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바이오산업 분야의 주식 종목 토론방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제가 ‘증자’다. 증자란 주식을 발행해 회사 자본금을 증가시키는 것인데 왜 열띤 토론의 주제가 될까.
첫째는 아마도 신주 발행이 기존 주식의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민감한 주주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우선 신주 발행을 통해 자기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이 있다. 다른 하나는 차입금 또는 사채를 이용해 타인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다. 이 중 신주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증자다.
둘째는 자금 조달 목적에 대한 관심 때문일 것이다. 흔히 증자를 하면 회사가 자금난이 예상되거나 경영이 어려운 재무 상태여서 급여 등을 포함한 운영비를 조달할 목적으로 인식돼 주주들이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증자하는 형식에 따라 증자의 목적에는 자금을 조달하는 것 외에도 주주에게 이익을 전환해 주거나 기타 기업의 환경 적응을 위한 재무 정책적인 것도 있다. 즉, 증자의 목적은 다양하고 그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면 불필요한 불안감이나 회사의 운명과 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한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설비 자금 및 운전 자금, 회사 운영 자금 조달, 부채 상환뿐 아니라 재무 구조 개선, 주주에 대한 이익 배당같이 쉽게 이해되는 산술적인 성취 공신력 제고를 위한 자본금 대형화나 원활한 주식 거래를 유도하는 목적의 주식 분산과 유통 주식 수 증가, 또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 등의 정책적인 목적이 일반적인 증자의 이유다.
증자에는 신주를 발행하고 주주들이 주금을 납입해 회사 주식 자본의 증가와 함께 실질적인 재산 증식을 가져오는 유상 증자와 주금의 납입 없이 준비금의 자본 전입에 의해 주식 자본을 증가시키고 신주를 발행해 주주에게 무상으로 할당하는, 즉 실질 재산은 증가하지 않는 무상 증자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끝으로 유무상 증자 후 일시적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권리락 가격(주가)은 늘어난 주식 수가 일종의 공급 증가로 인식돼 주식 가치가 떨어진다는 개념이 반영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우의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호재로 인식되고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무상 증자에 비해 복잡한 셈법이 동원되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 판이하게 다르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 유상 증자에 대해 짚어보자.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현금 확보를 위해 상장된 바이오 회사들, 특히 특례상장 제도(기술특례, 성장성특례, 테슬라상장)의 혜택을 받아 주식 시장에 입성한 회사들 중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즉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고정 비용과 연구개발비를 포함한 유동 비용을 투자유치액과 상장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유보 현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얼마나 많은 연구 인력과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고 각 물질이 개발의 어느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물질 개발의 성숙도나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소요되는 자금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본지 451호에서 개발하는 물질들의 임상시험 승인이나 다음 단계로의 진입 소식을 마냥 호재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 있다고 언급했던 이유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유동성 자산은 전쟁에서 소모되는 실탄과 같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도구다. 따라서 중·단기뿐 아니라 장기적인 회사 내외의 예측이 가능하거나 돌발적인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 자산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한다. 회사도 증자의 목적, 즉 확보되는 자금으로 무엇을 할 예정인지를 공시한다. 또한 현행 상법도 수권자본제도를 채택해 회사가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정관에 기재하도록 하고 신주 발행은 정관에 기재된 수권자본금 범위 내에서만 할 수 있도록 돼있으며 신주 발행에는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도록 한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런데 왜 유상 증자를 통한 자금 확보 시도를 회사가 발전해가고 계획했던 신약 개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이벤트로 받아들이는 측과 반대로 무엇인가 당초의 계획이 빗나가고 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는 부정적인 의미로 여기는 상반된 상황이 벌어질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즉 연구개발의 주체와 투자자들 사이의 신뢰가 얼마나 쌓여 있는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예상했던 신약 개발 과정에서 기대했던 효능이 나오지 않거나 생각지 않았던 독성이 관찰되어 물질 개선을 위한 일정이 본래의 계획보다 더 소요되어 고정비와 연구개발비가 더 필요한 경우가 있다. 혹은 당초 기술 수출을 계획했던 단계에서 주목을 끌지 못하거나 적절한 파트너를 물색하지 못해 추가적인 개발비를 투자하여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 포트폴리오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거나 새로운 물질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때 회사에 대해 신뢰가 있는 투자자들은 유상 증자를 통한 유동 자산의 확보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시행착오를 개선해 물질이나 회사의 잠재적인 가치를 올리기 위한 정상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회사에 대한 불신이 높은 주주들은 이를 바이오 회사로서의 한계나 개발 실패의 전조 현상 혹은 전주곡으로 인식하여 유상 증자는 주식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으로 본다. 유상 증자를 성공의 기약이 없는, 의미 없는 개발 시도에 주주들의 소중한 자산을 낭비하는 행위로 폄하한다는 것이다.
특히 군중 심리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주식 시장의 속성상 계획했던 규모의 자금 조달이나 목표 주가의 유지에 실패한 회사와 주주 모두가 패자가 되는 위험한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져 개발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이런 부정적이고 소모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회사와 주주들 사이에 높은 신뢰가 쌓여야 한다.
의외로 그 방법은 어렵지 않다. 주주들의 눈에 비친 과학적이고 상식적인, 무모하지 않고 교과서적인 당당한 개발 노력은 믿음과 기대의 든든한 기초이다. 부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연구개발 상황을 전하는 진정성이 회사와 주주 사이 신뢰 쌓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