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는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모든 후보 중 경제 정책 분야에서는 앞서가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사무관으로 시작한 34년 공직생활 내내 우리 경제와 사회문제 해결에 소신을 다해왔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국가 장기 발전전략인 ‘비전 2030’을 수립했다. 이후 아주대 총장과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다.
조선비즈는 1월 7일 서울 영등포동 새로운물결 선거캠프에서 그를 만났다. 옅은 줄무늬 셔츠와 노타이 차림의 그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이날은 대선 레이스 중 처음으로 그의 지지율이 3%를 찍은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김 후보는 “경제 정책에 정치 이념이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규제 일변도의 청와대와 대립한 바 있다”며 “공급 확대를 같이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정치 이념이 들어가면서 규제 쪽으로 치중한 게 (부동산 정책 실패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추격경제, 세습경제, 거품경제를 깨야 ‘기회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라며 “동반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대기업들이 규제의 대상이 마음껏 플레이(놀이)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고도 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지원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줄여 촘촘하고 두툼하게 보상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김 후보와 일문일답.
새해 첫 행보로 세종대왕릉을 찾았다.
“세종대왕은 ‘세종실록’에서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밥은 백성의 하늘이다’라는 말을 8번이나 했다. 그 말이 많이 와닿았다. 특히 세종대왕릉은 왕릉 중 왕비와 왕이 합장된 최초의 것이다.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성평등) 얘기도 나오는 가운데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밥은 민생이고 민생은 다른 말로 하면 경제다. ‘대통령이 되면 민생을 살리는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세종대왕릉을 찾았다.”
저서 ‘대한민국 금기 깨기’를 통해 추격경제, 세습경제, 거품경제를 깨야 기회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경제부총리를 그만두고 전국을 다니면서 2년 3개월 동안 직접 한 글자 한 글자 쓴 책이다. 책에서 세 가지 대한민국의 문제를 제시하고 나름의 답을 내놨다. 대한민국의 세 가지 문제는 국가 과잉, 격차 과잉, 불신 과잉이다. 이 문제들이 발생하는 핵심 원인은 한국이 ‘기득권 공화국’이라는 점이다. 승자독식의 기득권 공화국을 깨고 기회의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추격경제, 세습경제, 거품경제를 깨야 한다. 일할 기회, 공부할 기회, 사업할 기회, 장사할 기회, 사랑할 기회, 결혼할 기회를 더 키워야 하고,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특히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계층을 위한 안전망도 만들어야 한다.”
현 정부의 가장 큰 실책으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대한 구상은.
“부동산 문제는 경제부총리 시절 청와대와 대립했던 것 중 하나다. 나는 공급 확대를 얘기했는데 정치 이념이 들어가면서 규제 쪽으로 치중한 게 결정적인 (실패) 원인이었다. 아울러 청와대는 종부세 등 세금을 집값을 잡는 수단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세금은 각각의 목적이 다 있다. 부동산 문제는 세 개의 바퀴가 같이 돌아야 한다. 첫 번째가 공급, 두 번째가 수요 관련 규제 문제, 세금과 대출 등이다. 마지막은 국가 균형 발전이다.”
노무현 정부 때 ‘비전 2030’ 보고서를 통해 ‘동반성장’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16년 전 일이다. 당시 25년 뒤 한국의 앞날을 제시하면서 비전 달성을 위한 전략을 담았다. 당시 처음으로 동반성장이라는 말을 썼다. 성장과 분배는 떨어뜨릴 수 없다. 패러다임을 성장과 분배가 함께 가자고 하는 개념이라 지금도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필요성이 커졌다. 소득과 자산 격차로 교육 격차가 심해지면서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기는 문제가 발생해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성장과 분배가 함께 가는 동반성장이 중요하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경제의 이중구조가 문제다. 수출과 내수,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이중구조도 마찬가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은 무엇인가.
“대기업이 기업 시민으로서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한다는 측면에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 전제가 이뤄지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불공정 해소, 기술탈취 문제, 서로 간 단가 후려치기 등이 개선될 수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정책 방향도 궁금하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대한민국 전체 취업자의 25%다. 이들은 우리 경제의 쿠션이자 허리 역할을 한다. 단순히 보조금을 주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원리 작동에 의해 장사가 잘되고,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만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피해에 대한 재정 지원은 그들의 재기를 위해 불가피하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12년 전 예산실장을 하면서 나라 살림을 책임졌다. 올해 재정의 5~10%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구조조정 대상은 주로 국회의원 지역구 예산이 돼야 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예산 편성 철에는 지역구 예산 늘리기에 급급한 게 현실이다. 5~10% 조정하면 15조~30조원이 나온다. 그러면 그 돈을 일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촘촘하고 두툼하게 지원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 후 모자라면 국채 발행하자고 얘기해야 한다.”
재정 정책에 대한 구상은.
“내가 부총리를 할 때 국가채무비율은 36%였다. 지금은 52%다. 코로나19 사태를 얘기하지만, 국가 재정은 이렇게 운영해선 안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2년 동안 재정을 확대해서 경제 위기를 극복했다. 이후 2년 동안은 돈을 덜 써서 나라 곳간을 채웠다. 재정 운영은 중기적 관점에서 건전성을 기본으로 하되,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때와 곳간을 채울 때의 조율을 분명히 할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이렇게 했다.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고, 정부부터 솔선해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하면서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방식이다.”
김 후보가 제시한 한국 경제 혁신 전략 ‘10% 법칙’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는 한국 경제 혁신 전략으로는 규제 개혁을 통해 스타트업 10만 개를 만들어 일자리 20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김 후보는 “지금 한국 경제는 혁신이 없으면 안 된다. (선진국을) 추격하는 경제로는 승산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3만9000개 스타트업에서 일자리 84만 개가 나왔다. 4대 재벌 기업 일자리보다 11만 개가 많다. 그만큼 스타트업은 고용효과가 크다”라고 했다. 김 후보는 이른바 ‘10% 법칙’도 제시했다. 그는 “‘10% 법칙’이란 100만 명을 교육해 10만 명이 창업하고, 그중 1만 개가 핵심 스타트업이 되는 것”이라며 “그중 1000개는 중견기업이 되고, 또 그중 10%인 100개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회사)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