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는 올해도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위축을 상쇄시킬 만큼 이익 증가율이 높아지거나 새로운 주가 상승 모멘텀을 가진 기업을 찾을 수 있을까. 사진 셔터스톡
투자자는 올해도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위축을 상쇄시킬 만큼 이익 증가율이 높아지거나 새로운 주가 상승 모멘텀을 가진 기업을 찾을 수 있을까. 사진 셔터스톡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고금리 시대가 시작됐다. 투자는 이제 끝난 것일까. 지난 1월, 증시는 유동성 장이 끝났다는 신호에 얼어붙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증시가 항상 ‘슈퍼 버블’이라는 경고 속에서도 2년 가까이 주가 랠리가 이어진 것을 떠올려보자. 아직은 파티장을 훌쩍 떠나는 것이 영 아쉽지 않은가.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증시는 계속 지지부진한 양상이다. 대표적인 기업가치 평가 배수인 PER(주가수익비율)을 살펴보면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빠르게 하락했음을 체감할 수 있다. 지난 1월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코스피지수의 PER은 각각 20배와 10배로, 코로나19가 발생하며 증시에 타격을 주었던 2020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

주가 부진 외에도 거시 지표와 정책 변화를 통해서 2년 동안 유지돼온 경기 방향성이 변했다는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여전히 코로나19 확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기에, 전 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은 적극적으로 나서는 형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점진적 축소) 종료와 조기 금리 인상, 재정 부양 중단 등 정책의 방향성은 결국 유동성 위축을 의미한다.


시장을 보는 엇갈린 시선, 가치주와 성장주 향방은

현재 변곡점에서 시장을 보는 의견은 크게 두 갈래로 양분되고 있다. 우선 고금리 시대에는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투자의 오랜 통념에 따라, 주식 투자에서도 성장주(미래의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어 주가가 고평가를 받는 종목)보다는 가치주(기업의 실적 및 보유 자산 등을 고려한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종목) 비중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론적으로도 금리와 성장주의 주가 관계는 증명할 수 있다. 주가는 ‘미래에 예상 가능한 기업 이익의 현금 흐름을 할인한 현재 가치’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런 주가 산출 과정에서 높은 금리는 높은 할인율로 적용된다. 따라서 성장주 주가에는 미래 이익의 현금 흐름이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돼 있으므로 주가 하락도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일반적인 공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투자 전략에도 쓰인다.

또한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의 본격적인 신호 역할을 한다. 이런 금리 상승을 성장이 흔해지는 시기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가치주처럼 저평가된 종목의 주가가 재평가받는 속도가 성장주보다 빠르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즉, 저금리 시대에 금리 하락으로 인해 동일한 성장률에도 시장이 성장주에 더 높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줬던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반면 고금리 시대에는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 어쩌면 ‘현재 시장 상황과는 조금 동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성장주를 간과하기에 이익가시성이 높아지는 성장주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이익 모멘텀(상승 동력)이 유효한 성장주를 선별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최근 금리 인상기에서 성장주와 가치주의 투자 성과를 살펴보자. 우선 코로나19 이전, 가장 최근에 있었던 금리 인상기 사례를 보겠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미국 통화 긴축에 의해 시장금리가 상승한 시기였다. 이때 미국 성장주 밸류에이션이 초반에는 일부 낮아졌지만, 일정 기간 이후부터는 회복세를 보였다. 당시 성장주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FAANG(페이스북, 현 메타·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미국 IT(정보기술) 업종의 실적 모멘텀과 플랫폼 산업의 기술 고도화가 있었다. 특히 2017년 암호화폐 가격 상승과 테슬라의 고성장 등으로 성장주가 더욱 주목받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반면에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높지 않았던 가치주도 많아서 성장주가 가치주에 비해 크게 상승했던 시기였다는 분석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금리 상승이 호재로 작용하는 금융주가 정작 프리미엄이 높지 않았던 것은 아이러니다.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마진이 개선되기 때문에 금융주는 투자 매력이 큰 대표적인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이 없었다는 것은 다른 성장주와 비교해서 투자 매력도가 정작 크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최근에도 성장주와 가치주의 성과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실제로 2021년 2월에도 금리 인상을 두고 지금과 유사한 우려가 있었다. 2021년 증시를 돌이켜보면 2월 이후 5월까지 성장주는 하락하고 가치주가 상승했으나, 6월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성장주와 가치주의 주가 수익률 차이가 거의 없었으며 일부 성장주는 가치주 대비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 ‘오르는 주식’을 찾으려면

올해에도 과연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위축을 상쇄시킬 만큼 이익 증가율이 높아지거나 새로운 주가 상승 모멘텀을 가진 기업을 찾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지난 1월 주가 조정 구간에서 나타난 유사 업종 내 주가 차별화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S&P

500지수에서 가치주가 성장주 대비 강세를 보여왔는데,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올해 예상 이익이 상향 조정된 가치주 기업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성장주 중에서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즉,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금리 상승에 직면해서도 성장주와 가치주의 구분이 무색하게 기업 실적이 여전히 중요했다. 코로나19 시대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 성장주 중에서도 높은 이익 증가율을 보이면서 앞으로도 성장 가시성이 높아지는 종목을 찾아보자. 이런 종목은 여러 가지 특징이 있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기업, 현금 흐름 개선이 예상되는 기업, 고금리에도 자금 조달이 어렵지 않은 재무 상태가 우수한 기업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좋다.

시장 불안 심리는 이미 과도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준은 25~26일(현지시각) 열린 올해 첫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비교적 시장 예상에 부합하면서 파격적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어진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 기자회견이 매파적으로 해석되면서 시장은 여전히 쉽게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 이슈 외에도 지난 1월을 돌이켜보면 국내 증시는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 많았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 HDC 현대산업개발의 광주아파트 붕괴 사건, 카카오 경영진 사퇴 등 초유의 사건 사고가 연달아 일어났다. 시장도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금리 인상 리스크(위험)를 비롯해 이런 사건 사고 리스크를 피해가려면 투자자는 지혜가 필요하다. 앞으로 성장주와 가치주라는 구분에서 벗어나 금리 상승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종목을 찾아서 투자하는 게 최선이다. 또다시 투자자가 ‘기본에 충실(Back to the basic)’해야 할 시점이다. 더불어 길었던 추위가 끝나고 시장에도 봄이 오길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