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역 지하상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방문하면 꽃집들이 많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분명히 몇 년 전만 해도 옷 가게와 화장품 가게들로 즐비했던 지하상가에 어느덧 하나둘씩 꽃집들이 들어선 것이다. 특히 길거리에서 연인들이 꽃다발을 들고 다니는 모습은 더 이상 이목을 끄는 모습이 아니다. 이는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상 ‘#감성’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오는 식물 사진도 부쩍 많아졌다. 어느덧 사회 전반적으로 식물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일상에서 체감하게 된다. 매일같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에서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에도 ‘꽃 배달’ 카테고리가 생겼다. 그만큼 꽃과 식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수요가 커졌다는 방증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콕 생활’이 어느덧 일상이 되면서, ‘반려식물’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반려식물 재배가 새로운 취미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2019년 100억원 규모였던 국내 식물 재배기 시장이 2020년에는 600억 규모로 6배나 성장했다. 특히 반려식물은 1인 가구 현대인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외로움을 덜어주는 수단으로 점차 진화 중이다.
문제는 생각처럼 식물을 잘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관리하기 쉬운 종(種)도 조금만 방심하면 시들해진다. 보기보다 식물 재배가 간단하지 않다. 보통 식물 구매 후 검색을 해 물 주는 주기와 분갈이 방법 등 관리법을 찾아보고 숙지하지만, 인터넷 블로그 사진 속 식물들처럼 항상 예쁘게 무럭무럭 자라지만은 않는다. 비록 같은 종이더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관리법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관리가 어려운 것이다. 채광량, 온도, 습도, 화분 크기 등 여러 변수도 고려해야 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 해결사로 나선 서비스가 있다. 2020년 10월 출시된 ‘그렉(Greg)’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주인공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 식물 관리를 용이하게 돕는 서비스다. 그렉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그레가리우스(Gregarious)가 출시한 반려식물 관리 및 커뮤니티 앱이다.
AI 앱으로 맞춤별 식물 관리
그렉 앱은 사용자가 기르는 식물의 정보와 재배 환경을 파악,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식물 성장과 관리에 최적화된 방법을 추천해준다. 반려식물과 홈 가드닝 커뮤니티 역할도 수행한다. 소셜미디어(SNS) 형태로 자신의 식물을 공유하고 커뮤니티 멤버 간 소통하며 팁을 주고받을 수 있다. 그렉 앱 출시 후 약 9개월 만에 1만2000종, 290만 개 식물이 등록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머신러닝 특성상 앱 사용자와 활동이 늘어날수록 적절한 추천법을 스스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앱 초기 가입 시에는 키우고 있는 식물 수와 식물 관리 경험, 성향 등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입력하도록 한다. 또 휴대전화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기후와 날씨도 파악할 수 있다. 등록된 식물 사진을 토대로 시스템이 식물의 종을 파악하고, 창문에서의 거리, 일조량, 화분 크기, 마지막으로 물을 준 시기 등의 추가 질문을 통해 반려식물의 성장 환경을 파악한다. 무료 버전 사용 시 최대 5개까지 반려식물을 등록할 수 있다. 앱 등록 시 사진 촬영과 함께 애칭을 입력할 수 있어, ‘반려식물’ 콘셉트에 충실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앱에 등록한 사진 한 장을 통해 오차 없이 식물의 종을 알아낼 수 있었다. 식물을 등록한 후에는 물을 주는 주기와 양을 계산, 때에 맞춘푸시 알림을 받는다. 더욱 정밀한 관리 정보를 얻고 싶다면 세부사항을 추가할 수 있다. 직사광선 여부, 창문의 방향, 화분 재질, 에어컨, 히터 여부 등 여러 가지 세부사항을 추가하면 바로 추천 관리법이 바뀐다.
반려식물 애호가 몰린 플랫폼으로 성장
그렉 앱의 또 다른 주요 기능으로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꼽힌다. 전 세계 반려식물 애호가들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그렉의 커뮤니티 기능은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피드(Feed) 형식으로 제공된다. 피드는 인터넷상에서 스트리밍 형태로 제공되고 스크롤해서 볼 수 있는 콘텐츠 형태를 말한다. 그렉 앱 사용자들은 커뮤니티에 사진과 영상을 게시해 식물의 성장 상황을 사용자들끼리 공유할 수 있다. 간단한 스크롤만으로도 빠르게 콘텐츠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러한 피드 형식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SNS 서비스와도 유사하다. 그렉 앱은 다른 사용자를 팔로우하고 그들의 식물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 역시 탑재했다. 이를 통해 지속적인 정보 공유와 커뮤니티 참여를 유도한다. 이러한 기능들을 바탕으로 그렉 앱은 올해 1분기 기준 평균 월간사용자(MAU) 5만 명을 넘겼다. 올해 5월에는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 등으로부터 540만달러(약 64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머신러닝 기반 AI의 지속적인 자체 발전 가능성도 그렉 앱의 강점이다. 학습 방법을 설정해두면 AI가 스스로 정보를 처리하고 습득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수많은 식물 재배 조건들을 조합해 계산하고 실험한 뒤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기엔 AI가 사람보다 더 효율적이다. 그렉 앱의 머신러닝 기술은 사용자 수와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자체적으로 발전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향후 사용자 수가 늘면 광고 수익, 복합적 유료 서비스화 등 여러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일례로 그렉 앱은 더실(The Sill, 뉴욕 기반의 온라인 식물 판매 업체)과 같은 식물 유통 업체들과도 제휴를 맺고 있다. 해당 업체에서 식물을 구매하면 그렉 앱 유료 버전 프로모션 코드를 지급하는 식이다. 식물 구매자에게 사후관리 수단인 그렉 앱으로의 자연스러운 연결점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파트너십은 반려식물 시장을 키우고, 신규 사용자를 유치하는 선순환을 가능하게 해준다.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은 증가 추세에 있다. 머신러닝 기술에 기반한 사업 모델이기에 지속적인 사용자 증가를 통해 그렉 앱의 알고리즘을 발전시킨다면 더욱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식물 관리 앱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앞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회사가 목표로 설정한 개발도상국 농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지 앞날을 기대해본다.
창업자 목표는 개도국 농업 발전 지원
그렉(Greg) 앱을 만든 그레가리우스(Gregarious) 창업자 알렉스 로스(Alex Ross)는 2020년 3월 본인이 직접 사회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어 미국 뉴욕에서 창업했다. 회사 이름은 식물과 동물이 집단을 이뤄 상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로스는 그렉 앱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식물 생태계를 이해하고, 여러 조건에서 식물 재배 데이터를 확보해 개발도상국 농업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장기적 목표를 세웠다.
엔지니어 출신인 로스는 2010년 핀테크 기업인 캐논 트레이딩(Cannon Trading)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고, 2012년 디지털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 기업 엔플러그(Enplug)를 창업, 2016년까지 회사를 운영했다. 이후 유명 온라인 데이팅 앱 틴더(Tinder)로 자리를 옮겨 엔지니어링 디렉터로 2020년까지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