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진핑 전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센터 대외경제 
연구부장 일본 릿쿄대 경제학 석·박사, 현 중국 런민대 충양금융
연구원 선임 연구원, 현 한중일3국협력사무국 초청 학자
자오진핑 전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센터 대외경제 연구부장 일본 릿쿄대 경제학 석·박사, 현 중국 런민대 충양금융 연구원 선임 연구원, 현 한중일3국협력사무국 초청 학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공식 발효된 지 1월로 1년이 됐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호주와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가입한 RCEP 발효로 동아시아의 경제 통합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동아시아 경제 대국인 한·중·일 3국이 처음으로 하나의 지역 협정에서 더욱 개방적인 경제·무역 협력 관계를 구축해 3국 경제와 상호 투자의 지속적 발전을 꾀할 중대한 기회를 마련하게 됐기 때문이다. RCEP 발효 1주년을 맞아 RCEP가 한·중·일 3국의 무역에 미친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RCEP의 긍정적 효과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대아세안 무역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으며, 다른 RCEP 회원국과의 무역 규모는 7.5% 증가했다(위안화 기준).

여기서 RCEP가 창출해낸 무역 효과를 잠정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아세안을 비롯한 다른 RCEP 회원국과 무역 규모가 급증하면서 한·중·일 3국의 대외 무역에서 RCEP 국가와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났고, 수출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둘째, 한·중·일 3국 간 무역 실적이 다른 RCEP 회원국과 무역 실적에 미치지 못하면서 상호 무역 의존도가 모두 줄어들었다. 셋째, 일본과 한국의 대중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 이는 무역 파트너로서 상대국의 중요도가 낮아지는 주요 원인이 됐다. 그렇다면 RCEP 발효로 사실상 최초의 중·일 FTA, 한·일 FTA가 체결됐는데도 한·중·일 3국의 무역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니, 한국과 일본의 수출에 크게 기여하던 중국의 중요도가 장기적으로 떨어질 것이라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2022년 환율, 인플레이션 등의 요인을 종합해 보면 그렇게 판단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기업의 공장 가동률 하락과 지속적인 시장 수요 감소가 야기한 수입 증가세 둔화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원화와 엔화 가치가 대폭 하락하면서 달러로 결제되는 한국과 일본의 대중 수출이 저평가됐다는 점이다. 2022년 1~11월 달러 대비 원화와 엔화 가치는 전년 평균 대비 각각 11.4%, 16.3% 하락했다. 화폐 가치 하락, 인플레이션 등의 요인을 제외하면 중국의 대한·대일 실물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 3.7% 증가했다.

경계해야 할 부정적 효과

2022년 한·중·일 무역 관계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부정적 요소가 있다. 첫째, 한·중·일 역내 무역의 중요도가 떨어졌다. 각국의 대외 무역에서 다른 양국과 무역 비중은 모두 소폭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대중 수출 감소가 눈에 띈다. 중국 시장 의존도를 떨어뜨려 공급망 안정화를 꾀하려는 일부 이익 집단의 영향이 없지 않다. 

둘째, 한국과 일본의 대중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전자 기기 및 부품, 광학 기기 등 첨단 기술 제품의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서 시장 수요 감소가 더욱 심각해졌다. 코로나19, 지정학적 갈등 같은 위험 요소로 인해 2021년 이후 국제 사회의 화두는 공급망 재구축이었고, 자국의 경쟁 우위 확보에서 출발한 각국의 입장은 중국과 ‘디커플링’으로 이어졌다. 일부 기업은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제재를 피하고자 협력 파트너 선택에 더욱 신중하고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고,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결국 지역 경제 쇠퇴, 각국의 성장 가능성 위축으로 이어지게 됐다.

한·중·일 무역 협력의 지속 발전을 위한 제안

한·중·일 3국의 무역 관계는 오랫동안 시장의 역량과 정부 간 협력을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상호 무역 투자가 확대되면서 경제적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고, 이는 3국의 경제 발전에 강한 동력이 되었다. 한·중·일 3국은 이를 기반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블록이자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이 됐다. 이에 따라 역내 산업망·공급망 협력 강화 및 상호 무역 투자 확대가 매우 필요하게 된다. 

전 세계 최다 인구,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무역 협정인 RCEP는 무역 투자의 자유화 및 원활화 기준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뿐 아니라 서비스 무역, 전자 상거래 등 신흥 경제 분야의 긴밀한 협력과 제도 정비를 통해 새로운 진전을 이뤄낼 것이다. 필자는 네 가지 키워드로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디커플링에 저항하자. 중국과 경제적 관계를 단절하고 이데올로기를 기준으로 공급망을 재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제 사회에 퍼지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디커플링으로 기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는 없으며, 이러한 조치는 오히려 지역과 세계 경제에 막대한 피해만 끼칠 뿐이다. 한·중·일 3국은 공동 운명체 의식을 강화하여 산업망·공급망의 장기적 안정 및 지속적 개선을 우선순위에 두고, 보호무역주의의 폐해에 공동으로 대응하며, 공급망 유연성 강화를 위해 각국의 기업 간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둘째, 다자간 규칙을 준수하자. 다자간 규칙은 상호 이익이 되는 국제 협력 관계의 중요한 기초이자 각국의 시장 경쟁 범위를 규정하는 기준이다. 일방주의에 입각한 무역 조치는 진정한 다자주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중·일 3국은 다자간 메커니즘의 권위 수호와 효율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다자간 규칙 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가 간 무역 투자의 거버넌스 구조 개혁을 촉진해야 한다. 특히 국제 경제 활동에 참여할 때는 유엔(UN)의 인권 기준을 더욱 준수하고 유엔이 고수하는 공동의 가치관을 지켜야 한다. 

셋째, 수출 통제를 규범화하자. 외국인 투자 안전 심사 및 수출 통제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국가 경제 안보를 수호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러한 제도는 합리적이지만, 투명성 부족, 안보 개념의 확대, 특정 국가에 대한 차별 정책 시행 등의 문제가 점차 두드러지면서 중국 등 일부 신흥 경제국의 기업 투자 활동에 심각한 제약이 따르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를 벗어나야 하며 국가 안보 수호라는 명목으로 남용되는 비정상적 경쟁 행위를 근절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넷째, 자유화·원활화를 촉진하자. 중국은 주요 협력 파트너와 FTA 및 투자 협정 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고도의 자유무역 지대 네트워크를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RCEP 정식 발효 후에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등 더 높은 수준의 무역 협정 가입에 대한 논의도 시작했다.

한·중·일 3국은 다음과 같이 상호 무역, 투자 자유화·원활화 실현을 주요 정책 기조로 삼아야 한다. 첫째, RCEP 자유화 및 원활화 조치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둘째, RCEP 후속 협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셋째, 더욱 개방된 한·중·일 FTA 체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중국과 한국은 CPTPP 가입에 대한 논의를 잇달아 시작했다. 따라서 신규 회원 가입에 대한 일대일 사전 협상 및 공식 협상에 관한 CPTPP 규정을 참조하여 먼저 한·중, 중·일, 한·일 간 양자 협상을 진행한 후 CPTPP보다 높은 수준의 3자 협정을 이뤄내면, 한·중·일 FTA를 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CPTPP 가입에 필요한 준비도 마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보다 높은 수준의 한·중·일 역내 경제 통합이 실현될 것이다.