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이자 안전자산 구매 행위.’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수익과 위험은 반비례하는 게 경제 상식이다. 하지만 신규 분양 아파트는 분양가 자체가 주변 시세보다 워낙 낮아 이런 등식이 통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분양을 통해 내 집을 장만하는 일은 모든 무주택자의 꿈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런 행운열차 탑승을 아예 꿈도 꾸지 못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청약 자격 자체를 부여하지 않은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1인 가구, 즉 싱글 가구가 이에 해당한다. 지금까지는 1인 가구는 평생 집을 한 번 가져보지 못했어도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약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소득이 많거나 자녀가 없는 맞벌이 신혼부부도 청약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이들의 불만이 많아지자 정부가 개선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최근 청년특별대책 당정협의회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특공) 제도를 일부 개편한다고 밝혔다. 20~30대의 패닉바잉 수요를 청약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현행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 이르면 11월 입주자 모집분부터 개편된 청약 제도를 적용할 방침이다.
싱글 가구도 청약 문호 개방
최근 들어 아예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 자체가 늦어지면서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일반 가구 기준으로 1인 가구가 31.7%를 차지해, 가장 많다. 연령대를 20~30대나 40~50대로 좁히면 1인 가구는 약 20% 수준이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꼴로 싱글 가구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청약에서 배제된 1인 가구의 불만이 누적될 수밖에 없는 일. 이에 정부가 1인 가구에 대해 청약의 문호를 일부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청약제도를 손보는 것은 특공분이다. 주로 일반공급보다 앞서 젊은층이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1인 가구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은 LH나 SH가 분양하는 공공분양(국민주택)이 아니라 민간건설 업체들이 짓는 ‘민영주택’이다. 민영주택도 여러 특공 가운데 ‘생애최초 특공’, 그것도 ‘30% 물량’에 한해서다. ‘민영주택-생애최초-30% 물량’이라는 연결고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생애최초 특공은 모두 일정한 자격이 되면 추첨제로 당첨자를 가린다.
현재 민영주택이 주택 공급량의 대부분(약 90%)을 차지하므로 1인 가구들은 청약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1인 가구에 문을 여는 물량은 생애최초 특공의 30%다. 70%는 기존 자격 조건을 갖춘 대기 수요자에게 우선공급하고, 남은 30%를 따로 떼어내는 것이다. 30% 물량에서는 신규로 편입된 대상자와 우선공급 탈락자를 한 번 더 포함해 추첨하는 식이다. 이는 아래 표에서 보듯이 청약 자격을 완화한 신혼부부 특공 추첨제(30%)에서도 비슷하다.
1인 가구 생애최초 특공은 60㎡ 이하
현행 생애최초 특공은 말 그대로 집을 한 번도 사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자격이 주어진다. 5년 이상 소득세를 낸 이력이 있어야 하고 월평균 소득이 도시 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60% 이하인 경우 자격이 된다. 3인 가구 이하 기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60%는 964만8256원이다. 이번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 두 가지 요건이 완화된다. 즉 생애최초 특공의 자격 요건인 ‘혼인 중’이거나, ‘유자녀 가구’뿐만 아니라 월평균 소득 요건이 30% 물량에 한해 삭제되는 셈이다. 따라서 1인 가구이면서 고소득자도 생애최초 특공에 지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1인 가구용 주택은 전용면적 60㎡(25평형)로 제한된다.
고소득 혹은 무자녀 신혼부부도 기회
이번에 고소득 신혼부부나 무자녀 신혼부부에게도 추첨제 특공 청약 물량에 기회가 주어진다. 현행 제도에서는 무자녀 신혼부부들은 신혼부부 특공에 지원할 수 없어, 생애최초 특공으로 몰렸다. 지난해 기준으로 신혼부부 특공 경쟁률은 5 대 1에 그쳤지만 생애최초 경쟁률은 13 대 1에 달했다.
이제 소득 기준을 초과하는 맞벌이 가구도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청약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연소득 1억원 이상 신혼부부는 11.3%에 이른다. 또 신혼부부 특공의 30% 추첨 물량에서도 자녀 수를 고려하지 않는다.
다만 특공 소득 요건은 완화됐지만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60%를 넘어서면 부동산 자산 가액 요건을 따진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부동산 자산 가액 3억3000만원 이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는 부모로부터 자산을 물려받은 금수저 청약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의 160%를 초과하는 사람의 경우 오피스텔 등 부동산 자산 가액이 기준을 넘어서는지 체크해야 한다. 부동산 자산 가액은 토지는 공시지가, 건물은 시가표준액으로 각각 따진다. 전세보증금은 제외된다.
기존 40~50대의 청약통장 가입자들은 이번 개편안에 영향받지는 않는다. 민영주택에서 일반분양의 가점제(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 부양가족 수에 따라 총 84점)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급 실적 기준으로 민영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은 약 6만 가구다. 이 중 추첨제 적용(30%) 추산 시 약 1만8000가구에 해당하는 물량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신혼부부 특공 물량이 1만2000가구로, 생애최초 특공(6000가구)의 곱절에 이른다.
‘대출 규제, 의무 거주 요건’ 따져야
하반기 분양 대어급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둔촌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에 새 청약제도가 적용될지 주목된다. 다만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선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서면 특공이 없다. 따라서 소형 평형(전용면적 29~49㎡)이 특공 물량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받을 때 분양가에 관계없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들어 분양가 9억원 이하 단지에서도 중도금 집단대출이 여의치 않은 곳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의무거주요건도 있다.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고 나중에 거주하는 ‘선 임대-후 입주’ 방식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수도권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택지 입주자는 해당 주택의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2~3년간 계속해서 해당 주택에 거주해야 한다. 해외 체류 등의 부득이한 사유 없이 거주의무기간 이내에 거주지를 옮기려는 경우 거주 의무자는 분양가에 정기예금 금리만 더한 금액으로 LH에 팔아야 한다. 거주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당첨 못지않게 자금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