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하순 휴양지로 유명한 ‘일본 알프스’ 지역을 2주간 둘러봤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시라카와고, 다테야마(立山), 가미코치(上高地)를 찾았다. 깊은 산속 온천료칸이나 호텔에서 국내외 관광객을 많이 만났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로 전환되고 있는 데다 10월 중순부터 외국인 관광비자가 없어진 덕분이다. 경기 둔화와 코로나19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던 일본 관광산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리조트 업체들도 유명 관광지인 교토, 오키나와 등에 최고급 호텔을 잇달아 열고 있다.
일본 관광산업의 부흥을 이끌고 있는 대표 경영인은 리조트업계에서 ‘혁명아’로 불리는 호시노 요시하루(星野佳路·62) 호시노리조트 사장이다. 그는 코로나19 시기에도 최고급 호텔인 ‘호시노야’ 오키나와(2020년), ‘카이(界)’ 나가사키, 시마네(2022년) 등을 오픈했다. 호시노리조트는 대학생들의 입사 선호 기업 10위권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호시노 사장이 밝힌 관광산업의 미래와 성장 전략을 소개한다.
코로나19 이후 3년간 운영 시설 2배 증가
호시노리조트는 유명 휴양지의 최고급 호텔부터 도심형 관광호텔까지 100여 개 시설을 운영 중이다. 독창적인 테마로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는 고급 호텔 ‘호시노야(55개)’와 지방의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는 고급 소규모 온천료칸 ‘카이(21개)’가 주력 브랜드다. 세련된 디자인과 풍부한 이벤트를 갖춘 서구풍 리조트 ‘리조나레(1개)’, 도시의 매력을 발견하는 도심형 관광호텔 ‘OMO(10개)’,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자유로운 숙박 시설인 ‘BEB(3개)’, 일본 최고 지형에 위치한 스키 리조트(3개) 등을 갖고 있다. 전체 운영 시설은 최근 3년 새 60여 개에서 100여 개로 증가했다.
호시노 사장은 호시노온천료칸(星野溫泉旅館)의 가업을 이은 창업 4세대 기업인이다. 이 료칸은 1904년 창업했으며, 1914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사업 규모가 커지자 1951년 ㈜호시노온천으로 전환했다.
1991년 4대 사장으로 취임한 호시노는 4년 뒤인 1995년 호시노리조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 업체는 2005년 국내외 리조트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미국 골드만삭스와 합작, 자산운영회사를 설립했다. 미국 코넬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하고, 시티뱅크에서 근무한 호시노의 경력이 양사 간 합작에 도움이 됐다. 이 회사는 버블경제 붕괴 이후 문을 닫은 온천료칸과 호텔을 사들여 재생 사업을 벌여 상당한 실적을 내고 있다. 2013년에는 호시노리조트자산운용이 경영하는 ‘호시노리조트 리츠 투자법인’을 도쿄증시에 상장했다. 이후 ‘OMO’ ‘BEB’ 등 차별화한 리조트 브랜드를 잇달아 선보였다.

가장 일본적인 온천료칸으로 ‘승부’
호시노 사장은 리조트업계에서 ‘혁명아’로 불린다. 경기 침체기에 가업을 이어받은 그는 독특한 경영 철학으로 난관을 뚫고 일본을 대표하는 리조트 기업가로 성장했다.
고객층을 세분화한 다양한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론칭하고, 지방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01년에는 야마나시현 리조나레의 경영권을 취득, 회생시켰다. 이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2003년 국토교통성으로부터 제1회 ‘관광 카리스마’로 선정되기도 했다.
호시노 사장의 넘치는 에너지의 원천은 스포츠다. 그는 연간 60일 정도를 겨울 산에서 스키를 타는 ‘스키 마니아’다. 스키는 멋진 인생 스포츠라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도전하라고 늘 권한다. 겨울 산에서 젊은이들에게는 “큰 뜻을 가지라”고 말한다. 꿈이 있는 사람과 꿈이 없는 사람은 최종 도달점의 높이가 다르다는 게 평소 지론이다.
호시노 사장이 태어난 나가노현 가루이자와 고향 집은 높은 산과 강이 있고, 거대한 국유림까지 펼쳐진 곳이다. 웅대한 자연 속에서 자란 그는 중학교부터 아이스하키에 열중했다. 게이오대 1학년 때에 정규 선수가 됐고, 3학년 때에 주장에 입후보했다. 원래 주장은 감독이나 4학년들로부터 지명을 받는 게 관례다. 하지만, 아이스하키부의 문제점과 성과를 올리기 위한 길이 확실히 보였기 때문에 꼭 자신에게 주장을 맡겨달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주장이 된 뒤 2부리그에서 우승했고, 1부리그 복귀도 달성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가업 승계를 미루고, 미국 유학을 떠나 호텔경영을 전공했다. 어릴 적부터 가업 승계를 의식했지만, 당시는 그다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학업과 현지 경험 덕분에 세계인이 ‘일본’에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사업 성공의 핵심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일본의 전통 ‘온천료칸’ 혁신에 나선 배경이다.
경영 전략의 핵심은 수평적인 조직 운영

호시노 사장은 회사 경영에서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중시한다. 관광업은 소비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고, 고객 서비스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그는 귀국한 뒤 고향의 온천료칸에서 일했으나 가족 경영 특유의 폐쇄적 분위기로 인해 사원들이 계속해서 그만두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인재를 모아서 오랫동안 일하는 회사를 만들려면 기존 틀을 깨고, 사원 연령이나 입장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밝히는 수평적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하는 출발점이 됐다.
수평적 조직 개념은 아이스하키팀 경험에서 얻은 것이다. 실제 시합이 시작되면, 전략이나 작전대로 진행되지 않아 결국 선수들은 자신의 판단대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일도 마찬가지다. 고객을 접대하는 직원이 매일 새로운 상황이 부딪히는 가운데 스스로 판단하고 대처해야 할 일이 많다. 상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원들에게 모티베이션(동기)을 줘야 한다. 최종 경영 판단은 최고경영자(CEO)가 내리지만, 그 판단 재료를 충분히 모으려면 수평적인 논의가 필수적이다.
여행의 주류, ‘단체’에서 ‘개인’으로
호시노 사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3년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새로운 여행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끼리의 관계가 단절되면서, 현대인이 살아가는 데 여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두가 실감했다. 그는 여행의 주류가 ‘단체’에서 ‘개인’으로 바뀌었다고 단언한다. 회사의 지속 성장을 위한 ‘3개 운영 방침’을 새로 확정했다.
첫째, 오프 시즌이 없는 관광지는 없다. 연간 전체를 통해 얼마나 숙박객을 유지할지가 중요하다. 둘째, 고객을 모으고 싶은 시기에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고객을 끌기 위한 콘텐츠는 현지에서 준비한다. 그것이 최종적으로 강한 관광지, 강한 리조트 시설이 된다. 셋째, 과대 포장하는 마케팅은 관광 업체에 좋지 않다. 자신만의 강점을 가진 발상으로 사업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시노 사장이 꼽은 일본 관광업의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도쿄, 오사카, 교토 등 인기 도시와 지방간 인바운드(외국인 관광객)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관광업계의 정사원 비율을 높여 ‘장기근속’ 사원을 늘리는 것이다. 회사의 안정성이 높아져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