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동국대 대학원 법학 박사, 전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 센터장, ‘부동산 재벌들’ 저자 사진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동국대 대학원 법학 박사, 전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 센터장, ‘부동산 재벌들’ 저자 사진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올 상반기 중에는 금리 인하 시그널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주택 시장은 규제 문제를 떠나서 공급이 부족해요. 금리 인하 시점부터는 가격이 또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등 시점엔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곳을 주목해야 합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고부자닷컴)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현금을 보유한 실수요자 혹은 투자자들에게는 지금이 오히려 좋은 시장이 될 수 있다”며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시점을 올해 상반기 정도로 예상했다. 그는 최근 잇따른 규제 완화로 문턱이 낮아진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지 중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큰 지역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의 경우 신속통합기획 등으로 정비사업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곳이 대상이다.

서울 목동 목동신시가지4단지. 사진 연합뉴스
서울 목동 목동신시가지4단지. 사진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침체, 언제까지 지속될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만 알 것 같다. 현재 시장에서는 금리가 가격을 통제하고 있는데 금리가 내려가면 가격은 우상향할 것이다. 금리가 올라간 이유가 결국 전쟁 때문에 공급망 작동이 안 된 것 아닌가.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면 각 나라 물가 지수가 정상화되고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본다. 미국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는 금리 인하 시그널을 준비할 것이라고 본다. 그때쯤이면 전쟁 종식도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장의 위험이 제거되면 금리가 자연스럽게 내려갈 거고, 우리나라 금리까지 내려가지 않겠는가. 실수요자들은 2분기 정도에 진입을 시도해봐도 좋다고 본다.”

금리 하락 이후 집값은 또 오를까.
“우리나라 주택 시장을 보면 다른 규제를 떠나 공급이 부족하다. 그래서 2022년 9월에도 정부에서 공급 대책을 발표하지 않았나. 서울시에서도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3기 신도시 건설을 계속 추진 중이다. 이런 것들이 금리 인하 시점에 맞물려서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은 아니다. 시작 시점부터 8~9년은 지나야 입주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해 볼 때 다가오는 금리 인하 시점엔 결국 가격이 올라갈 것이다.”

반등 시기는 언제라고 보나.
“우리나라 금리가 내리는 시기다. 다만 그때는 한꺼번에 수요가 몰리다 보니 미국 금리 인하 시그널이 나오면 반등을 곧 시작할 것이라고 보는 게 좋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나 금융위기 때는 미국 금리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그만큼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의 한 축으로 작동한다는 이야기다. 다른 건 다 규제해도 규제 못 하는 게 금리다.”

실수요자들은 언제 집을 사야 하나.
“우리나라 금리가 내려갔을 땐 이미 늦었다. 미국 금리가 내려가는 시그널이 있을 때다. 하지만 이건 일반적인 이야기다. 지금도 단지마다 잘 찾아보면 살 만한 물건들이 많다. 급매물, 급급매물이 많다. 현금만 보유하고 있다면 매수자 우위 시장이다. 경매로 내 집 마련하기에도 좋은 시기다. 미래 가치 있는 물건을 잡은 뒤 한동안 금리를 감당할 수 있다면 매력적이다. 특히 정부에서 세금을 대폭 손질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없애고, 종부세 중과세율도 일반세율로 적용하고,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도 해제하는 내용 등을 검토 중이다. 이런 안들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통과된다면 금리하고 상관없이 시장 분위기가 좋아질 거라고 본다(정부는 1년 이상 주택 보유 시엔 양도세 중과를 완전히 폐지할 계획이다. 2주택자 종부세 중과세율은 폐지됐고, 취득세 역시 조정지역 2주택자에 대해서는 중과세율이 아닌 기본세율을 적용하는 정부안이 인터뷰 이후 확정됐다).”

1주택자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나.
“1주택자는 갈아타야 한다.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 갈아타는 게 좋다. 수도권에 살면 서울로 진입하기 좋고, 서울에 산다면 상급지로 갈아타기 좋다. 그리고 지금 비조정대상지역에서는 거주 요건 필요 없이 3년 이내에 종전 주택을 처분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지금 정부는 규제를 많이 풀겠다는 기조다. 지난 5년간은 자고 일어나면 규제가 생겼는데, 이제는 자고 일어나면 규제가 없어진다. 환경이 좋다는 말이다. 금리가 문제긴 하지만 과거를 보면 답이 나온다. 2009년 반포에 자이와 래미안퍼스티지가 미분양이 났다. 전용 84㎡가 11억원이었다. 그때 부동산 시장이 안 좋으니 사라고 해도 안 샀다. 둔촌주공도 마찬가지다. 다른 아파트와 비교하는데, 그 아파트들도 조정받은 거다. 다시 올라간다는 얘기다. 입지도 좋다. 인건비나 자재 가격이 모두 올라가는데 아파트 가격만 떨어질까. 그렇지 않다.”

전세 가격도 많이 빠지고 있다. 전세가는 언제까지 내릴까.
“1986년부터 지금까지 전세가격지수를 보면 매매 가격이랑 흐름이 비슷하다. 지금은 금리가 높기 때문에 전세 가격이 떨어지고 월세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월세 추이도 변할 것이라고 본다. 법정 전월세 전환율이 5.25% 수준인데, 1억원당 5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이다. 2억원 보증금이면 월세만 100만원이다. 실거주 비용이 점점 많이 들어가게 되면 다시 전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금리가 떨어지면 전세 가격은 금방 다시 오를 것이다.”

관심을 가져야 할 지역은.
“지금 밑 작업이 많이 되고 있는 정비사업이 재건축이다. 안전진단의 문턱이 낮아졌고 크진 않지만, 재건축부담금도 손을 봤다. 시장에서 원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변화가 있고, 분양가상한제까지 손본다고 하면 더 탄력을 받을 것 같다. 그러니 지금 재건축 대상 지역들을 보고 있다가 반등 시점에 잘 들여다보면 좋을 것 같다. ‘새 집 팔고 헌 집 사라’는 말이 딱 맞는 시기다. 재건축 지역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정비사업 추진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신속통합기획, 가로주택사업 등과 맞물리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은 속도가 관건인데 이제는 투자 기간 대비 입주 시점이 빨라졌다.

특히 강남에 재건축이 아직 안 된 곳이 압구정동과 대치동이다. 압구정 1~6구역과 대치동 은마아파트, 우선미(우성·선경·미도)가 있다. 강북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다. 산발적으로는 여의동이나 목동이 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다. 압구정동이나 대치동도 묶여있긴 하지만 풀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가격이 많이 올라가서 묶어둔 것인데 지금은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