(成都)에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학교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가 난 후 관할 공안기관은 해당 지역의 선전부, 정법위원회, 교육국 등 관계기관과 연합조사팀(聯合調查組)을 구성해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팀은 시체에 난 상처가 높은 곳에서 추락한 경우의 그것과 일치한다고 했다. 또 학생이 높은 곳으로 올라간 흔적과 지문 등을 분석한 결과, 추락은 개인적인 행위이고 다른 사람의 흔적을 나타내는 물증이 없어 제삼자가 개입했을 가능성 내지 형사 사건의 여지는 배제한다고 밝혔다. 교사들이 체벌했거나 학교 폭력도 없었기에 조사팀은 개인의 극단적인 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조사 결과는 사고가 터지고 불과 이틀 후인 5월 11일에 발표됐다.
사망한 학생의 부모는 학교 측에 CCTV 공개를 요구했으나 사고 발생 당시의 화면만 사라진 점, 학생 시신이 곧장 장례식장으로 운구된 점, 사건 발생 시각과 구급차를 부른 시각, 부모에게 통지한 시각 간 간격이 크다는 점, 다른 학생들에게 입단속을 시킨 점 등을 들어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변호사와 법의학자들은 조사를 진행한 연합조사팀에 대해 “법적 근거가 부족한 조직”이라며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원인이 의심스러운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경우 법의학자가 초동 단계에 개입해 범죄 연관성 여부를 밝히게 된다. 법의(法醫)는 법의학자의 줄임말이다.
2020년 8월 10일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21차 회의에서 공안부 부장(장관)은 ‘국무원의 공안기관집법규범화건설업무상황에 관한 보고(國務院關於公安機關執法規範化建設工作情況的報告)’를 한다. 보고는 정보화를 통한 규범화된 공안의 법 집행을 추진해 사건의 접수·심사부터 법 집행 절차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온라인으로 사전 경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건 기록도 온라인을 통해 생성하도록 했다. 또 현장 법 집행 기록기 등의 설비를 구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사건 기록을 일치하게 하고, 서면과 동영상 기록을 서로 보완하게 하며, 법 집행 전체 과정을 기록해 나중에라도 문제가 있는 부분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건 처리 절차에서 생성된 정보나 자료를 임의로 수정하지 못하게 하고 법 집행의 투명도와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학생의 죽음을 두고 여론이 들끓자 관할 공안은 그제야 CCTV 전체를 공개하고 사건의 전말을 상세히 설명했다. 처음부터 사건 처리의 전 과정을 잘 기록하고 투명하게 공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모 잃은 사람을 고아라고 한다. 그런데 자식 잃은 부모를 칭하는 말은 없다고 한다. 너무 고통스러워 칭할 말조차 없다는 것이니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아픔을 입에 담기도 송구하다. 한국에서도 최근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사망한 채로 발견된 어느 대학생의 사건이 많은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2차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되지만, 한 젊은이가 왜 그리 허망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는지 명백하게 밝히는 일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해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