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훈 단국대 의대 교수 서울대 의대 이비인후과 석·박사,UC 샌디에이고 면역학연구소박사후과정, 현 대한비과학회 소속부비동비용 연구회 회장 사진 단국대병원
모지훈 단국대 의대 교수 서울대 의대 이비인후과 석·박사,UC 샌디에이고 면역학연구소박사후과정, 현 대한비과학회 소속부비동비용 연구회 회장 사진 단국대병원

9월 방역 당국이 발표한 대규모 ‘코로나19 항체 양성률 조사’에서 우리 국민 100명 중 97명이 코로나19 항체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후유증이 보고된 만큼 감염자들의 건강 관리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후유증(롱 코비드)은 탈모와 성욕 감퇴를 포함해 잔기침, 후각 상실과 미각 변화, 숨참·기침·흉통 등이 거론된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였던 2020년 감염된 사람들은 ‘후각 상실’을 호소했다. 모지훈 단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후각 소실을 호소한 환자들이 병원을 많이 찾았지만,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신경이 아니라 (냄새를 맡는) 상피세포 손상으로 나타난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회복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 교수는 냄새를 못 맡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바이러스성 감기, 축농증(부비동염), 트라우마를 꼽았다. 이 중에서도 물혹 등이 생긴 중증 축농증 환자는 냄새를 못 맡는 것을 떠나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염증이 심해져 부비동에 물혹이 생기면 항생제 등 약물 치료를 해도 낫지 않는다. 부비동은 코를 중심으로 좌우 양옆과 이마 쪽 얼굴 뼈 뒤에 공기만 있는 공간을 말한다. 

모 교수는 “약물 치료를 오래 해도 낫지 않는 경우는 수술해야 한다”며 “내시경을 이용해 부비동 입구 주변 뼈를 깎아 통로를 넓히고 물혹과 염증을 제거한다”라고 했다. 가을이 되면 축농증과 비염이 악화한다. 모 교수가 과장으로 있는 단국대학교병원은 매년 400회 정도 축농증 수술을 한다. 모 교수에게 축농증과 코로나19에 대해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 후유증인 후각 소실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았나.
“꽤 있었다. 그런데 보통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찾아온 후각 소실은 잘 호전됐다. 염증으로 신경이 소실되는 게 아니라 후각 상피세포에서 감지하는 냄새 분자가 차단되면서 냄새를 못 맡기 때문이다. 신경이 소실되면 회복이 어렵지만, 상피세포는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회복된다. 좀 심하게 손상되면 안 돌아오는 경우도 있긴 할 것이다.”

어떻게 치료하나.
“경증 코로나19 환자는 주로 ‘대증 치료’를 한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처방하는 식이다. 냄새를 못 맡는 증상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보통 2~3주 정도 지나면 환자 10명 중 9명은 좋아진다.”

그 후에도 냄새를 못 맡는 경우는 어떻게 하나.
“그 경우 후각 훈련을 병행하게 된다. 오더런트, 즉 냄새 나는 물질로 코에 자극을 주는 훈련을 한다. 코로나19에 걸려 후각이 소실된 환자에게 많이 시도했다. 그런데 원래 감기만 걸려도 후각은 소실된다. 가장 흔한 원인이 바이러스 감염 감기, 축농증, 그다음에 트라우마(외상)다.”

훈련은 어떻게 진행되나.
“보통 1년 정도는 지켜본다. 냄새를 못 맡으면 맛도 못 느낀다. 코앞에 설탕이나 소금을 놔두면 1분 정도 후에 맛이 느껴진다. 섬모세포를 타고 설탕과 소금 입자가 이동하는 것이다. 점막에는 섬모가 있어서 일정한 방향으로 외부 이물질을 배출시켜 장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1년 넘게 후각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 중 축농증 환자가 많다.”

축농증이 걸렸다고 냄새까지 못 맡게 되나.
“냄새 맡는 부위가 물혹 등으로 꽉 막혀서 냄새를 못 맡는 경우다. 비중격(코를 좌우로 나누는 칸막이 연골)과 중비갑개 사이에 후각 신경이 많이 분포돼 있는데 그 부위에 2형 염증이 주로 생긴다. 2형 염증은 동양인 비부비동염의 40% 정도 된다. 사람 코는 CT를 찍었을 때 까맣게 보이면 정상, 회색은 비정상이다. 까맣게 보인다는 건 빈 곳에 공기가, 회색이라는 건 염증이 꽉 차 있다는 뜻이다.”

가을철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재채기를 많이 한다. 재채기하면 코안의 이물질이 빠져나가는데, 그래도 축농증이 낫지 않는 건가.
“워낙 심하게 퉁퉁 부어 있으면 재채기를 해도 배출되지 않는다. 그리고 알레르기성 비염과 축농증은 아예 다른 질환이다. 비염은 부비동을 제외한 곳에 염증이 생긴 경우고, 비부비동염은 부비동을 포함해서 염증이 생긴 것이다. 코안에 물혹이 생기는 중증 축농증은 환절기에 악화하기도 하지만, 계절을 타지 않는다.”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나.
“전신마취를 하고 콧속으로 내시경을 넣어 수술한다. (알레르기성 염증 등으로 발생하는) 2형 축농증은 염증이 심하고, 염증이 심하면 재발이 잦아서 수술이 까다롭다. 비부비동염 평균 수술 시간이 30분~1시간이라면, 이 경우 2시간도 걸린다.”

수술해도 계속 재발하는 환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수술로 염증이 있는 부분을 최대한 제거해 코안의 공간을 넓혀 주는 것이 최선이다. 최근에는 이렇게 재발이 잦은 환자를 위해 수술이 아닌 주사제로 축농증을 치료하는 약이 나왔다. 원래 아토피 치료제로 허가받은 약이다.”

아토피 치료제가 축농증 치료제로 쓰일 수 있는 기전이 궁금하다.
“아토피도 크게 보면 알레르기성 염증 질환이다. 천식, 아토피 피부염, 2형 축농증 모두 같은 병리 기전으로 생긴다. 그래서 이렇게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약을 축농증에도 쓸 수 있다고 이해하면 쉽다. 하지만 현재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서 일반 환자에게 쓰기에는 비싸다.” 

모 교수가 언급한 약은 사노피에서 개발한 듀피젠트다. 이 약의 1회 주사비는 70만원 정도다. 2주에 1회 정도 맞아야 하는데, 한 달만 치료해도 140만원이 든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으면 널리 쓰이기 어렵지 않나.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환자를 보는 의사 입장에선 축농증이라는 질환에 대응할 새로운 무기가 하나 늘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은 느리지만 바뀐다. 축농증 수술법도 1980년대만 해도 잇몸 위를 절개해서 염증을 없애야 했지만, 1990년대에 내시경이 들어오면서 훨씬 편하게 바뀌었다. 바이오 의약품이 도입되면 이런 패러다임 시프트가 또 생길 수도 있지 않겠나.”

요즘 축농증을 호소하는 어린이가 많다. 
“어린이 축농증은 급성인 경우가 많고, 만성이라도 몸이 자라면서 대부분 좋아진다.”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어린이들은 자라는 단계 아닌가. (소아의 경우) 얼굴 뼈가 아직 발달하지 않아서 콧속 공간이 좁을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코안에 염증이 조금만 생겨도 축농증으로 발전하기 쉽다. 그런데 5~10년만 지켜보면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또 어렸을 때는 면역 기능이 완벽하지 않다. 성장하면서 면역 기능은 개선된다. 코 세척만 꾸준히 잘해도 증상은 좋아진다.”

코 세척은 어떻게 하나.
“코 세척은 식염수가 가장 좋다. 분말로 식염수를 만드는 제품이 많이 출시돼 있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코 세척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이 아주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