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미술품 수장고 조감도.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 미술품 수장고 조감도.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인천공항) 서쪽 부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품 수장고(收藏庫)가 들어선다. 부지 규모만 4만3669㎡(1만3210평), 연면적은 8만3228㎡(2만5176평)에 이른다. 축구장 11개를 붙여놓은 크기다. 인천공항 미술품 수장고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자금만 3800억원. 2026년 수장고가 완공되면 운영은 ‘아르스헥사 프리포트 인천공항 특수목적회사(PFV)’가 맡는다. PFV 주관사는 아르스헥사(Arshexa)다. 이 회사를 이끄는 송문석 대표는 인천공항 수장고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 꼬박 7년을 투자했다. 송 대표는 “7년간 밤낮으로 매달려 온 사업이 이제 첫발을 뗐고, 끝까지 완성해 서울을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문석 아르스헥사 대표
전 무한기술투자 리조트 사업본부장(부사장), 
전 스페인 세르반테스전·중세유럽문명전·잉카 
마야전 총감독, 현 미술 잡지 ‘AHWA’ 발행인, 
현 에이에이치 허브 대표, 현 아르스헥사 프리포트 
인천공항 피에프브이 대표 사진 송문석
송문석 아르스헥사 대표
전 무한기술투자 리조트 사업본부장(부사장), 전 스페인 세르반테스전·중세유럽문명전·잉카 마야전 총감독, 현 미술 잡지 ‘AHWA’ 발행인, 현 에이에이치 허브 대표, 현 아르스헥사 프리포트 인천공항 피에프브이 대표 사진 송문석

송 대표가 수장고 프로젝트에 나선 것은 이제 우리나라가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를 준비가 됐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다른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만큼 성장했고, 미술을 사랑하는 소비자가 생겨난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게다가 우리나라엔 훌륭한 건설 기술이 있고 수장고에 적용될 IT 첨단기술도 여럿 있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자본력 있는 투자자도 충분하다.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은 또 하나의 큰 변화였다. 전 세계 미술 시장의 30%를 차지했던 아시아의 미술 허브 홍콩에서 ‘불안해서 아트 비즈니스를 못 하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울러 일본 미술 시장으로 옮겨가자니 잦은 지진이 걱정이고, 대만은 중국과 양안 관계가 있어 어려웠다. 홍콩 미술 시장 관계자의 고민을 들은 송 대표는 미술 시장 큰손들이 결국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로 한국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제 규모나 사회적 안정성, 정부 정책의 건전성 등을 감안하면 한국을 대체할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7년. 그 노력은 2022년 8월 30일 결실을 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첫 단추를 끼웠다. 이날 송 대표는 인천공항공사와 인천공항 미술품 수장고 개발 사업 실시 협약을 체결했다. 오는 2026년, 송 대표가 이끄는 세계 최대 규모 수장고는 어떤 모습일까. 수장고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송 대표와 일문일답.

어떤 계기로 수장고 사업을 구상하게 됐나.
“7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개인 사업을 하면서 미술 시장을 산업으로 바라보게 됐다. 그때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약 3744만원)에 근접했고 글로벌 갤러리가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턱없이 작았던 미술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이 산업과 만나면 인프라는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초고가 예술품이 한국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찾을 인프라는 바로 수장고다. 이왕이면 인천공항 근처에 수장고를 만들고 싶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장고가 한국에 있으면, 세계 수준의 미술과 국내 미술품이 뒤섞이면서 그 수준이 올라갈 수 있다. 또 인천공항이 문화와 예술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왜 한국이 아시아의 미술 허브로 거듭날 것이라고 생각하나.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단 국내 미술 소비 시장이 무르익었다. 미술품을 자산 포트폴리오의 하나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2022년 국내 미술 시장이 1조원을 넘었는데, 중요한 것은 그 추세다. 1조원이 큰 액수이긴 하지만 어쩌면 한국 미술 발전의 잠재력과 시작점을 확인한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2022년 국내 대형 아트페어의 성공도 잇따랐다. 특히 ‘프리즈 서울’을 개최하면서 해외 갤러리들이 모두 놀랐다. 해외 갤러리들은 처음에 ‘태핑(증권업에서 수요 조사와 비슷한 뜻)’ 수준으로 작품을 냈다. 사실 수준 높은 작품은 많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열기는 예상 밖으로 뜨거웠다. 해외 갤러리 반응을 보면, 2024년엔 한국에 가져올 작품 수준이 달라질 것이란 말을 많이 한다. 이들은 모두 괜찮은 수장고부터 찾을 것이다. 가져오는 좋은 작품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수장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술을 사랑하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해도 홍콩·싱가포르 등 미술 시장에 관심을 두는 국가가 많다.
“싱가포르, 일본, 대만, 중국 모두 미술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 중 홍콩이 전 세계 미술 시장의 30%를 차지한다. 지금까진 단연 선두 주자다. 하지만 홍콩엔 국가보안법 문제가 있다. 2020년 6월 30일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 결탁 등 네 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한 법이다. 법이 시행되고 3년째 접어들면서 홍콩에 있는 많은 자본이 싱가포르 등으로 둥지를 떠나려고 준비하고 있다. 불안하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창이공항에도 수장고가 있다. 인천공항과 세계적인 순위를 다투는 훌륭한 공항이지만, 창이공항 수장고의 86% 정도가 이미 찬 것으로 안다. 창이공항 수장고는 연면적이 3만㎡(약 9075평)인데,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들어서는 수장고는 연면적 8만3228㎡(약 2만5176평) 규모다. 규모 면으로 두 배가 넘는다. 일본은 지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예를 들어 유화(油畵) 같은 경우 크랙(금)이 있는데 지진으로 크랙이 심해지면 그 그림의 가치는 떨어진다. 그래서 수장고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일본 공항의 수장고가 10년째 9917㎡(약 2667평) 수준인 것은 이 때문이다. 스위스 제네바공항의 수장고도 이미 포화 상태, 룩셈부르크 핀델공항도 96%가 찼다. 중국 베이징도 시장이 크고 공항에 수장고가 있지만 정치적, 제도적 리스크가 있다. 한국에 분명 경쟁력이 있다.”

면적 말고도 내세울 장점이 있나.
“수장고는 최첨단 기술의 첨병이다. 수장고엔 검증된 최신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런 기술이 축적돼 있다. 수장고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방공호에 와인 저장소를 짓는 거라고 설명한다. 생체인식 출입 장치, 할로겐 가스를 이용한 소화 장치, 공항 활주로와 직결되는 이송로, 극도의 보안과 안전을 담보하는 시설물까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테넷’의 전반부엔 미술품 수장고의 최첨단 시설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인천공항에 들어서는 수장고에 모두 구현된다. 내부 반입 작품을 살균 소독하기 위한 훈증·질소 소독 시설, 고객 자신이 보관 중인 작품을 감상하고 확인할 수 있는 뷰잉룸, 온도나 습도 등 보관 방식이 다른 작품을 보관할 수 있는 등급별 수장 시설, 옥션·아트페어 등이 사용할 개인 수장고, 앞으로 시장이 더 커질 디지털 예술품 보관 금고 등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수장고에 설치된다. 이런 최첨단 시설이 갖는 경쟁력은 크다. 누구나 자신의 가치 높은 미술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2026년에 수장고가 지어지면 채워질 물량도 확보했나.
“현재 시점으로 이미 45% 이상의 임차를 확정했다. 착공 전까지 70% 이상의 임차 확보를 목표로 뛰고 있다.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세계 수장고와 경쟁하면서도 협력할 계획이다. 룩셈부르크 수장고 운영사인 ISA와 운영 자문 컨설팅 계약을 했고 전 세계 80여 개 역외 수장고를 운영 중인 프랑스 제뉴와도 서울에서 사업 설명을 하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옥션하우스, 글로벌 수준의 갤러리와 협의도 진행 중이다. 특히 일본 미술계에서 인천공항의 수장고 프로젝트에 관심이 매우 높다. 일본의 아트페어인 아트도쿄, 신와옥션, SBI 아트옥션, 광고대행사 덴츠 등과 수장고 개발과 운영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