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띠는 온화하고 자애로운 성격으로, 강한 의지와 자신감, 통찰력, 총명한 리더십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묘년 경영 행보가 주목되는 토끼띠 기업인으로는 누가 있을까. 1927년생부터 1939년생, 1951년생, 1963년생, 1975년생 등 다양한 연령대 경영인이 활약하고 있다.
1927년생 토끼띠인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은 고(故) 강중희 동아쏘시오그룹 창업주의 첫째 아들로, 1959년 동아제약에 입사한 뒤 1975년 사장을 거쳐 1981년 회장 자리에 올랐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재직 기간만 63년으로, 반세기 넘게 한 회사에 몸담은 셈이다. 1963년 자양강장제 박카스 출시와 성공을 주도했으며, 1967년 동아쏘시오홀딩스를 국내 제약사 매출 1위에 올려놨다. 2017년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경영 자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1939년생 토끼띠 대표 경영인으로 꼽힌다. CJ제일제당 대표이사 회장도 겸하는 손 회장은 한일은행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1993년 제일제당이 삼성그룹에서 분리할 때 제일제당 대표이사 부회장으로서 계열 분리 작업을 주도했으며, 1995년 제일제당 회장에 올랐다. 2002년 CJ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2005년까지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일했다. 또 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거쳐 2018년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장(경총)을 맡아 세 번째 연임하고 있다. 경총 회장으로서 규제 개혁, 최저임금 등 전반적 경제 정책을 놓고 기업인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1951년생 구본준 LX그룹 회장도 토끼띠다. 그는 LX그룹 지주회사인 LX홀딩스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구 회장은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다.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거쳤으며, 2018년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고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아들인 구광모 회장이 총수에 오르자 LG 고문으로 물러났다. 2021년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 5개 계열사를 갖고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LX그룹을 세우고 회장에 올랐다. 강한 리더십과 직설적인 화법의 경영인으로서 여전히 왕성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1963년생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SKC 경영지원본부 본부장, SK텔레콤 전략지원부문장과 부사장, SKE&S 대표이사 부회장을 거쳐 현재 SK그룹 수석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SK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초기 단계부터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2021년 SK온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SK온은 포드자동차와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를 세웠고,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미국 최대 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온의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6.2%로 세계 5위에 올랐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겸 아모레퍼시픽 대표도 1963년생 토끼띠 경영인이다. 서 회장은 서성환 태평양 창업주 차남으로, 1987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 태평양화학에 입사해 2013년 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2019년 창립 뒤 처음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 해외 매출 2조원을 달성하는 등 ‘서경배 신화’를 썼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고전하고 있지만, 맞춤형 화장품, 디지털 전환 등으로 실적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서 회장은 예술과 미술 등에도 관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서 회장은 미국 미술 전문지 ‘아트뉴스(ARTnews)’가 선정한 2022년 ‘세계 200대 컬렉터’에 꼽혔다.
1963년생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DS부문장도 토끼띠 경영인이다. 2020년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거쳐 2022년부터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을 맡았다. 지난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승진 이후 처음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 대표이사직을 유지했다. 경 사장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D램 설계, 플래시개발실장,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역임하며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주도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박세창 금호산업 사장은 1975년생 동갑내기다. 조 회장은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장남으로, 대한항공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2016년 대한항공 대표에 올랐고, 2019년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현재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한항공 경영 정상화, 2020년 인수한 아시아나항공과 안정적 통합에 주력하고 있다. 박 사장은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 아시아나IDT 사장 등을 거친 후 2021년부터 금호산업 사장에 올랐다.
해외 토끼띠 경영인은…‘구원 투수, 자수성가’
글로벌 토끼띠 경영인으로는 어떤 이들이 있을까.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로 재등판한 로버트 아이거(Robert Iger)가 1951년생 토끼띠다. 뉴욕주 롱아일랜드 노동자 동네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지역 방송사에서 기상 캐스터로 일하다 1974년 미국 3대 지상파 방송국인 ABC로 옮긴 후 41세에 ABC방송 사장이 됐다. 아이거 CEO는 1995년 월트디즈니가 ABC를 인수한 후, 디즈니인터내셔널 사장,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05년 CEO에 올라 2005~2020년 디즈니 황금기를 일군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2020년 2월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지난 11월 실적 부진에 빠진 디즈니 ‘구원 투수’로 돌아왔다.
로런스 컬프(Lawrence Culp)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CEO)는 1963년생 토끼띠 경영인이다. 2001년 37세 나이로 다나허 CEO 자리에 올랐던 컬프는 2018년 GE가 126년 역사상 최초로 외부에서 영입한 CEO다. GE는 1892년 창업 이후 경영 사관학교로 불리는 크로톤빌연수원을 통해 키운 내부인을 CEO로 선임해 왔다. 컬프 CEO는 GE의 사업을 정리하며 회사 구조를 단순화하는 데 주력했고, 2021년에는 GE의 사업을 에너지와 항공, 헬스케어 등 세 분야로 분할했다. GE는 그의 성과를 인정해 CEO 계약 기간을 2024년 8월까지 연장했다.
중국의 자수성가 경영인 리수푸(李书福) 지리자동차(吉利汽車) 회장도 토끼띠다. 1963년 저장(浙江)성 타이저우(台州)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거리 사진사로 생계를 이어 갔다. 그러나 직접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은 리 회장은 냉장고 부품 업체와 오토바이 회사를 거쳐 1998년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고, 지리자동차를 세웠다. 지리자동차는 2010년 스웨덴 볼보를 인수해 전 세계 자동차 업계 주목을 받았으며, 2022년 6월 자체 개발·제조한 저궤도 위성 9기를 발사해 테슬라에 이어 자체 위성 네트워크 구축을 시작한 두 번째 자동차 회사가 됐다. 2022년 5월엔 르노코리아자동차 지분 34.02%를 인수해 2대 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이 밖에 해외 토끼띠 경영인으로는 샨터누 너라연(Shantanu Narayen·1963) 어도비 CEO,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 앤드 영(EY)의 글로벌 회장 겸 CEO인 카마인 디 시비오(Carmine Di Sibio·1963), 라몬 라구아르타(Ramon Laguarta·1963) 펩시코 CEO, 엔비디아 CEO 젠슨 황(Jen-Hsun Huang·196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