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마거릿 대처'를 표방하며 ‘영국 역사상 최초의 40대 여성 총리'로 출발했던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4일 만에 실패한 경제 정책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이로써 영국은 정치적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는 한편, 위기에 빠진 경제를 회생시켜야 하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트러스 총리는 10월 20일(이하 현지시각)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사진1). 사임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 ‘미니 예산(mini-budget)’이라 불린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은 높은 세율로 인해 정체된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게 취지였으나, 상위 1%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주는 전형적인 부자 감세라는 비판에 부딪혔고, 무엇보다 줄어든 세수를 메울 수 있는 대안이 없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전부터 건전하지 못했던 영국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켰다. 그 결과 세계 금융 시장에 혼란을 초래해 영국발(發) 금융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까지 낳았다.
트러스 총리는 자신의 오른팔인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경질하는 것으로 일단 급한 불을 끄려 했다. 콰텡의 뒤를 이은 제레미 헌트 신임 재무장관은 10월 17일 의회에서 트러스 총리가 내놓은 감세안을 대부분 철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사진2). 하지만 비판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여당(보수당)에서조차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나는 싸우는 사람이지 그만두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버티던 트러스 총리도 결국엔 백기를 들고 9월 6일 취임 이후 44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 ‘역대 최단명 총리’로 기록되게 됐다.
총리는 물러났지만 정치·경제적 혼란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은 10월 중 새 당대표를 선출해 사태를 수습할 예정이다. 당대표는 자동적으로 총리직을 승계하게 된다. 하지만 혼돈을 초래한 보수당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트러스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일부 시민은 보수당인 토리당 반대 피켓을 들고 의회 맞은편에서 시위를 벌였다(사진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