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정부는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즉 2·4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워낙 많은 내용이 담겨있었지만, 요약하면 공공이 주도적으로 개발할 경우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 도심에서의 공급을 늘리겠다는 게 요지다. ‘공로민불(공공이 하면 로맨스, 민간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아냥은 들었지만, 도심 공급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이때도 논란이 있었지만, 대지 면적에 대한 연면적 비율을 의미하는 용적률을 대폭 올려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역세권의 경우는 최고 700%까지, 다른 유형의 사업에서도 최고 500%로 올려준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주차와 조경 등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용적률 완화 논의의 시작점이다.
최근 대선에서 유력 후보자들도 용적률을 500%로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서 과연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바람직한 것인지, 실제 효과는 어떨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1기 신도시의 경우 평균 용적률이 169~226% 정도다. 1기 신도시 정도는 봐줄 만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천당 밑에 분당’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니까. 그러나 재건축 현장에서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를 보면 그 평가가 달라진다. 사진 1, 2에서 보듯이 최근 지어진 잠실 재건축 아파트 사례에 대해 대부분이 좀 답답한 게 아니냐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지들의 용적률은 300% 미만이다.
1990년대 지어진 재개발 아파트 단지들이 꽤 있다. 이들의 최고 용적률은 400%였는데 단지가 너무 답답하다고 해서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용적률을 많이 낮췄다. 그렇게 낮춰서 지은 것이 방금 말한 잠실 사례다. 그렇다면 2·4 대책으로 계획하고 있는 역세권의 700%는 어느 정도일까? 비슷한 사례로 목동 현대하이페리온 2차와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를 참조하면 될 듯하다. 용적률이 각각 632%, 799%이고, 층수는 최고 층수가 40층과 47층이다. 공공 주도의 정비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주택들이 역세권에 들어서게 된다. 용적률 500%는 사진 3, 4에 나온 아파트와 주상복합의 중간 정도 빡빡함이 될 듯하다. 참으로 어마어마한 밀도다. 그래서 2·4 대책에서도 물량을 추계할 때 최고 용적률로 계산한 것이 아니라 250~400%를 가정하고 추계했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모든 게 좋아지나
일반적으로 용적률을 높이면 사업성이 좋아지니까 더 많은 개발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용적률이 늘어나면 관련 부작용도 같이 커지게 되므로 무작정 늘릴 수 없다.
먼저 용적률이 올라갔을 때의 장점은 무엇일까? 같은 대지에 더 많은 주택을 지어서 팔 수 있으니, 사업성이 좋아지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사업성이 좋아지면 조합원들의 분담금도 줄어들고, 더 많은 주택이 공급되니 일반 주민들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추가로 공급되는 물량이 충분하다면 지금과 같은 집값 폭등세도 막을 수 있다. 이 점을 대선 후보들도 염두에 둔 듯하다.
조망권도 오히려 좋아질 수 있다. 층수를 유지한 채 용적률만 높이면 프라이버시나 조망권 문제가 심각해지나, 층수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면 고층 거주에 따른 조망권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 몇몇 재건축 단지들은 용적률 상승보다 초고층 아파트로의 개발을 희망하고 있다. 예전에는 조망권에 따른 집값 차이가 미미했으나, 요즘은 공원이나 강 등을 조망할 수 있냐 없냐에 따라 많게는 수억원씩 차이가 나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이렇게만 작동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용적률이 늘어나면 단점도 늘어난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먼저 주거환경의 질이 많이 훼손된다. 일조권의 침해가 심해지고, 소음 문제가 더 심각해지며,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문제가 많이 발생하게 돼 결과적으로 쾌적성이 많이 떨어지게 된다. 과거에는 아파트 단지의 쾌적성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오로지 입지와 교통 여건 그리고 평형대가 중요한 변수였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소득이 늘어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쾌적성이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정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오죽하면 ‘숲세권(숲 옆 아파트)’ ‘공세권(공원 옆 아파트)’이란 말도 있을까. 그 외에도 기반시설 용량 문제와 주차난, 교통혼잡 등의 고질적 문제도 더 심해진다.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 계획이 더 중요
도심에서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대선주자들의 공약처럼 용적률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나라 도시화 과정을 살펴봤을 때, 물리적으로는 가능한 용적률로 보인다. 용적률 규제를 강화하면 집값과 땅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다는 연구도 있으니, 부동산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일반론에도 불구하고 개별 입지를 고려할 때는 유의해야 한다. 용적률 상향에 대해 주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개발과정상에서 용적률 상향은 분명히 개발 호재다. 지금보다는 개발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개발 이후에 높은 용적률의 아파트는 집값이 낮게 책정된다. 재개발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용적률이 1% 증가 시 주택 가격은 0.15%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경기도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단지 용적률이 230% 수준 이상에서는 가치가 하락한다는 결과도 있다. 용적률 상향도 어느 적정선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적정선은 단지마다 다를 것이므로 총론적 접근보다는 개별적 접근이 중요해 보인다. 대규모 단지에서는 용적률 500% 상향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재건축 아파트들이 300%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답답하다는 불만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고, 단지 전체의 쾌적성을 유지하면서 가치를 높게 가져가려는 주민들의 요구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결국 용적률 500%의 개발은 현재 주상복합 건물과 유사하게 역세권의 중소 규모 필지에서 몇 개 동 형식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에도 인근 주민들의 일조권과 프라이버시 침해 등으로 인해 민원이 발생할 것이다. 사업 진행이 예상보다는 지연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큰 이슈를 현재의 도시계획 체계로 원활히 그리고 신속하게 다룰 수 있느냐다. 그래서 공공에서는 어느 지역에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큰 그림을 미리 그려야 한다. 즉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시에 개발될 경우의 혼란을 막기 위한 단계적 개발 방안도 담아야 한다. 그리고 잦은 대규모 이주로 인한 만성적 전세난을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용적률 상승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민간이 독점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이 경직된 방식이 아닌 좀 더 창의적이면서도 지역 실정에 맞는 다양한 방식의 공공 기여가 되도록 지역 주민들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뿐만 아니라 개발이익 부담금도 조정이 필요하고, 개발을 가로막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도 작동할 수 있게 개선돼야 한다. 또 용적률 상향에 맞게 층수도 지역 여건을 고려하여 완화돼야만, 용적률 상승으로 인한 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