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0일 중국 베이징 시내 자금성과 천안문 광장 사이를 가로지르는 장안가(長安街) 왕푸징의 대표적 쇼핑몰인 동방신천지 1층 ‘셴다이후이·베이징(现代荟·北京)’. 이곳은 현대차가 중국에서 처음 선보인 도심 전시장으로, 8월 6일 문을 열었다.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현대(北京现代)’와는 별개로, 현대차의 중국 첫 단독 쇼룸이다. 요즘 중국 자동차 업계 트렌드처럼, 소비자 접근성이 좋은 쇼핑몰에 자리 잡았다.
300㎡ 공간엔 현대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와 수소 연료전지 SUV 넥쏘, 고성능 N 브랜드 중 i30 N TCR 레이싱카가 전시돼 있다. 이혁준(53) 현대자동차그룹 중국 총재(대표)는 “현대차의 철학과 기술력을 전달하고 함께 호흡하며 소통을 더 강하게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시티 스토어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2002년 베이징현대 합작사 설립 전인 2001년부터 현대차 베이징대표처에서 근무하며 20년 넘게 중국 사업을 해 온 ‘중국통’이다. 대학(중국 지린대 학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과 인연이 30년에 달한다. 지난해 12월부터 현대차그룹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 현대차가 중국에서 좀 어렵지만, 한국의 더 많은 모델을 수입해 오고 좋은 차를 만든다는 걸 꾸준히 보여 주면 중국 소비자의 인식이 바뀔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국 첫 쇼룸을 베이징 심장부인 장안가에 냈다.
“이런 시티 스토어를 운영하는 건 처음이다. 이전엔 차량을 파는 딜러점만 있었다. 판매만이 아니라 고객에게 우리의 철학을 알리고 우리의 기술력을 좀 더 전달할 공간을 만든 것이다. 현대차 브랜드만의 차별성과 기술력을 시내에서 좀 더 가까이서 전달할 공간이 필요했다. 가장 좋은 위치가 어디일지 찾다가 베이징의 진짜 랜드마크인 장안가 동방광장으로 정했다. 명품 매장도 많고 소비 수준도 높은 곳이다.”
중국에서 현대차 이미지를 어떻게 바꾸려 하나.
“현재 전시된 차가 세 대다. 팰리세이드는 한국과 글로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차종이다. 중국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제일 훌륭한 차를 들여오자 해서 팰리세이드를 선택해 수입하고 있다. 친환경 수소차 넥쏘도 있다. 현대차가 전 세계적으로 수소차를 가장 많이 판다. 고성능 N 브랜드는 기술력의 상징이다. 세계적으로 튜닝 기술이 있는 회사가 많지 않다. 중국 시장에도 현대차가 굉장한 기술력으로 튜닝한 고성능 차를 보여 주려 한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밀린 지 꽤 됐다.
“베이징현대는 2002년 설립 후 20년이 됐다. 2016년까지 차를 굉장히 잘 팔았다. 2016년에 112만 대까지 팔았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 발생 후 갑자기 70만 대, 40만 대로 떨어졌다. 판매량 감소가 단순하게 사드 때문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베이징현대가 지금까지 중국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은 50% 이상이 준중형차다. 엘란트라(아반떼)·투싼 같은 준중형차 위주로 판매를 했다. 그 시장이 가장 크긴 하지만,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가 중소형에 딱 묶였다. 한국에서 다양한 차가 나오는데, 중국에서 전부 생산할 순 없으니 중국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었다. 중국에선 볼륨카라고 해서 많이 팔 수 있는 차 위주로 생산한다. 그래서 2016년 중단한 수입차 사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수입차를 통해 기술력과 다양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현대차가 준중형차에 국한된 게 아니라 ‘뛰어난 브랜드구나, 전 세계적으로 700만 대, 800만 대씩(현대차·기아 합산) 파는 데는 이유가 있구나’라고 알리는 거다. 단시간에 인식이 바뀌진 않겠지만, 꾸준히 하면 인식의 전환이 이뤄질 거라 생각한다.”
현대차(베이징현대)는 중국에서 가성비(낮은 가격 대비 높은 성능) 좋은 차로 인기를 끌며 2013~2016년 4년 연속 100만 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위축되기 시작하다 2016년 주한 미군 사드 배치 후 중국의 경제 보복과 반한(反韓) 정서 확산으로, 2017년 판매량이 78만여 대로 급감했다. 2021년 판매량은 38만5000대(점유율 1.8%)로 추락했다. 기아 역시 2016년 65만 대에서 2021년 15만2000대로 대폭 줄었다. 2021년 현대차·기아 총판매량은 53만7000대(2.7%)로, 또 10위 안에 못 들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 첫 공장인 베이징 1공장을 중국 전기차 제조사 리샹에 매각하고 중국 내륙 진출의 상징인 충칭 공장도 가동을 중단했다. 사드 보복 타격이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론 저가 이미지와 제품 경쟁력 하락, 전기차·SUV 트렌드로의 늦은 전환이 중국 시장에서 뒤처진 원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브랜드 이미지를 쌓는 데는 최소 5년은 필요하다”며 “팰리세이드를 시작으로 여러 수입차를 들여와서 현대차 이미지를 바꿀 것”이라고 했다. 7월 20일부터 예약 판매 중인 더뉴팰리세이드의 중국 최저가는 30만800위안(약 5800만원)으로, 수입 관세(15%) 등이 붙어 한국 판매가(최저 3767만원)보다 약 2000만원 비싸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로 생산한 전기차 아이오닉도 수입 예정이다.
기아의 중국 3자 합작사(둥펑·위에다·기아)가 깨졌다. 베이징자동차와 현대차 관계는 어떤가.
“베이징현대는 일단은 지분 조정은 아직 서로 얘기하고 있지 않다. 지금 회사가 좀 어렵기 때문에, 지분 조정이 우선이 아니라 일단은 회사가 정상화할 수 있는 부분이 먼저라고 (서로) 생각한다. 만약 지금 지분을 가지고 얘기하면 서로가 아주 불편할 거다. 이렇게 어려운데 지금 누가 지분을 더 많이 가져간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 지금 빨리 극복하는 게 먼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가 대세가 되고 있는데, 대응이 늦었단 평이 있다.
“중국에서 전기차 대수는 아직 그렇게 많지 않지만, 성장률은 굉장히 빠르다. 중국은 2035년 신차의 50%를 신에너지 차량(NEV·순수 전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 연료전지 차량 포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그중 대부분이 전기차가 될 거다. 내연기관차를 빨리 퇴출시키려는 게 중국 정부 의도다. 앞으로 우리도 모든 차량은 기본적으로 하이브리드로 가고, 순차적으로 (순수)전기차로 갈 거다.”
중국이 국가적으로 수소 경제를 키우고 있다. 중국에서 수소차 넥쏘를 곧 판매 예정인데.
“수소차가 잘 운행되려면 가장 중요한 건 수소 충전소다. 현재 전국 단위로 시범구가 있는 지역 몇 곳에만 수소 스테이션이 있고, 그것도 외곽에 있다. 상용 수소차가 먼저 활성화한 것은 트럭이나 큰 버스가 도심이 아닌 외곽으로 다니기 때문이다. 승용차도 수소로 가려면 도심에서 탈 수 있어야 한다. 도심에 수소 스테이션을 만들기 위한 조건 등을 규정한 에너지법 개정판의 최종판이 조만간 나올 걸로 본다. 중국 수소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인데, 5년 후엔 이 시장이 가장 커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