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위이자 글로벌 4위 임플란트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는 2022년부터 적잖은 혼란을 겪었다.

‘지금 부자들은 배당주에 투자한다’ ‘포스트 코로나 경제 트렌드 2021(공저)’ 저자
2000억원대 직원 횡령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휘말린 데 이어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의 경영 참여 선언으로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표면으로 드러났다. 현 최대 주주인 최규옥 회장 측이 내민 카드는 경영권 매각. 굴지의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참전하면서 상황이 정리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아직 인수합병(M&A)은 첫발을 겨우 뗀 수준이다. 이런저런 각자의 사정을 다 반영한 복잡한 딜(매각) 구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매각이 무효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올해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배구조 이슈에 휘말려 당분간 주가에 기업 가치가 온전히 반영되기 힘들 수 있는 상황이다.

조건부로 진행되는 복잡한 M&A
MBK파트너스는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공동으로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이하 덴티스트리)를 설립, 이 법인을 통해 오스템임플란트를 인수할 계획이다. 창업자 최규옥 회장은 보유 주식 중 절반인 144만여 주(9.3%)를 덴티스트리에 매각했고, 덴티스트리는 추가로 공개매수에 나서 지분을 최대 71.8%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공개매수 자금으로 약 2조5000억원을 준비했다. 덴티스트리는 개인 투자자를 포함한 일반 주주의 주식을 최 회장 주식 매수 가격과 같은 주당 19만원에 매입할 방침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월 6일 가격이 18만6800원으로, 공개매수 가격과 1~2%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소액 주주가 공개매수로 주식을 매도하면 22%의 양도소득세를 물기 때문에 사실상 상승 여력이 없는 셈이다. 덴티스트리의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주주가 생각보다 많이 나올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는 매각 발표 전부터 슬금슬금 올라 올해 상승 폭이 40%대로 적지 않지만, 그래도 매각 발표 이후 유입된 신규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 공개매수 가격이 매력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신규 유입 투자자는 대부분 기관이다. 특히 1월 25일과 26일 기관은 각각 52만8238주, 24만3354주를 순매수했다.
한 기관 투자자는 “현재 펀드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100%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라며 “반드시 상장 폐지를 결행하겠다고 마음먹은 상태라면 어쩌면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실제 덴티스트리는 공개매수 가격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만약 1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개매수는 취소되며, 최 회장 측 지분 인수도 철회할 예정이다.
이 같은 조건부 M&A가 진행되는 것은 최 회장 측이 2대 주주로 남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추후 덴티스트리가 회사를 재매각할 때 우선협상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녀들에게 콜옵션(매도 청구권)을 증여해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토대도 만들어놨다. 일각에서 최 회장이 최대 주주 지위만 내주고 사실상 경영권을 계속 휘두를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는 이유다. 실제 최 회장은 매각 이후에도 이사 지명권 등을 확보, 어느 정도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자진 상폐 쉽지 않을 거라는데…공개매수 응하는 것이 나을까
덴티스트리의 오스템임플란트 인수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진 상장 폐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스스로 상장 폐지하려면 기본적으로 지분율이 95%를 넘어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 KCGI만 해도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6.92%를 보유하고 있어 덴티스트리의 뜻대로 상장 폐지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 외에도 적지 않은 기관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입장에서도 공개매수에 응하는 방안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개인 투자자 기류를 보면 덴티스트리가 공개매수 가격을 최소한 한 차례는 인상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전례를 보면 그런 사례가 없던 것은 아니다. 벌써 10년 남짓 시간이 지난 사례지만, 태원물산과 충남방적, 씨디네트웍스 등은 인수자 측에서 공개매수 가격을 30% 이상 상향 조정한 사례다.
반대로 2022년 상장 폐지 절차를 밟은 맘스터치는 투자자들이 한 차례 상향 조정을 기대했다가 말 그대로 쪽박을 찬 경우다. 맘스터치는 주당 6200원에 주식을 공개매수할 계획이었으나 2022년 2월 21일 주가가 8220원까지 치솟았다. 한 차례 상향 조정이 나올 것이라고 믿고 베팅한 투자자들이 있던 셈인데, 회사 측은 상장 폐지 요건을 달성했기 때문에 가격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투자자들은 하루아침에 30%가 넘는 손해를 입어야 했다. 충남방적, 태원물산도 결론은 실패였다. 공개매수 가격을 아무리 올려도 주가가 그 이상으로 치솟아 인수 주체가 공개매수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특히 태원물산은 공개매수 철회 결정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주가가 50% 추락했다.
다만 오스템임플란트는 자진 상장 폐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맘스터치와 다른 점이다. 지분율 미충족으로 일단 시장에서 계속 거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전략이 좋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중국 시장 개척 등으로 실적이 우상향하는 중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오스템임플란트 국내 매출은 790억원으로 전년 대비 5% 감소했지만, 미국과 중국은 각각 850억원, 378억원을 기록해 22%, 11% 성장했다. 올해 연간 예상 실적으로 매출은 17.5% 늘어난 1조2466억원, 영업이익은 22% 증가한 2668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송협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요 기업들에 비해 높은 성장률과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저평가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KCGI도 “오스템임플란트의 거버넌스(지배구조)가 개선된다면 시가 총액이 1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시가 총액 10조원이라면 주가는 63만원에 달하게 된다.
업계는 오스템임플란트의 강점으로 치과의사 교육 프로그램을 꼽는다. 손기술이 좋은 의사가 많은 국내와 달리, 해외는 임플란트 시술의 난도 때문에 고객이 있더라도 공급이 어렵다. 이 때문에 오스템임플란트는 2001년 처음으로 임플란트 연수센터를 설립해 국내외 의사들을 교육해왔다. 한때는 쓸데없이 돈 낭비만 하는 꼴이라는 핀잔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해외 시장 공략의 최적화 전략이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10만 명이 넘는 치과의사가 임플란트 연수센터에서 교육을 마치고 현장에서 시술 중이다.
어쨌든 실적은 뒷받침되지만, 그 외 변수가 너무 많다. 올해도 오스템임플란트는 실적보다는 지배구조 이슈 때문에 흔들리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영권 매각이 순조롭게 끝나더라도 덴티스트리와 최 회장 측이 잘 협업할지도 관건이고, KCGI가 어떤 형태로 개입할지도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