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랜도(Jon Landau) 아바타 프로듀서 전 폭스 스튜디오 부사장,아카데미 1회·골든 글로브 2회 수상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존 랜도(Jon Landau) 아바타 프로듀서 전 폭스 스튜디오 부사장,아카데미 1회·골든 글로브 2회 수상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관객이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는 영화가 있다면, 그것은 ‘아바타: 물의 길’일 것이다. 디지털화한 클로즈업 화면에 배우의 얼굴을 넣을 수 있을 만큼 발전한 기술로 미묘하고 세세한 연기를 전부 실감할 수 있도록 했다. 관객이 영화를 통해 캐릭터의 영혼을 느낄 수 있게 끌어들이고 싶었다.”

13년째 월드와이드 역대 흥행 순위 1위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영화, ‘아바타’가 12월 14일 후속작으로 돌아왔다. ‘아바타: 물의 길’ 홍보차 방한한 존 랜도 프로듀서는 12월 9일 인터뷰에서 후속작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전작의 기록에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며 ‘아바타: 물의 길’이 코로나19로 뜸해진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가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함께 2009년 개봉한 아바타는 전 세계에서 28억4737만달러(약 3조7261억원)의 흥행 수익을 거뒀고, 우리나라에서만 134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었다.

그의 자신감 배경에는 신비로운 수중 세계를 담은 영상미가 있다. 영화에 3D뿐 아니라 HFR(High Frame Rate·초당 프레임 수를 높여 선명하고 매끄러운 영상을 만드는 기술), HDR(High Dynamic Range·영상의 명암을 강조해 밝기의 범위를 확장하는 기술), 수중 퍼포먼스 캡처(사람의 섬세한 연기를 디지털 캐릭터의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기법) 등 최고의 기술을 적용해 생생함을 더했다. 여기에 영화의 배경이 되는 외계 행성 ‘판도라’와 지구의 전쟁을 통해 난민, 인종 차별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존 랜도 프로듀서는 아카데미상과 골든 글로브상을 각각 1회, 2회 받은 영화 제작자로 역대 흥행 수익 2위 영화인 ‘타이타닉’을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물의 중요성을 깨닫고, 어떤 일이 물 자원을 고갈시키는지 인식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작이 전 세계 역대 흥행 순위 1위 기록을 13년째 유지하고 있다. 부담은 없나.
“솔직히 기록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만족할 수 있고, 관객이 반응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진정한 예술은 바로 관객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 중일 때 관객을 본다. 그들을 웃게 했는가, 몰입하게 했는가, 울게 했는가. 그것이 부담이다. 흥행 자체보다 관객으로부터 이런 반응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제목을 ‘물의 길’로 정한 이유는.
“생명체의 기원은 물이다. 물은 우리 몸의 일부이고, 모든 대륙에 걸쳐 공유된다. 모든 대륙에 열대우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륙의 경계는 물로 둘러싸여 있다. 사람이 물의 중요성을 깨닫고,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물 자원을 고갈시키는지 인식하도록 의도했다. 수중 생명체와 이들로부터 우리가 얻는 것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이번 영화에는 ‘물의 길’에 관한 시가 나온다. ‘우리가 바다와 주고받는 것’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이번 영화의 콘텐츠에 상당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기술 발전은 기존에 전할 수 없던 이야기를 다른 방법으로 전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화한 클로즈업 화면에 배우 얼굴을 삽입하는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관객이 영화에 비치는 모습을 ‘진짜’라고 믿게 만드는 그 기술이다. 이를 통해 관객은 배우의 미묘하고 세밀한 연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된다. 우리는 관객이 캐릭터의 영혼을 느낄 수 있도록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고 싶다. 관객의 눈은 캐릭터의 영혼이 들어갈 수 있는 창이기 때문이다.”


12월 14일 개봉한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의 스틸컷.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12월 14일 개봉한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의 스틸컷.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에 수중 장면이 많다. 수중에서 생생한 연기를 담느라 고충은 없었나.
“먼저 물속에서 촬영하는 것부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전까진 아무도 수중에서 퍼포먼스 캡처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번에 두 개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 수면과 그 위의 시스템, 수중의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이 물속으로 뛰어들거나 물 밖으로 나오는 장면을 위해서다. 이 기술적 도전은 결과적으로 성과를 냈지만, 이보다 훨씬 더 큰 도전은 출연자들이 잠수한 채 물속을 편안하게 느끼도록 훈련시키는 것이었다. 출연 배우인 시고니 위버는 처음엔 30초도 숨을 참지 못했지만 훈련 후 1분 30초나 잠수할 수 있게 됐다. 이후에 하와이 바다로 가서 배우들을 훈련시켰는데, 어둠 속에서 거대한 쥐가오리들이 배우들 위로 헤엄쳐 왔다. 배우들은 그들의 배를 만지는 신비로운 경험을 했고, 이 경험은 위버가 ‘판도라’에서 가오리 옆을 헤엄치는 장면을 촬영할 때 도움이 됐다.”

최상의 기술들로 영상미를 극대화했다. 관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나.
“나는 질 높은 시각적 이미지와 캐릭터 몰입도 등을 통해 ‘경험’이라는 단어를 끌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극장을 떠난 후에 ‘영화를 봤다’가 아닌 ‘경험했다’고 말하기를 원한다는 뜻이다. 만약 관객이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는 영화가 있다면, 그것은 ‘아바타: 물의 길’일 것이다.”

수년간 코로나19로 영화 산업이 크게 흔들렸다. ‘아바타: 물의 길’이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코로나19는 사람들에게 ‘영화관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갈망을 줬다. 지난 3년간 너무 오래 고립된 채 지내왔기 때문이다. 현재는 코로나19 사태가 정상화하고 있고, 그렇기에 (관객을 돌아오게 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너무 오랫동안 제각기 오락을 소비해온 탓에 공동체 경험을 공유하는 것에 목말라 있다.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라디오를 듣거나 유튜브, 비디오를 보는 것과는 다른 경험이다. 이번 영화가 라이브 콘서트와 동등한 시각적 매체라고 자신한다.”

영화 산업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기술 발전은 영화 제작 도구를 다양화했다. 오늘날에는 누구든 아이폰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산업이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내가 야심만만한 젊은 영화 제작자였을 때는 카메라를 빌려야만 했고, 가공할 필름 재고를 사야 했다. 모두가 영화를 제작할 수 있게 된 지금, 다음 ‘스티븐 스필버그’는 어디서 나타날지,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만들어질지, 기대된다.”

3편의 후속작을 추가로 예고했다. 후속편의 핵심은.
“평생을 여행하더라도 지구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할 순 없다. 시각적인 것만이 아닌, 문화의 다양성을 말하는 것이다. 후속작은 외계 행성 ‘판도라’에 계속 머물며 특별한 새로운 장소를 등장시킬 것이다.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메트 카이나’라는 새로운 수중 부족을 만들었다. 이후의 모든 후속작에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종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판도라와 지구상의 우리, 모든 이가 연결돼 있고,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주형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

심효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