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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민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변호사  성균관대 법대, 현 한국세법학회 이사,  현 지방세학회부회장, 현 조세정책학회 상임이사,  현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구제업무 자문위원 사진 법무법인 율촌
이강민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변호사 성균관대 법대, 현 한국세법학회 이사, 현 지방세학회부회장, 현 조세정책학회 상임이사, 현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구제업무 자문위원 사진 법무법인 율촌

“태풍이 불었다고 가정을 해볼게요. 태풍이 불어서 강원도에 산불이 났다고 하면 산불로 피해 본 정도가 집집마다 다 다를 겁니다. 그런데 서울시 주장대로라면 ‘피해를 봤든 안 봤든 전부 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2월 1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의 한 법정(변론 종결 기일). 서초구의회를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의 이강민(사법연수원 32기) 파트너 변호사가 서울시 주장에 맞서기 위해 이른바 ‘산불 전략’을 내세웠다. 서울시는 서초구가 이른바 ‘반값 재산세’의 적용 대상까지 결정하지 말고, 감면할 것이냐 말 것이냐 여부만 결정하라고 하면서, 감면할 경우에는 모든 구민에게 똑같이 적용하라고 했고, 율촌은 이에 대한 반박 논리를 이렇게 폈다. 이 사건은 서초구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부 구민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반값 재산세’를 추진한 것에 서울시가 제동을 걸면서 시작됐다.

서울시(법무법인 공도 대리)는 지방세법을 근거로 서초구가 조례로 감면 여부만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 ‘공시지가 9억원 이하’나 ‘1가구 1주택’ 같은 대상을 한정하는 것은 위임입법 일탈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서초구의회는 2020년 9월 25일 ‘재산세 감면’ 조례를 의결했다. 이후 한 달 뒤인 10월 25일 서초구청장에게 이를 송부했다. 이에 구청장은 구청장협의회에서 서울시장과 논의했으나, 2020년 10월 7일 서울시장은 서초구청장에게 재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서초구청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같은 달 23일 조례를 공포했다. 그러자 서울시가 대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인용)함과 동시에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5월 14일 서울시가 제기한 ‘구세 조례안 무효 확인 소송’에서 서초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가 산하 자치구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지만, 자치구 조례안 효력의 무효화 여부를 두고 다투는 사건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법조계뿐만 아니라 지자체 등 행정기관들의 관심이 쏠렸다.


감면 대상 한정, 위임 범위 일탈? “자치구 권한”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서울시가 근거로 삼고 있는 지방세법과 서초구 조례에 대한 내용부터 정확하게 알고 가야 한다. 문제가 된 서초구 조례안 제10조 제1항은 ‘지방세법 제111조 제3항에 따른 지방세법 제111조 제1항 제3호 (나)목에 해당하는 재산세의 세율은 표준세율의 100분의 50으로 한다. 다만, 지방세법 제4조에 따른 시가표준액 9억원 이하의 1가구 1주택을 소유한 개인에 한한다’라고 규정한다.

이보다 상위법인 지방세법 제111조 제3항(이 사건 근거 조항)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특별한 재정 수요나 재해 등 발생으로 재산세의 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항의 표준세율의 100분의 50 범위에서 가감할 수 있다. 다만 가감한 세율은 해당 연도에만 적용한다’라고 돼 있다. 서울시는 서초구가 코로나19 확산이 근거 조항에서 정한 ‘재해’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시는 조례 제정의 의도를 의심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사실상 2020년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라 급증한 재산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제정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특히 서울시는 근거 조항의 해석을 두고 ‘조례로 재산세 표준세율만 가감할 수 있도록 정했다’고 봤다. 해당 조례안이 감경 세율 적용 대상을 ‘시가표준액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을 소유한 개인’으로 한정한 것은 위임 범위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50% 범위 내에서 가감한다고만 돼 있기에 특정 대상을 뽑아서 감면하면 안 된다는 취지였다.

반면 율촌은 감면 대상을 한정하는 것도 자치구의 권한이고, 근거 조항에 이 부분이 명문화돼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이러한 뜻이 내포돼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 변호사는 “(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세율 권한 조정을 발동할 것인지 말 것인지, 발동 시 누구를 대상으로 발동할 것인지에 대한 (자치구의 권한이) 당연히 전제돼 있는 것”이라며 “누구에게 세금 감면이 필요한지 지방의회가 판단하는 것이고 그것을 조례로 정한다는 점에서 재정권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또 서초구에 ‘감면 여부만 결정하라’고 하면서 모든 구민에게 똑같이 감면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율촌은 ‘실질적 평등’ 카드를 내세워 반박했다. 서울시의 논리라면 서초구가 감면을 왜 주택에만 한정했는지, 토지나 건물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감면해 줘야 한다고 따져야 하는데, 토지·건물 소유주들은 코로나19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율촌은 지적했다.


조세법률의 명확성 원칙 위배? “다른 차원의 개념”

율촌은 서초구의 조례가 ‘조세법률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서울시 주장에 대해서도 “명확성 원칙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이 사건 조례안이 △1가구 1주택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것 △‘개인’의 개념이 불명확하며 △‘표준세율의 100분의 50으로 한다’는 내용만으로 재산세 중 특별시세를 감경한다는 것인지, 구세를 감경한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조세법률의 명확성 원칙은 조세 관련 법률이 불명확하면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이나 시행 규칙 등으로 과세할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자칫 납세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법률을 엄격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율촌은 해당 조례의 취지가 ‘납세자 권익 보호’보다는 ‘수혜적 정책’이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변론했다. 이를테면 1가구 1주택의 경우, 과세를 높일 경우에는 납세자에게 침익이 되지만 이 사건 같은 감면의 경우에는 구청이 판단해서 지역 내 집행을 충실하게 한다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다. 수혜적 정책이라는 점에서 집행자가 제대로만 행사하면 된다는 논리다.


“지자체 권한 최대한 보장돼야”

법조계에선 이번 대법 판결이 헌법이 보장한 지자체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지방의회의 의결이 법에 명확히 반하면 통제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방자치분권에 따라 ‘입법 자치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일부 과세표준 구간에 대해서만 재산세율을 감경해 일부 납세자에게만 그 혜택이 부여되는 효과가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조세법률주의나 조세평등주의 등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 이 변호사는 “지방자치제도 취지에 따르면, 사실 지자체 재정까지 완전히 독립해야 하는데 교부금으로 운영되는 등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서초구의 재정자립도가 다른 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서초구니까 승소가 가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상 지방자치제도가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 잘 구현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만약 사법부마저 (조례 효력에 대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면 사법부가 의회 권한을 침해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다양한 세법 이슈에서 이론과 실무에 정통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대법원 조세조 총괄연구관 출신으로 사내변호사들이 선정한 국내 최고 변호사에 손꼽힌 조윤희(사법연수원 25기) 변호사, 김동훈(변호사시험 7기) 변호사와 함께 사건을 승소로 이끌었다. 대법 승소에 따라 서초구는 6월부터 환급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총세금 환급액은 약 35억원으로, 약 3만 명에게 1인당 평균 10만원 선에서 환급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