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제약 업계 화두는 메디톡스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보톡스 소송이었다. 식약처는 메디톡스의 보톡스(메디톡신주·코어톡스주·이노톡스주)에 성분 변경, 수출, 변경 허가 문제가 있다며 제조·판매 중지 명령을 내리고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을 했다.
메디톡스는 당시 시가 총액 2조원 규모의 코스닥 상장사로 직원 600여 명을 두고 있었다. 식약처 처분으로 보톡스를 판매하지 못할 경우 공장 문을 닫고 폐업할 위기였다. 메디톡스는 이에 식약처 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냈다. 처분 취소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식약처의 행정 집행을 멈춰달라는 집행 정지 소송도 제기했다. 메디톡스 보톡스에 얽히고설킨 식약처 집행 정지 소송만 18건에 달했다.
메디톡스의 첫 집행 정지 소송은 1심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대리했으나 패소했다. 법무법인 화우는 2심부터 구원투수로 합류했고 남은 17건의 소송에서 16승을 기록하며 식약처 규제에 맞섰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메디톡스는 어떻게 집행 정지 소송에서 이겼을까.
메디톡스 보톡스 소송은 크게 성분 변경(메디톡신주), 수출(메디톡신주·코어톡스주), 변경 허가(이노톡스주) 세 갈래 사건으로 나뉜다. 성분 변경 소송은 메디톡스 전 직원이 성분이 변경된 원료로 메디톡신주를 생산했다고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제보하면서 시작했다. 사건은 권익위와 식약처를 거쳐 검찰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 결과 2012년 말부터 2015년 6월까지 메디톡신주 일부 제품에서 성분이 변경된 원료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식약청은 이를 근거로 2020년 4월과 6월에 걸쳐 메디톡신주 제조·판매 중지를 명령했고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메디톡스는 이에 반발해 2020년 4월과 6월 대전식약청을 상대로 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냈다.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판매 중단 등 대전식약청의 행정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1심은 “(식약처 처분으로 메디톡스에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해야 하는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메디톡스의 집행 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당시 메디톡스는 김앤장이 대리했다.
2심부터는 화우가 합류하면서 판이 뒤집혔다. 2심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고 대전식약청은 재항고했다. 대법원은 심리 불속행으로 사건을 기각했다. 심리 불속행은 대법원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종결하는 절차다.
대전식약청은 이와 별도로 2020년 10월과 11월 메디톡신주·코어톡스주에 대해 제조·판매 중지를 명령하고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을 했다. 메디톡스는 해당 제품을 2012년부터 직간접적으로 수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취지였다.
대전식약청은 2020년 12월과 2021년 1월에도 이노톡스주(25·50·100단위) 품목 변경 허가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제조·판매 중지를 명령하고 품목 허가를 취소했다. 이노톡스주는 25단위에 대해 2013년 품목 허가를 받고 50단위와 100단위에 대해 각각 2015년과 2019년 품목을 추가하는 변경 허가를 받았다. 대전식약청은 메디톡스가 이노톡스주 25단위 품목을 허가받는 과정에서 허위로 자료를 작성했다고 보고 이노톡스주 25·50·100단위 전체를 규제했다.
메디톡스는 마찬가지로 제품 수출(메디톡신주·코어톡스주)과 변경 허가(이노톡스주) 사건과 관련해 식약처 처분을 취소하고 취소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들 집행 정지 소송은 1~3심 모두 법원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보톡스 성분 변경(메디톡신주) 소송의 쟁점은 약사법 62조 위반 여부였다. 약사법 62조는 허가된 내용과 다른 성분으로 의약품을 제조하는 것을 금지한다. 메디톡신주는 기존에 세 번 침전(沈澱)한 BTA 분말에서 한 번 침전한 BTX 원액으로 원료를 변경했다. 대전식약청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동인은 원료 성분이 변경됐다고 봤고, 화우는 성분은 그대로고 제조 방법만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우는 ‘기술 동영상’으로 법원을 설득했다. 사안이 복잡하고 어려운 만큼 메디톡신주 성분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동영상을 만든 것이다. 권동주 화우 변호사는 “동영상으로 원료 제조 방법만 다를 뿐 성분은 똑같다는 것을 설득했다”며 “선진국의 경우 원액 보톡스를 선호하고 침전 과정이 적을수록 단백질 변형 위험이 낮다는 점을 들어, 원료 성분은 그대로고 오히려 품질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화우는 메디톡신주의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것도 근거로 삼았다. 약사법 71조는 공중 위생상 위해가 발생한 의약품에 대해 식약처장 등이 회수·폐기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권 변호사는 “해당 제품은 이미 유통기한 3년이 지나 시중에 존재하지 않고 현시점에서 공중 위생상 위해가 없다”며 “현재 적법한 의약품을 대상으로 제조·판매 중지를 명령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했다.
보톡스 수출 관련 소송(메디톡신주·코어톡스주)에서는 법리 해석이 쟁점이었다. 약사법 53조는 의약품을 판매할 경우 식약처장 등의 출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의약품은 크게 수출과 판매로 구분되는데 수출은 의약품이 해외로 나가는 것이고 판매는 의약품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것을 의미한다. 의약품을 단순 수출하려면 허가가 필요 없지만 판매하려면 허가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메디톡스는 제품을 직접 해외로 수출하거나 국내 도매상을 거쳐 해외로 간접 수출했다. 대전식약청은 메디톡스가 국내 도매상을 거쳐 해외로 제품을 보내는 것이 ‘의약품 판매’에 해당한다고 보고 허가받지 않았다며 규제했다. 권 변호사는 “간접 수출도 국내 도매상을 거쳐 해외로 의약품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의약품 수출’에 해당하고 허가받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1~3심은 모두 화우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메디톡스는 의약품 변경 허가 절차(이노톡스주)와 관련해서도 대전식약청과 맞붙었다. 메디톡스는 이노톡스주 25단위만 허가 절차상 문제가 있는데 50단위와 100단위까지 규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권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행정 처분의 사유가 일부에만 존재하는 경우 일부에 대해서만 처분해야 한다”고 했다. 이 역시 1~3심 모두 화우의 손을 들어줬다.
화우는 이로써 메디톡스가 대전식약청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 정지 소송 17건 중 16건에서 승소했다. 다만 같은 내용으로 대전식약청의 처분 자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은 여전히 1심이 진행 중이다. 권 변호사는 “식약처 처분에 대해 본안(처분 취소 소송)에 준하는 수준으로 집행 정지 소송에서 심리가 이뤄졌다”고 했다.
권 변호사는 “의약품 사건의 경우 법원도 국민 건강을 고려해 엄격하게 집행 정지 여부를 판단하는 추세”라며 “약사법 위반 여부에 대해 치열하게 설득해 집행 정지 결정을 이끌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폐업 위기에 처한 기업을 기사회생시키고 대전식약청의 위법한 행정에 대해 사법적 통제를 실현했다”며 “그 부분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