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현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현 정부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 전 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현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현 정부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 전 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사람은 누구나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강점 업무에 배치돼 격려받으면 인재가 되고, 약점 업무에 배치돼 협박받으면 잠재 역량은 사라진다. 전자는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성과를 내는 조직의 모습이고, 후자는 직원들이 기죽어 있고 역량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조직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직원들의 11% 정도만 업무에 몰입하는 기업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것으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약 3576만원) 시대, 창조성을 만들어가는 혁신 기업이 되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례를 살펴보자.

2007년 빌 게이츠의 MS 창업 동지 스티브 발머는 새 운영체제(OS) 윈도 비스타를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출시가 늦어지고 있었고, 계속 버그가 발생했다. 결국 윈도 비스타는 최악의 윈도 버전이 됐다. 세계 시장을 석권했던 개인용컴퓨터(PC)용 OS도 모바일 시장에서 힘을 못 쓰고 구글 안드로이드에 밀리기 시작했다. MS는 모바일 트렌드를 놓치고 주가가 폭락했다. 2009년 MS 주가는 19달러(약 2만2600원)대를 기록했다.

당시 MS 최고경영자(CEO)였던 발머는 조직 내에서 가장 경쟁을 강조했고, 경쟁사였던 애플과 구글, 리눅스 등을 ‘적’으로 규정하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시장 경쟁에서는 밀리고 도태됐다. MS는 인재들이 몰려있는 조직이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나 모바일 시장에 대응하는 창조적인 신제품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2021년 9월 현재 MS의 주가는 300달러(약 35만7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2000년 빌 게이츠 이후 MS CEO로 등장한 발머는 목표만 있고, 목적을 잃어버린 경영자였다. 발머가 본 MS 업(業)의 본질은 경쟁사와 싸워 이겨 퇴출시키는 것이었다.

내부인사제도로는 가혹하기로 유명한 잭 웰치 전 GE 회장의 스택랭킹(stack ranking)을 도입했다. 스택랭킹은 사람들을 서열화해 상위 20%에게는 어마어마한 스톡옵션과 월급을 주고, 하위 10%는 가혹하게 잘라버리는 제도다. 그러나 이것이 발머와 MS 실패의 시작이 됐다. 이런 기업문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직원 간 내부 총질만 남고 팀 간 협력은 사라졌다. 구성원들은 멀리 보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보다, 살아남기 위해 조직의 성과를 나의 것으로 쟁취해야 했다. 조직은 ‘정치판’이 되고 말았다.

그랬던 MS가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회사로 부활하고 있다. 왜일까? 사티아 나델라의 공감 경영 덕분이다. 발머가 2014년 퇴진하고, 같은 해 47세의 인도 출신 나델라가 새 CEO로 취임했다. 나델라는 CEO에 취임하자마자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과 공감할 때까지 소통하고자 했다. 부서 간 협력을 불가능하게 했던 스택랭킹 제도도 폐기했다.

나델라가 본 MS 업의 본질은 협력과 연결이었다. 발상의 전환 없이는 회사가 살아날 수 없음을 절감하고 협력과 연결을 새로운 사업 방향이자 경영 모토로 삼았다.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수조원의 비용이 드는 큰 프로젝트는 한 사람의 아이디어나 한 부서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질 수는 없다. 나델라는 독점과 폐쇄적 기업문화를 개방과 협력의 기업문화로 전환하고자 했다. 나델라가 MS의 문화를 새롭게 바꾸고 대담한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공감(empathy)’이었다. MS는 부활하기 시작했다. 위축되고 있던 PC 시장 대신 클라우드 컴퓨팅이 새 성장 동력이 됐다. 애플의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에 사용할 수 있는 오피스 앱을 발표했다. 이렇게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로의 사업 전환을 이뤄냈다. MS 주가는 10배 이상 올랐고, 2018년 시가총액이 미국 기업 중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역량은 공감을 먹고 자란다

인간에게 가장 큰 공짜 에너지는 공감이다.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인간의 성질을 한 꺼풀씩 벗겨냈을 때 마지막에 남는 것은 공감”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지시받을 때보다 공감할 때 기꺼이 헌신하게 된다. 공감은 행동을 여는 마음의 문이다. 공감이 있는 조직의 구성원들은 즐겁게 몰입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내놓기 시작한다. 이런 기업문화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역량은 공감을 먹고 자란다. 모든 직원의 역량을 춤추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