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핑크 작가 노스웨스턴대, 예일대 로스쿨 법학 박사,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수석 연설문작성자, ‘The power of Regret’‘To Sell Is Human’ 저자 사진 다니엘 핑크
다니엘 핑크 작가 노스웨스턴대, 예일대 로스쿨 법학 박사,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수석 연설문작성자, ‘The power of Regret’‘To Sell Is Human’ 저자 사진 다니엘 핑크

미래를 내다보는 이 세계의 현자 다니엘 핑크가 신작 ‘후회의 재발견’에서 코로나19 이후 인생의 가장 훌륭한(그리고 가장 혹독한) 스승으로 ‘후회’를 지목했다. 이 책에서 ‘Non rien de rien(아니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라는 노래로 100만 장이 넘는 앨범을 판매한 후, 3년 뒤 비참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난 에디트 피아프가 첫 반면교사 사례로 등장한다. 다소 과격하지만, 다니엘 핑크는 이 대목에서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은 심리적인 자기 속임수이며, 인생을 망치는 헛소리”라고 일갈한다. 핑크는 전 세계 2만2000명의 후회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한 역대급 설문 조사를 증거로 제시하며, ‘후회는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을 이루는 근간’이며, ‘후회야말로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능력’이라고 결론 내린다. ‘한 인간을 깊게 알고 싶다면, 그에게 후회되는 것을 물어보라’는 이 ‘후회의 선각자’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근래 그 어떤 인터뷰보다 솔직하고 정확하며 신속한 답신에 뱃속이 두둑해졌다.


후회란 무엇인가.
“삶을 바로잡고 싶어 하는 건강하고 본질적인 충동이다. 후회는 생계보다는 삶에 대해, 나 자신의 진실에 관해 묻는 출발점이 된다.”

사실 잘나가는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와 ‘후회’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왜 후회에 관심을 두게 됐나.
“어느 날 문득 인생의 마일리지가 쌓인 시점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적잖은 세월이 쌓였으니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됐다. 돌이켜보니 행하지 않아 미련이 남은 일들과 실행했지만 후회로 남은 일들, 다르게 했더라면 좋았을 일들이 떠올랐다. 앞으로 펼쳐질 시간도 있으니 후회에서 교훈을 얻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보자 싶었다. 게다가 개인적인 후회를 다른 이들에게 털어놓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적극적인 경청과 속 깊은 공감이 이어졌다.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허튼소리였다. 알고 보면 모두가 후회를 터놓고 얘기하길 원했다.”

전 세계 2만여 명의 사람이 당신에게 어떤 방식으로 후회를 털어놓았나. 후회의 커밍아웃 과정이 궁금하다.
“먼저 5000명의 미국인 삶의 태도를 여론 조사했고, 이어서 ‘세계 후회 설문 조사’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반응이 매우 폭발적이었다. 109개국에서 2만2000건이 넘는 후회 사연이 접수됐고, 지금도 속속 도착하고 있다.” 

그는 후회 사연을 읽는 것만으로도 큰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후회에 관한 유의미한 발견은 무엇이었나.
“사람들은 너무도 다양하게 많은 것을 후회했다. 연애, 재정, 가족, 교육 등등. 그 심층 구조를 들여다보니 후회는 네 가지로 정리됐다. △삶의 안정적 인프라를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기반성 후회. △성장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대담성 후회. △양심적이지 못한 일에 대한 도덕성 후회. △더 사랑하고 손 내밀지 못한 관계성 후회. 설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체로 행동한 것에 대한 후회보다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더 많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선택지가 있다. 괴롭혔던 사람에게 사과할 수도 있고, 흉한 문신을 지울 수도 있다. 차선책으로 해석을 달리할 수도 있다. 가령 ‘그 사람이랑 결혼한 건 후회하지만 ‘적어도’ 예쁜 두 아이를 얻었잖아.’ 하지만 무행동에 대한 후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나이 들수록 우리가 괴로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부분 무행동에 대한 후회는 후회의 심층 구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담성 후회와 관계성 후회’로 나타났다.”

성별과 나이, 학력, 소득에 따라 사람들의 후회 내용은 또 어떻게 달라졌나.
“소득이 낮을수록 재정에 관련된 후회가 많았고, 소득이 높을수록 경력과 직업에 대한 후회가 많았다. 교육에 대한 후회는 대학을 다녔지만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남성들은 직업적 기회를, 여성들은 관계의 기회를 중시해서 그에 대한 후회가 뒤따르더라. 늙어 감에 따라 교육, 건강, 경력에 대한 후회가 적어지고, 가족에 대한 후회가 더 많아졌다. 공통적으로는 나이 들면서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우세했다. 50세에는 행동하지 않은 후회가 행동에 대한 후회보다 두 배나 많았다.”


다니엘 핑크 작가. 사진 다니엘 핑크
다니엘 핑크 작가. 사진 다니엘 핑크

최근에는 슬픔이나 고통 등 부정적인 감정도 중요하다는 것이 심리학의 트렌드다. 후회는 다른 부정적인 감정들과는 어떻게 다른가.
“1948년 사회과학자 수전 시마노프가 대학생들과 결혼한 부부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녹음했다. 녹취 분석 결과, 후회보다 더 자주 언급되는 단어는 사랑뿐이었다. 2008년 사회학자 콜린 새퍼리 등이 삶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조사했을 때도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경험한 감정, 가치 있게 생각하는 감정 역시 후회였다. 모든 분야의 학자들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살아간다는 것은 적어도 얼마간의 후회를 쌓는 일이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자책은 우리를 괴롭힌다. 그러나 놀랍게도 후회는 고도의 두뇌 작용이다. 그저 감정이 아니라 인간만이 가진 놀라운 인지 능력이다.”

후회를 하지 못하는 사람은 인지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나.
“후회를 예측하는 건 정상적인 성인의 사고력이다. 성인이 후회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심각한 문제 신호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나 조현병, 파킨슨병 등을 앓는 환자는 후회를 이해하지 못한다.”

다니엘 핑크는 후회의 프로세스를 인간만이 갖고 있는 시간 여행 능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설명했다.

“후회의 뚜껑을 열어보면 그 동력은 스토리텔링이다. 우리는 머릿속 타임머신에 올라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과거의 이야기를 고쳐 쓴다. 다른 결정을 했다면 어땠을지, 상상하는 것이다. 과거를 바꿨으니 현재의 이야기도 바뀔 수밖에. 참으로 신통한 재주다!” 

하지만 건강하게 후회하는 건 쉽지 않다. 우울한 감정이 함께 덮치면 덫에 빠진 것 같다. 현실이 그렇기에 에디트 피아프의 ‘후회하지 않아’라는 노래에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게 아닐까.
“피아프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열창한 노래로 유명해졌지만, 안타깝게도 후회에 사로잡힌 채 비참한 파산자가 되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그 일화는 사람들이 공공연히 내세우는 후회에 대한 인식과 현실 간의 괴리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가 착각하는 게 있다. 인간의 목적이 기쁨을 느끼는 것이라는 거다. 천만에, 인간의 목적은 생존이다. 후회는 적응력이 뛰어나다. 우리가 하루빨리 자기기만에서 벗어날수록,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후회의 기술을 잘 사용한 대표적인 유명인으로 누구를 꼽나.
“노벨과 제프 베이조스다. 노벨은 다이너마이트 공장을 세워 백만장자가 됐지만, 자신의 미래를 본 후 후회를 바로잡았다. ‘죽음의 상인이 죽었다’라는 잘못 나간 부고 뉴스를 읽고, 노벨상을 만드는 데 재산을 전부 기부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도 ‘그 일을 하지 않으면 미래에 후회하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져서 일과 삶에 접근했다. 80세 미래로 가본 그는 후회를 예상했고, 그것을 최소화하려는 소망을 현재 행동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이른바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로, 아마존을 세우고 워싱턴포스트를 샀고 우주여행을 했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 미래로 가서 후회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경험상 부정적 상상으로 현재가 위축될 소지도 있고.
“맞다. 보통의 우리가 ‘모든’ 후회를 가정하고 최소화하려 든다면, 뇌는 무언가를 하기보다 노력이 덜 드는 ‘현상 유지’ 방식을 택한다. 연구 결과 후회 회피는 종종 결정 회피로 이어졌다. 후회에 너무 집착하면 그대로 얼어붙어 결정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답을 고쳤을 경우와 그대로 두었을 경우, 답을 바꾼 학생들의 점수가 올라갔다. 하지만 오랫동안 ‘최초 직감을 고수하고 답을 바꾸지 말라’는 통념이 더 지배적이었다. 고쳐서 틀릴 반대의 경우를 상상하면, 심적으로 더 고통스럽거든.”

그는 후회를 최소화하는 것과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핵심은 후회의 최소화가 아니라 최적화다. 

후회의 최적화는 정확히 어떤 상태를 말하나.
“연구를 통해 네 가지 범주의 후회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지 못한 것(기반성 후회).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합당한 기회를 붙잡지 못한 것(대담성 후회). △옳은 행동을 하지 못한 것(도덕성 후회).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지 못했던 것(관계성 후회). 훗날 뼈저리게 통탄하게 될 네 가지 핵심 후회는 최소화하는 데 힘쓰되, 그 외의 일들에 대해서는 너무 신경 쓰지 말라. ‘적당히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족하다. 그러면 행복해질 거다.”

만족하는 태도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실제로 대부분 결정은 당신이 상상하는 것만큼 인생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기대 수준을 조정하고, 다음 기회에 더 나은 선택을 통해 만회도 가능하다. 왜 그 이상한 식당을 선택했는지, 왜 이 셔츠를 사기로 했는지, 1년 후엔 기억조차 안 날 거다. 오히려 모든 선택에서 최고의 쾌락을 찾고 자신의 통제감을 높이고자 하는 것은 오만이다. 후회에 집착하는 사람만큼이나 행복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은 그러지 않는 사람보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

수많은 후회를 읽으면서 선생 자신은 어떤 변화를 겪었나.
“대부분의 후회는 이해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아주 사라진 건 아니다. 나는 친절하지 못했던 걸 후회하면서 정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관계성 후회를 접하면서 내 행동에도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어색하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에게 잘 다가가지 못했다. 상대방도 개의치 않을 거로 생각했고. 내 생각이 틀렸다. 언제나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