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고용노동청 앞.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중대 재해 노동자 합동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6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고용노동청 앞.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중대 재해 노동자 합동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38회, 사법연수원 28기, 미국 코넬대 로스쿨, 현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장, 현 노동법이론실무학회 부회장, 현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38회, 사법연수원 28기, 미국 코넬대 로스쿨, 현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장, 현 노동법이론실무학회 부회장, 현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

올해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노동 현안이 등장했다. 하반기를 맞아 노동 현안들 가운데 기업 입장에서 특히 중요하고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하청 업체의 단체 교섭권 행사’ ‘사기업 인센티브(성과급)의 임금성 인정’ 문제를 살펴보고, 기업의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소개한다.


현안 1 |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우리나라는 1년에 900명 가까이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로 근로자가 목숨을 잃고, 공중이용시설 등에서 다양한 대형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는 국가다. 강력한 중대 재해 예방과 대응 필요성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슈다. 국회에서 올해 1월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 제정됐고, 상반기 내내 중대재해법은 우리 사회의 열띤 논란의 대상이었다.

중대재해법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다만 법 시행 당시 개인사업자 또는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장인 경우에는 3년간 시행이 유예된다. 그러나 일찌감치 건설, 제조, 유통 등 중대 재해에 취약한 기업은 산업안전과 관련된 조직, 운영체계를 정비하는 컴플라이언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이 중대 재해 컴플라이언스 활동에 큰 관심을 쏟는 배경에는 중대 재해에 수반하는 사업상 불이익이 종전에 경험하지 못한 수준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경영책임자에게 광범위한 안전보건체계 구축과 이행 의무를 부과하고, 그 의무를 불이행해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와 기업을 형사책임,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강력히 제재한다.

중대 재해에 따라오는 각종 행정적 불이익(국가계약 입찰 제한 등)과 관계 당국의 감독, 제재가 더욱 강화될 것도 분명하다. 즉,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기업은 사회적 비난은 물론 형사책임 추궁과 징벌적 손해배상, 각종 감독과 제재에 대응하면서, 그로 인해 초래될 경영 공백과 각종 사업상 불이익을 감당해야 한다.

중대재해법을 바라보는 노사 간의 시각 차이는 극명하다. 시행하기도 전에 노사 양쪽에서 보완 입법 필요성이 제기된다. 곧 입법 예고될 시행령을 두고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여론과 사회적 논의에서 드러나듯이 중대재해예방과 대응 필요성에 대한 우리 사회 공감대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중대재해법이 예정한 강력한 제재와 규제의 큰 방향은 되돌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이러한 대세를 받아들이고 중대 재해 컴플라이언스 활동에 박차를 가해 중대재해법이 요구하는 조직, 의사결정 구조, 규범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그러한 활동을 통해 중대 재해 발생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중대재해법 시행을 코앞에 둔 하반기에는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경영책임자가 직접 지휘, 감독하는 산업안전 전담조직을 확보하고, 산업안전 직무 책임을 중복과 모순이 없도록 정비해야 한다(조직). △인력, 예산, 위험요소 관리 등 산업안전에 관한 결정 사항과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내부 보고 및 전결 체계를 정비하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외부 산업안전 전문가가 참여하는 의사결정 및 감독 조직을 설치해야 한다(의사결정 구조). △경영책임자의 중대 재해 예방과 대응 의무, 중대 재해 대응 방안, 협력업체 관리방안을 규범화해, 기업 내에 공유하고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규범).


현안 2 | 하청 업체의 단체 교섭권 행사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6월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하청인 대리점주 소속 택배기사로 구성된 전국택배노동조합의 단체 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을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판정 직후 중앙노동위원회가 낸 보도자료를 인용하면, ‘원청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다면, 원청과 하청 근로자 간 근로계약 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원청에 단체 교섭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정은 법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단체협약은 본질적으로 근로계약을 집단으로 형성·변경하는 것이므로, 단체협약 체결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 교섭은 당사자 간 근로계약의 존재를 전제할 수밖에 없다.

기존 법원의 주류적 입장이 이번 판정과 상반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원청이 단체 교섭 당사자가 되려면 하청 근로자와의 관계가 “적어도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돼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종속관계”로 인정돼야 한다는 과거 판결은 중요한 참고가 된다.

아무튼 이번 판정은 당분간 원청과 하청 근로자 간의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심판하고, 쟁의행위 전 노사 간 조정을 담당한다. 향후 법원에서 이번 판정과 달리 판단하게 되더라도, 중앙노동위원회는 당분간 ‘실질적인 권한 행사’를 기준으로 원청의 단체 교섭 당사자성을 판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향후 공정하고 원만한 거래 관계를 정립해 하청과 노사문제 발생 소지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노조 단체 교섭 요구가 있는 경우 올바른 대응, 하청 근로자들과 바람직한 관계 정립과 유지 등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컨대 하청 노조로부터의 단체 교섭 요구를 거절하는 경우, 근로계약 관계가 없다는 점에 더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도 근거 사실과 함께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업무수행 과정상 하청 근로자에 대해 구체적, 실질적 영향력 행사를 피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불법 파견 인정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미 강조돼 왔는데, 이제 단체 교섭 당사자 인정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의미도 있으므로 더욱 중요해졌다.


현안 3 | 사기업 인센티브의 임금성 인정

최근 경영성과(당기순이익 등)에 연동해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임금이라는 취지의 1심 판결 2건(이하 인센티브 판결)이 잇달아 내려졌다. 해당 사안은 모두 원고가 퇴직자였는데, 퇴직급여 산정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 산정 시 임금인 성과급을 포함하지 않은 잘못이 있으니 해당 기업은 미지급 퇴직급여를 추가 지급하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였다. 사기업 인센티브의 임금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한 분쟁은 지난 2018년 대법원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성과급은 지급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일부 있더라도 임금이라고 한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촉발됐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종래 임금이 아닌 것으로 취급된 사기업 인센티브도 실은 임금이 아닌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고액의 인센티브를 받은 대기업 퇴직자를 중심으로 인센티브는 임금이라는 전제하에 새롭게 퇴직급여를 계산한 후 미지급된 퇴직급여를 청구하는 소송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번 인센티브 판결은 그러한 집단소송 결과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센티브 판결의 결론은 법리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많다. 무엇보다, 임금은 근로의 제공과 ‘직접적’이고 ‘밀접하게’ 관련된 금품이어야 한다. 그런데 사기업 인센티브는 당기순이익처럼 국내외 경제 상황, 동종 업계 동향, 경영 판단 등 근로의 제공과 직접적이고 밀접한 관련이 없는 요소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 이번 인센티브 판결 이전에는 유사하거나 동일한 사실관계하에서 오히려 사기업 인센티브의 임금성을 부정하는 판결이 주를 이루기도 했다.

이번 인센티브 판결로 사기업 인센티브 임금성에 대한 분쟁이 새롭게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인센티브 임금성 판단 기준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각 기업은 기존 인센티브 제도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그 지급조건, 대상 등을 조정하거나, 인센티브 제도를 포함한 보상제도를 전면 재편해야 한다.

인센티브가 임금이라는 이유로 미지급 퇴직급여 청구소송이 제기된 경우, 인센티브 도입 경위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센티브가 종래 지급되던 임금 감액 없이 사기 진작이나 기업이익 공유를 목적으로 추가적으로 지급되고 구성원 간 임금이 아니라는 확고한 인식이 있다면 인센티브를 임금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