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은 오디오나 모니터를 구입할 때 몇 헤르츠(㎐)인지, 주사율(재생 빈도)은 어떻게 되는지, 제품에 적혀 있어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실생활에서 직접 써봐야 나에게 정말 필요한 제품인지 알 수 있다.”
홍솔 비엘큐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전자제품 유통 플랫폼 ‘테스트밸리’의 출시 배경을 묻는 말에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자제품을 좋아하지만 복잡한 제품 정보는 잘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홍 대표의 경험은 창업의 자산이 됐다. 테스트밸리에서는 구입한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한 달 이내에 반품할 수 있다. 제품 가격의 5~15%를 체험비로 내면 된다. 상품을 구입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중고로 되파는 것보다는 비용이 덜 든다는 게 비엘큐의 설명이다.
테스트밸리는 비엘큐 설립 이듬해인 2020년 4월 출시 후 20대 초반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고, 이제는 30대 초·중반을 비롯해 40~50대도 방문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까지 10만 명 이상의 고객이 테스트밸리를 통해 제품을 구입했다.
성장세를 바탕으로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2019년 7월 설립된 비엘큐는 현재까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스트롱벤처스, 패스트벤처스 등 벤처캐피털(VC)로부터 총 84억원을 투자받았다. 홍 대표를 서울 강남구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업 계기는.
“마니아 수준으로 전자제품을 다 알지는 못했지만, 남들이 좋다고 하는 상품은 따라서 사는 편이었다. 그런 특성이 테스트밸리 서비스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전자제품은 잘 사용하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막상 구입하려고 보면 고려할 요소는 많은데 제품 정보가 어렵고 파편화돼있어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사람들이 잘 구입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창업했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나.
“테스트밸리는 전자제품 유통을 전문적으로 하는 플랫폼이다. 그런데 다른 회사와 달리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구입 후 한 달 이내에 반품할 수 있다. 통상 제품 가격의 5~15%를 체험비로 지불하면 된다. 체험비는 자체적인 테스트를 거쳐 정하는데, 제품별로 다르게 책정된다.
예컨대 지금 테스트밸리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탭 S8플러스 5G 상품(메모리 128GB)을 쿠폰 적용가 109만1090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 한 달 써보고 반품하면 103만569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체험비로 상품 가격의 5%(5만5400원)를 내는 셈이다.”
삼성이나 애플이 제공하는 체험 서비스와는 다른가.
“우선 사용 기간이 다르다. 삼성에서 제공하는 ‘갤럭시 To go’ 서비스는 3일간만 써볼 수 있다. 매장에 직접 가서 받아야 하고, 신분증도 맡겨야 한다.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휴대전화나 갤럭시 워치로 국한된다.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이 가능한 ‘묻지 마 환불’ 시스템을 갖춘 애플도 결정 기한이 2주간만 주어진다. 또 온라인 유통 가격이 아닌 소비자가격으로 구매해야 해 가격도 비싸다. 반면 테스트밸리에서는 한 달간 사용해볼 수 있고, 대상 제품도 다양하다. 테스트밸리에서는 중소형 디지털 가전 및 생활가전 등을 5000종가량 취급하고 있는데, 이 중 70%를 체험해볼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탭을 비롯해 다이슨 헤어드라이어, LG전자 그램 노트북 등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사용 기간이나 대상 제품 범위 등 모든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있나.
“국내에는 전자제품만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온라인 기반 회사가 없어서 딱히 경쟁사가 없다. 해외에는 ‘백마켓’이라는 프랑스 회사가 유명하다. 중고 전자 기기 유통 전문 스타트업이고, 세계 13개국에 진출한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다. 그쪽에서 하는 것을 우리가 많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고객 반응은 어떤가.
“만족도가 높다. 구매한 다음에 중고로 파는 것보다 테스트밸리에서 한 달 사용하고 반품하는 게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용 후기를 보면 살지 말지 고민했는데 막상 써보니까 좋아서 쓴다는 이도 있고,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반납한다는 이도 있다. 이런 다양한 후기가 우리 서비스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게 아닐까 싶다.”
체험 후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이 많으면 손해가 나지 않나.
“실제 환불하는 비율은 10%도 안 된다. 고객이 제품을 환불하더라도 리퍼브(refurb·재단장) 상품으로 재판매하면 된다. 체험비와 재판매 비용을 합치면 최초 판매 가격과 비슷해 손해가 나지는 않는다.”
제조사의 반응은 어떤가.
“우리가 새로운 시도를 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제조사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반응이 달라졌다. 특히 체험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크다. 제품을 사용해 본 고객들의 데이터를 상품의 기획이나 마케팅 등 다양한 과정에 활용해보려는 제조사들이 생겨났다.”
상품의 최저가를 보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유통 구조 단순화에 매진하고 있다. 중간 벤더(vendor·판매업자)를 없애거나 좀 더 상위 단계 벤더와 거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제조사와 직접 거래하는 경우도 있다. 제품 체험 서비스를 통해 얻은 수수료도 제품의 최저가를 보장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그간의 성과는 어땠나.
“지금까지 약 10만 명의 고객이 테스트밸리를 통해 제품을 구입했다. 처음에는 20대 초반 연령대의 고객이 많았는데, 지금은 30대 초·중반도 많고 40~50대도 있다. 고객이 늘면서 매출도 증가했다. 2021년 1월 매출이 1억원이었는데, 작년 12월에는 4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4월 테스트밸리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매출은 300억원을 넘었다. 올해 연간 매출은 9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업 이후 총 84억원의 투자금도 들어왔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스트롱벤처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원익투자파트너스, 패스트벤처스, 소풍벤처스 등 여러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예비창업패키지부터 초기창업·창업도약패키지까지 지원받았다.”
향후 목표는.
“기존에 해오던 대로 상품 판매를 하면서 사업 영역을 제품 수리와 분실·파손 보험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제품 사용 과정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슈퍼 앱(단일 플랫폼 아래 서비스 카테고리를 지속적으로 추가하는 것) 서비스’가 목표다. 창업 초기부터 생각했던 사업 영역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진출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명 비엘큐
사업 전자제품 버티컬 플랫폼
창업자 홍솔·손정범·최재영
설립 연도 2019년
누적 투자 유치액 84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