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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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 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 바이오 애널리스트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올해는 돈 많이 벌자는 새해 덕담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2022년 한 해 동안 증시가 하락장을 겪어온 터라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올해 증시 전망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경기가 안 좋아도 역사상 주식 시장의 하락장이 2년을 넘었던 적은 없다는 말이 있다. 지금 시장을 보는 시선은 우려 반 기대 반이다. 2022년이 기록적인 하락장이었던 만큼 올해 내내 하락세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2023년에는 증시 바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락장이 2년을 가지 못한 이유는 한 해 동안 증시가 부진했으면, 그다음 해에는 저가 매수세가 이어지며 회복하는 흐름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증시가 급락하더라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점점 경제 사이클이 단축되고, 산업이 빠르게 개편되고, 새로운 기술이 부상하는 영향도 컸을 것이다. 2023년도 마찬가지 흐름이 예상된다. 2022년 이맘때와 비교해보면 큰 변곡점은 지났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고성장·저물가 기조가 끝나고 저성장·고물가 시대가 도래한 만큼, 투자 전략에도 차이가 있다. 2022년에는 방어전에 총력을 기울였다면, 올해는 증시가 회복할 때 생길 기회를 노리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고금리 시대엔 가치주 투자가 방법

올해 증시가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 의견은 엇갈린다. 그러나 경기 회복 사이클은 주식 시장과 다르다. 경기 회복은 수년이 걸리더라도 투자는 한발 앞서 미리 변화를 예측해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주식 시장은 실제 경기보다 선행할 수밖에 없다. 

증시는 언제 회복할까.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의 공포가 오는 2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3년에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만약 금리 인상이 멈추기만 하더라도 시장에서는 이를 호재로 반영할 것이다.

그렇다면 고금리 시대에는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할까. 고금리 시대에는 ‘가치주’가 주목받는다. 그러나 기존에 고평가받았던 기업들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이 하락하면서, 비쌌던 성장주도 상대적인 가치주가 돼버린 것 같다. 이럴 때는 펀더멘털(fundamental·내재가치)을 갖춘 ‘성장주’가 향후 시장 반등을 주도할 수 있다.

가치주란 일반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전체 시장보다 낮은 종목을 일컫는다. 상대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하는데, PER이나 PBR이 높아도 기업 실적이나 자산 등 내재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상대적 가치주를 의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회사 잉여 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와 단순히 잉여 현금을 쌓아놓은 회사 중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일까. 물론 후자 같은 회사의 현재 가치가 그 자체로 인기를 얻는 시기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유형자산보다 무형자산의 비중이 높고 매출 및 영업이익 성장성이 높으며 독보적 영업권 및 기술력을 갖춘 기업 대부분은 시장 대비 PER이 높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PER과 PBR이 낮은 주식은 가치주 본연의 의미보다 펀더멘털이 좋은 성장주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시장 주도하는 성장주도 관심 둬야

올해 증시에서는 전체적으로 이익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에 대한 갈증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리 인상기에도 이익 가시성이 높은 성장주가 많은 만큼, 좋은 성장주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가장 최근 있었던 금리 인상기에서 성장주와 가치주의 투자 성과를 살펴보자.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직전이었던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미국 통화 긴축에 의해 시장금리가 상승하던 시기였다. 당시 미국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이 초반에는 낮았지만, 일정 기간 이후부터 꾸준히 회복세를 보였다. 당시 성장주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FAANG(페이스북(현 메타)·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의 주도주와 함께 미국 IT(정보기술) 업종의 실적 모멘텀을 비롯해 플랫폼 산업 기술 전체 고도화 등의 영향이 있었다. 특히 2017년 암호화폐 가격 상승과 테슬라의 고성장 등으로 성장주가 더욱 주목받았다. 

반면 대표적인 가치주로 꼽히는 금융주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동일한 시기에 주가가 부진했던 것은 의외였다.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 마진이 개선되기 때문에 금융주는 투자 매력이 큰 대표적인 분야인데, 성장주와 비교해서 오히려 투자 매력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출이나 이익 증가율 같은 양적 지표보다 기업 마진이나 이익 안정성, 재무 건전성 등을 입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기업의 성장이 본질적이고 지속 가능한지를 살펴보고 주도주를 선별해 주도 섹터(분야)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몸값 낮아진 공모주도 투자 대안

공모주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22년부터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상장 예정 기업의 공모가가 한층 낮아졌다. 실제 공모가가 공모가 희망 범위 하단 이하에서 정해진 사례가 다수 발생한 만큼, 앞으로도 공모가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해진다면 시장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공모주 청약과 관련해 허수 청약을 막기 위한 제도가 시행된다면 시장 눈높이에 맞는 공모가 산정이 이뤄져서 공모주 투자의 매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새로 시행되는 제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22년 기업공개(IPO) 시장을 돌이켜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대어(大魚)의 상장으로 연초부터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공모주들이 상장한 후 주가가 기대치에 크게 떨어지며 부진이 계속 이어졌고, 국내 증시도 전반적으로 하락하며 공모주 투자 심리가 차갑게 식었다.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컸던 종목들이 연이어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를 한 것도 영향이 컸다.

그중에서도 공모가가 희망 범위 하단 이하에서 정해진 비중은 2015년 이후 최고치인 41%를 기록해서 공모주 간에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약세장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공모가가 하단 이하에서 정해지더라도 공모를 추진한 기업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기업도 많았다.

다만 투자자들은 공모주 투자가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 한정된 공모주 수량으로 인해 결국 과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시장의 과열은 또다시 공모주 고평가를 촉발해 공모주 시장을 급격히 얼어붙게 할 수 있다.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면 상장 주관사 측에서 비교 대상 기업을 과도하게 선정해 몸값을 높이는데, 상장 이후 주가가 부진할 경우 시장이 다시 등을 돌릴 수 있다. 

특히 투자자들 관심이 쏠리는 대형 공모주는 공모주 전체 투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시장 전체 수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증시가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는 시기는 하락장이 끝날 때였다. 오랜 인고의 결실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기회를 포착할 준비가 필요하다. 물론 유동성이 넘치던 시절의 과감한 투자는 이제 어려워졌으니 늘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