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경영경제대학의 세계대학평가 순위가 국내 대학 가운데 3위권에 오른 것은 인재를 모시는 데 공을 들였기 때문입니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경제대학장은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세종대는 영국 고등교육평가 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지난 10월 발표한 ‘2022 THE 학문 분야별 세계 대학 순위(THE World University Rankings by Subject 2022)’에서 경영·경제 분야 세계 126~150위에 올랐다. 세종대는 2020년 이후 3년 연속 150위권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세종대의 국내 대학 순위도 올랐다. THE가 평가한 2022년 경영·경제 부문 세계 대학 순위를 보면 서울대(65위)와 연세대(78위)에 이어 성균관대(126~150위)와 함께 국내 3위를 차지했다. 2년 연속 국내 3위를 기록했다.
세종대의 세계대학평가 순위가 급등한 것은 2016년 김 학장의 등판 후부터다. 김 학장은 세계대학평가 순위권에 들지 못했던 세종대 경영경제대학을 취임 3년 만에 150위권 으로 진입시켰다. 국내 대학 순위는 세계 순위권 진입 첫해인 2019년도(2018년 발표)에 곧바로 5위에 올라 화제를 낳았다.
그의 성과 뒤에는 김 학장의 ‘삼성 DNA’가 있다. 김 학장은 “삼성 재직 시절, 고(故) 이건희 회장에게 배운 ‘인재 제일’ 철학을 세종대 학장이 된 후 적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학장은 1991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등을 거치며 삼성에서 18년간 일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시절, 김 학장이 골드만삭스의 유가 예측 분석을 반박, 유가 흐름을 정확히 예측한 일화는 유명하다. 2008년 6월 유가가 120달러(약 14만4000원)까지 급격히 오르자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200달러(약 24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김 학장은 오히려 유가가 반값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학장의 예측대로 2008년 10월 유가가 62달러(약 7만4400원)까지 급락했다.
삼성에서 이코노미스트(경제전문가)로 명성을 쌓은 김 학장은 2009년 CJ그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CJ그룹 전략기획을 총괄했다. 과거 CJ의 대한통운 인수 전략을 수립한 것도 김 학장이었다. 이후 2012년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디큐브시티 대표이사로 취임, 최고경영자(CEO)로 변신에도 성공했다. 김 학장은 부진했던 디큐브시티 실적을 크게 개선하며, 국내 최고의 복합쇼핑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2015년에는 대성합동지주 사장으로 취임해 지주사 전반을 경영했다. 20년 이상 경영·경제 전문가로 활동한 김 학장에게 있어 세종대 경영경제대학장 취임은 새로운 도전을 불러온 계기였다. 김 학장은 “임기 내 세종대 경영경제대학이 세계 100위에 진입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 대학 순위를 높인 비결은.
“학장 취임 후 인재 영입에 노력을 쏟아부었다.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는 게 세계 대학 순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경영경제대학의 교수는 46명(경영 37명·경제 9명)인데, 학장 취임 이후 20명의 경영학부 교수를 영입했고, 경제학부 교수는 5명을 새로 뽑았다. 학장 취임 후 정년이 되신 교수님들이 무더기로 은퇴하면서 교수진에 빈자리가 많이 생긴 것이 기회가 됐다. 좋은 교수님들을 모시기 위해 삼고초려도 불사했다. 지금 제 옆방에 있는 교수님도 카이스트에 계시다가 세종대에 합류했는데, 제가 삼고초려를 통해 어렵게 모신 분이다. 우리 학교에 지원해 합격했는데, 오시지 않겠다고 해서 다섯 번이나 집을 찾아가 설득했다.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게 된 이후, 세종대 대학평가 순위가 빠른 속도로 올랐는데, 이는 해외대학평가 기준에 교수님들의 연구업적(논문)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세종대는 이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내부 승진 요건으로 국제논문의 의무 제출 횟수를 늘리도록 내규를 바꾸는 등 교수님들의 논문 활동을 독려하는 정책을 펼친 점도 도움이 됐다. 우수 교수진이 확보되면서 글로벌 인재 육성도 본격화됐다. 현재 경영학부의 경우 전 학과목의 70% 이상을 영어 강의로 개설하고 있다.”
인재 영입이 왜 중요했나.
“삼성 재직 시절 배운 것이 ‘인재 제일’ 철학이었다. 기업에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대학을 운영하는 근본도 다르지 않다. 사람이 최고의 자산이고, 사람이 모든 경영의 근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우수한 교수진을 영입하면, 우수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인재에서 시작된다고 판단했다. 지인들을 통해 우수한 교수진을 추천받았고, 이분들이 세종대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학교 홍보를 많이 했다. 학장이 발로 뛰면서 우수한 교수진을 영입하기 위한 세일즈를 펼쳤다. 채용을 보장한 게 아니라, 우리 대학의 비전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지원자가 많아야 인재풀이 넓어지고, 좋은 인재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선발 과정에서도 지원자들의 평판 체크를 꼼꼼히 했다.”
세계 대학 순위에 집중한 이유는.
“2016년 학장에 처음 취임했을 때 세종대 경영경제대학은 세계대학평가 순위에 들어가지 못했다. 랭킹권 밖이었다. 해외에서 유학을 고려하는 학생들이 기준으로 삼는 잣대는 해외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이 평가한 세계대학평가 순위다. 해외에서 세종대 경영경제대학에 대한 위상이 높아지면 질수록 학부와 대학원에서 해외 유학생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다. 교수진과 대학의 교육 여건 등에 대한 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점에 대한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조만간 세계 100위권에 진입하면 해외에서 대학 이미지가 더욱 좋아질 것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경영경제대를 만들고, 더 나아가 세종대가 아시아 경영·경제 교육의 허브가 되도록 하고 싶다.”
‘민원해결사’라는 별명이 있다던데.
“우수한 교수님들을 영입한 이후에는 교수님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주력했다. 학내 갈등이나 소통의 부재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그래서 학장이 직접 나서 민원을 해결하다 보니 민원 해결사라는 별명이 생겼다. 지금은 교수님부터 학생들까지 ‘무엇인가 불편하다’라고 느끼면 학장을 가장 먼저 찾는다. 무엇보다 소통을 중시하고 있어, 학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인재 경영의 기본은 경청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은 사실 삼성에서 배운 것이다. 고 이건희 회장이 인재 경영에서 항상 강조했던 것도 ‘소통’이었다.”
앞으로의 목표는.
“퇴임하기 전에 세종대 경영경제대학을 세계 100위권에 진입시키는 게 목표다. 재임 기간 중 국내 공인회계사 합격자 수도 늘릴 계획이다. 2년 전 3명의 공인회계사 합격자가 나왔는데, 작년에는 9명의 공인회계사 합격자를 배출했다. 1년 만에 합격자 수를 3배까지 늘렸다. 향후 공인회계사 준비반 지원을 늘려 연간 20명 이상의 공인회계사를 배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