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자는 나이 서른을 ‘이립(而立)’이라 했다. 스스로 뜻을 세울 수 있는 나이라는 뜻이다. 위스키도 30년쯤 나이를 먹으면 온전히 그 자체로 완성된 술이 된다. 위스키는 보통 숙성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그러나 통상 30년 이상 숙성시키지 않는다. 참나무통 자체 수명 때문이다. 30년이 지나면 위스키 원액이 참나무통에서 빨아들일 수 있는 향은 거의 바닥이 난다.
30년을 익히는 동안 술의 양도 줄어든다. 60도가 넘는 위스키 원액은 참나무통 나뭇결 사이로 조금씩 증발한다. 일부는 통에 스며든다. 매년 2~2.5%가 사라지는데, 스코틀랜드에서는 이 술을 천사들이 가져갔다고 생각한다. 30년을 묵히면 산술적으로 45%가 ‘천사의 몫(Angel’s share)’으로 날아간다는 뜻이다. 이후부터 주질(酒質)은 마스터 블렌더의 손에 따라 결정된다. 블렌더란 다른 장소, 다른 참나무통에서 각각 숙성시킨 여러 위스키를 섞어 개성 있는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글로벌 주류 기업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 11월 프레스티지 위스키 브랜드 ‘로얄살루트’의 새로운 하이엔드 컬렉션 ‘로얄살루트 30년’을 출시했다.
페르노리카 로얄살루트의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 마티유 들랑(Mathieu Deslandes)의 방한을 계기로 미겔 파스칼(Miguel Pascual) 페르노리카코리아 마케팅 총괄 전무와 함께 인터뷰를 했다.
들랑 디렉터는 “한국에서 프리미엄 스카치위스키의 진가를 알아보는 젊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파스칼 전무는 “한국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문화 전반에 높은 안목을 지니고 있어 하이엔드 위스키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페르노리카코리아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10월까지 최근 4개월간 국내 인터내셔널 스카치위스키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성장했다.
동시에 고숙성, 고퀄리티 위스키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블렌디드 그레인 위스키 같은 새로운 영역의 제품들이 나타나면서 21년산 이상 프레스티지급 인터내셔널 스카치위스키 판매량은 80%가 늘었다.
들랑 디렉터와 파스칼 전무에게 로얄살루트 30년을 선보인 의미, 우리나라만을 위한 차별화한 하이엔드 위스키 시장 공략 방안에 대해 물었다.

새롭게 선보인 로얄살루트 30년에 대해 소개해 달라.
들랑 “로얄살루트 30년 키 투 더 킹덤(Key to the Kingdom)은 로얄살루트의 새로운 하이엔드 컬렉션 정규 라인으로, 한국에 선보이는 제품이다. 로얄살루트는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을 기념해 탄생했다. 이후 영국 왕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로얄살루트만의 독특한 유산을 쌓고 있다. 이번 로얄살루트 30년 역시 영국의 군주가 매년 스코틀랜드를 방문할 때 환영의 의미로 에든버러의 열쇠를 상징적으로 전달하는 영국 왕실의 가장 오래된 의식 ‘키 세리머니(The Ceremony of the Key’s)’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그에 맞춰 블렌딩을 더욱 현대적으로 다듬었다.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은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생산하는 최소 30년 이상 숙성한 진귀한 위스키 원액을 직접 선별, 키 세리머니에 걸맞은 고급스러우면서도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블렌딩을 완성했다. 잘 익은 배와 블러드 오렌지, 풍성한 꿀의 깊은 달콤함과 은은하고 따듯한 풍미의 계피와 생강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스모키한 피니시가 길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로얄살루트 30년 출시가 한국 위스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가.
파스칼 “30년산 이상을 선보이는 위스키 브랜드는 많지 않다. 반면 로얄살루트는 38년산 최고급 위스키 ‘38년 스톤 오브 데스티니’, 반세기에 걸친 시간이 완성한 걸작 ‘52년 타임 시리즈’, 하이엔드 위스키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더 에이지 컬렉션’처럼 다양한 라인업을 꾸준히 선보였다. 다만 38년 스톤 오브 데스티니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정판으로만 만날 수 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예를 들어 2020년 초에 선보였던 ‘52년 타임 시리즈’는 전 세계 106병, 한국에서는 단 5병만 한정으로 판매했다. 이번 30년산 출시는 21년산과 38년산 사이, 즉 로얄살루트 하이엔드 컬렉션을 시작하는 제품을 한정판이 아닌 정규 제품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로얄살루트 30년을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들랑 “샌디 히슬롭은 위스키의 다채롭고 완벽한 풍미를 고스란히 경험하기 위해선 후각을 통해 위스키의 향을 먼저 즐길 것을 권한다. 이런 과정은 모든 감각을 깨워 위스키를 음미하기 좋은 완벽한 순간을 만들어 준다. 로얄살루트 30년은 그 어느 것도 첨가하지 않은 순수한 상태(NEAT·니트)로 즐길 것을 추천한다. 실온 상태에서 텀블러 또는 향을 극대화하는 튤립 모양 유리잔에 따라 그 향과 맛을 온전히 경험하길 추천한다.”
유명 디자이너 양태오씨와 협업해 국내 한정으로 ‘로얄살루트 30년 스페셜 리추얼 키트’를 선보였다. 이 리추얼 키트는 한국 소비자가 로얄살루트 30년을 더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새 방식인가.
들랑 “스페셜 리추얼 키트는 영국 스카치위스키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차를 통해 스스로를 수양하고 완성해가는 한국 고유 다도(茶道) 문화를 융합한 프로젝트다.”
파스칼 “한국에서 로얄살루트 30년을 선보일 준비를 하면서, 이 술이 가진 풍미, 높은 희소가치를 지닌 30년산 위스키의 가치와 본질, 영국 왕실의 헤리티지 그리고 현대 미술을 동시에,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방식을 제시하고 싶었다. 30년산의 빛깔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는 튜브와 촛대, 달콤하면서도 스모키한 향을 느끼고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글라스 등은 오랜 시간 숙성된 진귀한 위스키 원액을 오감으로 가까이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 것이다.”
로얄살루트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전 세계에서 다양한 분야 아티스트와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다. 마케팅 전략상 이유가 있나.
들랑 “로얄살루트는 영국을 대표하는 아이코닉 패션 디자이너 리처드 퀸을 비롯해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작업을 진행했고, 이러한 작업들이 한국 시장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에서 로얄살루트를 마시는 소비자가 전 세계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고, 그들이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번 양태오 디자이너와 협업처럼 로얄살루트는 한국 소비자와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스코틀랜드 유산과 한국 전통을 융합해 그동안 만나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키고 싶고, 그 결과에 매우 흡족하게 생각한다. 예술적 독창성을 지원하는 로얄살루트 브랜드 철학이 한국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나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