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투어의 타이거 우즈’라 불리는 독일 골퍼 베른하르트 랑거는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하는 마법을 갖고 있다. 1957년 8월 27일생으로 60대 중반인 그는 50세 이상 참가하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여전히 최강이다. 그동안 챔피언스 투어에서 최고의 경쟁력은 나이였다. 갓 뛰어든 50대 초반 선수들끼리 우승 경쟁을 벌이는 게 흔했지만, 그가 등장하면서 ‘큰형님 시대’가 열렸다. 그는 올해 2월 21일 챔피언스 투어 처브 클래식에서 우승해 지난해 자신이 세운 최고령 우승 기록(64세 1개월 27일)을 64세 5개월 23일로 경신했다. 그리고 당시 대회 1라운드에서 64타를 쳐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타수를 기록하는 에이지슈트를 작성했다. 그는 지난해 64세 생일에 나선 챔피언스 투어에서 64타를 기록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나이보다 한 타 적은 63타를 기록했다. 2007년 챔피언스 투어 데뷔 이후 올해까지 16년 동안 매년 우승을 거른 적이 없다. 챔피언스 투어 메이저대회 최다승(11승) 기록도 갖고 있다. 챔피언스 투어 통산 상금도 유일하게 3000만달러(약 390억원)를 넘어섰다. 랑거는 챔피언스 투어 통산 43승으로 헤일 어윈(미국)이 가진 챔피언스 투어 최다승(45승)에 2승만을 남겨 놓고 있다. 랑거는 젊은 시절에도 1985년과 1993년 마스터스 우승을 포함해 미 PGA 투어 3승, 유럽 투어 42승을 한 뛰어난 선수였다. 하지만 60대 중반까지 이런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는 전에 없었다.
랑거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의 삶은 역경이 닥칠 때마다 기본으로 돌아가 위기를 기회로 만든 이력으로 가득하다. 독일 남부 아우크스부르크 인근 안하우젠 출신인 그는 “나는 대부분 주민이 골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독일 시골의 가난한 집 출신으로 아홉 살부터 캐디를 시작해 열다섯 나이에 프로 골퍼가 됐다”고 했다. 그런데 열아홉 살에 병역 복무 중이던 독일 공군에서 완전무장 행군을 하다 척추 스트레스 골절과 디스크에 걸려 골프를 접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그는 그때 통증을 극복하고 골프를 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들기 위해 시작한 피트니스 운동을 50년 넘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다. 그 덕분에 지금도 174㎝·72㎏의 군살 하나 없는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PGA 투어 홈페이지가 골프 팬을 위한 올바른 플랭크(plank) 자세를 비디오로 촬영하면서 그를 모델로 쓰기도 했다. 랑거는 60대 중반에도 280야드 드라이버 샷을 펑펑 날리며 챔피언스 투어에서 거리로 밀리지 않는다.
랑거는 여러 차례 지독한 퍼팅 입스(yips·불안 증세)에 시달렸다. 퍼팅 입스는 때론 경기를 이어 갈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적지 않은 선수들이 은퇴를 선택한다. 그런데 그가 롱퍼터를 사용하면서 단점이던 퍼팅 불안은 장점으로 바뀌었다. 롱퍼터를 가슴에 대고 퍼팅하는 방법이 금지되자 팔에 붙이고 퍼팅하는 자세를 개발해 계속 사용하고 있다. 꾸준한 자기 관리와 함께 랑거는 골프의 미니멀리즘이라고 해도 좋을 ‘골프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열여덟 살부터 스윙 코치 빌리 호프만이 가르쳐 준 내용을 직접 손으로 적어 놓은 노트를 골프 백에 넣어 다니며 꺼내 본다. 그립과 어드레스, 백스윙, 다운스윙 등 기본 동작에 대한 설명이라고 한다.
임진한 프로는 “골프는 인생과 가장 닮은 스포츠다”라며 “골퍼로서 살아남기 어려운 시기를 겪었어도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랑거에게서 놀라운 자기 절제와 집중력의 힘을 배운다”고 했다. 임 프로도 나이가 들수록 더 인정받는 비슷한 이력이 있다. 요즘은 자동차 광고 모델이 될 정도로 인기 레슨 프로로 알려졌지만, 그는 1977년 최상호 등과 함께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 입문해 국내에서 5승, 일본에서 3승을 거둔 뛰어난 선수 출신이다. 그는 41세이던 1996년, ‘임진한 골프 트레이닝센터’를 열어 골프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일본 투어에서 활동하고 한국에 들어왔을 때, 팔꿈치 부상도 있었고 은퇴할 나이였다. 일본에서 경험한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주먹구구식이던 국내 골프 트레이닝 시스템을 바꿔보는 데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가 어떤 골퍼의 문제점을 순식간에 파악해서 해결책을 찾아주는 ‘원스톱 레슨’이 가능한 것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축적된 자신만의 ‘빅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년 넘게 프로부터 초보 골퍼, 어린이부터 나이 든 사람 등 다양한 골퍼를 가르치다 보니 그 사람 직업과 상황에 맞는 효과적인 레슨 방법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레슨을 시작할 때부터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 신문 사설을 열심히 보았다고 했다.
2000년 이후 투자 원금의 200배 수익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진 ‘슈퍼개미’ 이정윤 세무사도 시장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 투자는 정답이 없고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우선 매매와 투자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고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매매는 단기적인 가격 변동을 잘 관찰해서 종목을 선정해야 하므로 단기 재료나 차트 모양 등이 중요한 분석 포인트가 된다. 이익 실현이나 손절매 등 과감한 매도 결정이 중요하다. 단기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했는데 물려버리면 그때부터 재무제표 공부를 하면서 단기 매매가 아닌 장기 매매를 하는 초보 투자자가 적지 않은데 그래선 투자 실력이 늘지 않는다.
투자는 가치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전략이다. 종목의 중장기적인 가치의 증가를 잘 관찰해서 종목을 선정해야 하므로 재무제표상의 중장기적인 성장이 중요한 분석 포인트가 된다. 단기 가격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성장 추세에 대한 믿음을 갖고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장기 투자를 하기 위해 종목을 매수했는데 날마다 주가를 확인하며 오르면 좋아하고, 떨어지면 슬퍼하다가 한 달도 안 돼서 팔아버리는 단기 투자자도 많다”며 “단기 매매와 장기 투자는 종목 선정부터 투자 기간까지 완전히 다른 전략이 필요하므로 매수 전에 확실히 이해하고 종목을 선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요즘처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하락 장세일 때 투자의 고수들이 어떤 원칙으로 투자하는지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주식 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92)은 어떤 원칙으로 종목을 선정할까. 이 세무사는 로버트 해그스트롬이 쓴 ‘워런 버핏의 완벽투자기법’에 나오는 버핏의 12가지 투자 원칙을 소개했다.
1.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업에 투자하라. 2. 일관되고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라. 3. 장기적 전망이 밝은 기업에 투자하라. 4. 경영진이 합리적인 기업에 투자하라. 5. 정직한 기업에 투자하라. 6. 제도적 관행에 도전할 용기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라. 7. 자기 자본 순이익률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라. 8. 주주 이익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라. 9. 매출액 순이익률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라. 10. 사내 유보금 이상으로 시장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하라. 11. 기업의 내재 가치를 평가하라. 12. 내재 가치보다 주가가 충분히 낮을 경우에만 사라.
이 세무사는 “버핏의 12가지 투자 원칙을 살펴보면 양적 분석과 질적 분석을 함께하면서 더 좋은 기업을 골라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주가가 충분히 쌀 때만 산다는 기본 원칙에 철저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