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 질환이 있는데 혼자서는 저염식을 하기 어렵고, 이를 도와줄 마땅한 서비스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해보자 나서게 됐죠. 사업 준비 6개월 동안 신장병 관련 논문만 일주일에 100편씩 읽은 것 같아요.”
최근 서울 역삼동 잇마플 사옥에서 만난 김슬기·김현지 공동대표가 사업 초기를 회상하며 한 말이다. 카이스트(KAIST)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에서 만난 두 사람이 설립한 잇마플은 ‘먹는 것(eats)이 나의(my) 기쁨(pleasure)’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콩팥 질환이 있어 저염식을 해야 하는 김슬기 대표가 스스로 영양소를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저염식단 제공 서비스를 구상해 탄생했기 때문이다.
잇마플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김슬기 “창업 첫해부터 시작한 ‘콩팥 건강 단계별 맞춤 식단 프로그램’이 대표 서비스다. 현재는 콩팥 질환자를 위해 염분, 단백질, 칼륨, 인 등을 조절한 도시락과 ‘요오드 조절식 프로그램’을 비롯해 저당 도시락, 당분 조절 완조리 식단 등도 제공하고 있다.”
도시락을 어떻게 만드나.
김현지 “단백질, 칼륨 등이 많이 포함된 식재료들은 조리를 마친 뒤 따로 무게를 측정해 포장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600여 가지에 이르는 메뉴를 식단과 도시락으로 구성해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고객들은 주문 시 자기 크레아티닌(Cr) 수치, 혈중요소질소(BUN) 수치를 입력하고, 이에 따라 계산된 하루 영양 구성에 맞는 식단을 제공받는다.”
반응은 어떤가.
김현지 “고객들에게 제공된 끼니만 43만 끼에 이른다. 한 끼 평균 8500원에 제공되니, 맞춤 식단 서비스 제공 이래 최소 36억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창업 이듬해인 2018년 1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21년 1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2022년 매출액은 2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타트업 혹한기다. 투자 상황은.
김슬기 “2018년 ‘프라이머’와 ‘소풍(SO-POONG)’의 투자를 시작으로, 2019년 ‘나우IB캐피탈’로부터 5억원 투자를 받았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유망 스타트업 ‘이달의 A벤처스’에 12번째로 선정됐고, ‘카이스트 창업투자지주’ ‘프론티어랩스’ 등에서도 투자를 받아 총 20억여원 투자를 유치했다.”
사업 초기 어려움은 없었나.
김슬기 “사업 준비를 위해 6개월 동안 수백 편의 신장 질환 관련 논문을 읽고 전문가들을 찾아 자문을 얻으면서 음식 재료들의 영양소 데이터를 모았다. 초기에는 영양소 데이터를 엑셀에 저장해 함수를 만들고, 음식에 사용된 재료와 그 무게를 넣으면 자동으로 영양 성분을 계산할 수 있게 해 신장 질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식단을 개발했다.”
향후 목표는
김슬기 “갈 길이 멀다. 2020년 약 4억원의 적자를 냈다. 내실을 다져야 한다. 당뇨병 관련 시장을 겨냥해 ‘당뇨 환자 맞춤형 식단’을 준비해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