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의 주상복합 아파트 갤러리아포레. 사진 한화건설
서울 성동구의 주상복합 아파트 갤러리아포레. 사진 한화건설

전통적으로 대한민국 자산가들은 부동산을 좋아한다. 다만 자신의 입맛에 따라 좋아하는 부동산과 싫어하는 부동산을 구분하고 애써 고르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주변 눈치나 분위기에 휩쓸려 부동산에 투자하기보다는 자신의 입맛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즐겨한다. 부동산에 투자할 때도 호불호가 몸에 밴 그들이다.


유형 1│헬스장, 수영장 등 커뮤니티 시설을 최고 주거 선택 기준으로 꼽은 A씨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외국계 기업 CEO A씨(남·47세). 그는 집을 고를 때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지 여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현재 그는 대한민국 최고급 주택 중 하나로 알려진 서울 성동구 성수동 모 주상복합 아파트(전용 195㎡)에서 9년째 살고 있다. 거주지로서 만족도가 매우 높음은 물론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곳에는 수많은 전문직 종사자, 사업가, 재벌 2세, 인기 연예인이 입주해 있다. 사실 그는 지금의 성수동 주상복합 아파트로 이사하기 전까지 잠시나마 서울 서초구 방배동 OO마을 단독주택에 살아본 적도 있다. 그곳은 프랑스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수백여 명과 내국인 자산가들이 거주하는 대한민국에서 살기 좋기로 소문난 고급주택단지다. 무엇보다 쾌적하고 조용해 친환경 주거단지로 인기 많은 지역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피트니스센터나 실내수영장, 골프연습장 같은 커뮤니티 시설이 턱없이 부족했고 이를 이용하고 싶어도 마땅히 해결할 곳이 없는 그런 동네였다. 평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운동을 통해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은 그이지만 집 근처에서는 마땅한 곳을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A씨는 모 건설 회사에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막 입주를 시작한 지금의 성수동 주상복합 아파트를 소개받게 됐다. 평소 커뮤니티 시설을 제대로 갖춘 주거지를 동경해 왔던 그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지인이 적합한 매물로 추천한 것이었다. 지인의 추천으로 매입한 성수동 주상복합 아파트는 건물 내에 실내수영장,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은 물론 사우나, 북카페, 게스트하우스까지 두루 갖춘 말 그대로 ‘특급호텔식 커뮤니티 시설’을 자랑하고 있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집값이 다소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지만 나름 재력을 갖춘 고액 연봉자인 그로서는 전혀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A씨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그가 왜 주거지 내 커뮤니티 시설을 최고의 주거 선택 기준으로 꼽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우선 평일의 경우 아침 6시에 일어나 피트니스센터와 골프연습장에서 운동을 마친 후 사우나를 이용하고 집으로 돌아와 가볍게 아침 식사를 한다. 이어 직장이 있는 광화문으로 이동해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또한 저녁 6시 퇴근과 함께 비즈니스 약속이 없을 경우 집으로 돌아와 가볍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이어서 실내수영장에 들러 가볍게 몸을 푼다. 또한 주말에는 인근 도심공원(서울숲공원)을 가볍게 산책한 후 건물 내 북카페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여유로이 책을 읽는다. 그리고 가끔씩은 게스트하우스로 지인들을 초대해 모임을 갖는다. 한편 그가 살고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는 입주민들 간 내부 교류도 활발해 승마, 테니스 등 다양한 입주민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 점 역시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거 선택 기준 중 하나다.


노후된 주택이 있는 서울의 한 빌라촌. 사진 연합뉴스
노후된 주택이 있는 서울의 한 빌라촌. 사진 연합뉴스

유형 2│상가빌딩 투자처로 자신이 잘 아는 동네 고집하는 B씨

유명 대학병원 부원장 사모님 B씨(여·62세). 그녀는 요즘 월세가 나오는 100억원대 상가빌딩을 찾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재력가라고 소문이 난 까닭인지 상가빌딩을 소개시켜주겠다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하나둘이 아니다. 그런데 그녀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상가빌딩을 찾고 있다. 대개 상가빌딩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높은 임대수익률 또는 추후 가격 상승 가능성을 기대하고 접근한다. 하지만 그녀는 많이 달랐다. 연 4%대에 육박하는 비교적 높은 임대수익률을 공실 없이 시현하고 있는 서울 소재 대로변 상가빌딩을 거부했다. 또한 지하철역 개통을 앞두고 있어 향후 추가적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상가빌딩 역시 거부했다. 그런데 이유를 물어보니 다소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동네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알고 보니 그녀는 자신이 다니는 미용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나 지인들과 자주 만나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 상가빌딩을 찾고 있었다. 그녀에게 임대수익률이나 투자 가치는 부동산을 고를 때 결코 우선순위가 될 수 없었다. 부동산을 고를 때 익숙하면서 자신이 잘 아는 곳에 있는지 여부를 최우선 순위로 정한 그녀다.


유형 3│상권 확장 기대 지역 노후 부동산 값싸게 매입해 신축·리모델링하는 C씨

수도권 소재 건설대학원 교수 C씨(남·58세). 그는 서울 도심 및 강남권 곳곳에 상가빌딩 5채를 가지고 있을 만큼 부동산에 관심 많은 재력가다. 그런데 그에게는 그만의 독특한 투자 원칙이 있다. 그가 내세운 제1의 원칙은 서울 도심 및 강남권을 중심으로 상권 확장이 기대되는 곳에 소재한 노후된 단독주택 또는 근린상가주택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한 후 상가빌딩으로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가 원하는 부동산은 시세보다 값싸게 나온 노후된 부동산이지 새 건물이나 이미 상권이 자리해 비싸게 거래되는 상가빌딩이 아니었다.

실제로 C씨는 이런 방법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한 후 임대수익률을 개선하고 상가빌딩의 가치를 크게 상승시킨 경험이 있다. 일례로 2005년 4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2층짜리 단독주택을 매입한 후 5층짜리 상가빌딩으로 신축 개발한 사례(단독주택 매입가 17억원, 공사비 6억원, 신축 후 빌딩의 2021년 현재 시세 85억원), 2010년 11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단층 근린상가주택을 매입한 후 6층짜리 상가빌딩으로 신축 개발한 사례(근린상가주택 매입가 30억원, 공사비 8억원, 신축 후 빌딩의 2021년 현재 시세 110억원), 2012년 12월 서울 마포구 연남동 2층짜리 단독주택을 매입한 후 카페 전용 상가 시설로 리모델링한 사례(단독주택 매입가 15억원, 공사비 2억원, 리모델링 후 빌딩의 2021년 현재 시세 60억원) 등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