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간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정책입안자와 투자자는 향후 기대 수준을 어느 정도로, 얼마나 오랫동안 수정해야 할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은 다음 6개 질문에 달려 있다.
첫째, 현재 많은 선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플레이션(인플레)은 일시적일까, 상당 기간 지속될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를 두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지만, 지금은 ‘인플레가 지속된다’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진 분위기다. ‘인플레가 일시적이다’라고 주장했던 쪽은(중앙은행과 재정 당국이 포함돼 있다)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
둘째, 인플레가 방만한 통화·신용·재정 정책 등으로 인해 과열된 총수요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공급망 대란, 미국의 노동 공급 감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야기한 물가 상승, 그리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인한 공급 쇼크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수요와 공급 요인 모두 일정 부분 인플레를 야기했지만, 현재는 공급 요인이 더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공급 문제로 유발된 인플레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성격을 띠고 있어서 통화 긴축 시 실업률 증가와 경기 침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경착륙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장 세 번째 질문으로 이어진다.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은 경기를 연착륙시킬까, 경착륙시킬까. 최근까지 대부분의 중앙은행과 월가는 연착륙을 예상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까지 연착륙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넷째, 경착륙이 인플레에 대한 중앙은행의 매파적 태도(hawkish resolve·통화 긴축 선호)를 누그러들게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경착륙 가능성 때문에 중앙은행들이 통화 긴축을 중단하면 인플레가 장기화하면서 경기가 과열되거나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마켓 애널리스트들은 중앙은행들이 경착륙 우려에 위축되지 않고 계속 매파적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나는 확신할 수 없다. 나는 중앙은행들이 경착륙이 임박하면 겁을 먹고 통화 긴축을 중단함으로써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들은 수년간의 저금리 이후 축적된 개인·공공 부채로 인한 불황과 부채의 덫을 걱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착륙이 기정사실이 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우리는 다섯 번째 질문을 도출할 수 있다. 다가오는 경기 침체는 약하고 짧게 진행될 것인가, 아니면 더 심각하고 깊은 경제적 고통이 될 것인가. 마지못해 경착륙 시나리오를 받아들인 애널리스트들은 현재의 금융 불균형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앞둔 당시처럼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부채와 금융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의 리스크는 낮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관점은 위험할 정도로 순진하다.
다음번 경기 침체가 스테크플래이션적 채무 위기(stagflationary debt crisis)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민간 부채 수준은 1999년 200%에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350%까지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 정책을 빠른 속도로 정상화하고 금리를 올리면 자기자본 대비 차입 비율이 높은 좀비 가계와 기업, 금융기관, 정부는 파산과 디폴트 상태에 이를 수 있다.
다가올 경기 침체는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1970년대 우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지만, 부채 수준이 낮아 부채 위기가 심각하지 않았다. 2008년 이후 낮은 인플레 또는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부채 위기가 있었는데, 이는 신용 경색이 심각한 수요 쇼크를 야기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더 많은 부채와 공급 쇼크에 직면했고, 때문에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과 2008년의 부채 위기를 결합한 ‘스태그플레이션적 채무 위기’로 향하고 있다.
이에 맞서기 위해 중앙은행은 경기 침체로 향하는 상황에서도 정책 기조를 더 엄격하게 해야만 한다. 현 상황은 중앙은행이 떨어지는 총수요와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통화 정책을 공격적으로 완화하던 글로벌 금융 위기나 팬데믹 초기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재정 확대 여지도 제한적이다. 대부분 국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했고, 공공 부채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플레는 글로벌 현상이라 각국 중앙은행들이 동시에 긴축하고 있어 동시다발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긴축의 영향은 이미 나타나는 중이다. 사모펀드, 부동산, ① 밈 주식, 가상화폐, ② 스팩(SPAC), 채권 및 신용증권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버블이 터지고 있다. 부동산과 금융 자산 가치도 떨어지고 있고, 부채와 채무 변제율은 계속 오르고 있다.
여기서 마지막 질문이 나온다. 작년 피크 때에 비해 적어도 20% 이상 하락한 현재의 주식 시장은 다시 반등할까 아니면 더 추락할까.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기 침체에서 미국과 글로벌 주가는 35%까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음번 경기 침체가 스태그플레이션적인 동시에 금융 위기를 동반한다면 주식 시장은 50% 가까이 추락할 수 있다.
경기 침체가 약하든 심각하든 주식 시장은 바닥을 치기 전에 하락할 여지가 많다. 현 상황에선 어떠한 반등도 저가 매수 기회라기보단 (하락 추세 속 일시적 반등인) ③ 데드캣 바운스(dead cat bounce)로 간주해야 한다. 현재 글로벌 상황은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한 많은 질문을 낳지만, 거기에 풀어야 할 대단한 수수께끼는 없다.
상황은 더 안 좋아질 것이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① 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타며 개인 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주식.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행동·스타일을 일컫는 밈(meme)이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② 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페이퍼 컴퍼니. 스팩은 증권사가 신주를 먼저 발행해 공모자금을 모아 주식 시장에 신규 상장한 뒤 3년 이내에 비상장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스팩 주주는 기업의 인수합병에 간접 참여하게 된다. 비상장 기업이 기업공개(IPO) 절차 없이 주식 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과거 활발했던 우회상장과 비슷하지만, 스팩이 더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미리 스팩 공모로 보유한 자금을 합병자금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③ 폭락장 가운데서도 가끔 주가가 튀어 오르는 것을 일컫는 주식 용어.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죽은 고양이도 튀어 오른다”라는 말에서 비롯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